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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로 좋은 날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고욤>, <환한 하루의 어느 한때>, <악어는 말했다>등은 40대의 비틀거리는 주인공들과 어쩐지 공감대가 형성되질 않았고, <고귀한 신세>는 그 결말이 초반부터 너무 뻔히 읽혔다. 결말의 그것은 반전으로 의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으나....글쎄, 뒤집기의 대가 성석제의 꽁트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는 이런 식의 결말이 익숙하면서도, 내심 성에 차지 않는 것이 사실이리라.
<집필자는 나오라>는 말하자면 특이한 양식의 역사소설이라 해야 하나? 헌데,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것도 아니었다>와 <저만치 떨어져 피어 있네> 즈음에 이르러서는 풍자와 해학을 무기로 뜨끔한 웃음을 휘두르던, 언제나 희극에 발을 담그고 카타르시스를 주던 그가, 이제는 비극으로 눈을 돌렸나....싶어진다.
그래 뭐, 딱히 비극이라 하긴 어렵겠다. 여전히 입꼬리엔 삐딱한 웃음이 걸려 있으니까. 하지만 그 냉소는 웃음보다는 울화에 가깝다. 너무나도 날것인 현실이 따갑게 찔러와 그냥 눈을 돌리고 덮고 싶어지는 것이다.
항상 유쾌하고 가깝게 느껴지던 성석제의 작품들이 어쩐지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젠 이 대작가가 평범한 독자인 내가 손 닿을 수 없는 평론가들의 세계로 넘어가 버린 것만 같아 뒷맛이 씁쓸한...그런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