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 art 003 다빈치 art 18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신성림 옮김 / 다빈치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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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평생, 아니 사후에도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였고, 그렇게만 알려졌던 프리다 칼로.
(평생 액션 페인팅의 잭슨 폴락의 아내였던 '액션 과부' 크래스너 처럼 말이다)

그러나 1970년대 페미니즘의 활동으로 그녀의 작품과 그녀의 생애는 새롭게 부각되었고, 해석되었다.

그녀의 고통스러운 삶과 초현실적인 그림들은 곧 사람들의 시선과 연민을 자극했고,

어느 순간 디에고 리베라보다 더 익숙하고 경이로운 예술가로 기억되고 있다.

 

나역시 프리다 칼로는 익숙히 들었지만 혁명 화가이지 민중 벽화화가인 디에고 리베라는 생경했다.

내게 있어서 그는 그저 프리다 칼로를 행복하게, 그러나 또 끔찍하게 불행하게 만들었던 '남편'일 뿐이었다.

때문에 나는 이 책에서 프리다 칼로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를 새롭게 발견한다.

꽤나 역설적이다.

 

두 화가의 예술과 혁명정신을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나간 글이다.

과연 그 두 사람은 각기 떼어놓고 언급하기 힘들정도로 뼈와 살처럼, 심장과 혈관처럼 엮이고 들러붙어 있다.

손을 놓기 아쉬울 정도로 책의 구성과 흐름은 흥미롭다.

그러나 격렬했던 두 삶을 하나의 삶으로 녹아내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여기저기 산만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프리다 칼로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전형적인 남성 평론가의 논지와 입장을 답보하는 것이어서 다소 거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들의 삶과 작품을 새롭게 재구성하여 그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양하고 풍부한 작품들이 실려있어 더욱 좋고 흥미롭다.

 

더구나 앞서 말했듯이 나에겐 '디에고 리베라'의 새로운 '발견'이었기에 더할나위 없이 의미있는 만남이었다.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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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최수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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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 얼마 전부터 나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채 살고 있었다. 나는 어딘지도 모르는 채 그 장소에 익숙해져왔다. 어쩔 수 없이 아마 이번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나는 오래 전부터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살아오고 있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그런 나 자신에게 익숙해져왔다. 어쩔 수 없이 아마 이번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 본문 7쪽

 

  

 

어느 날, 인간 중에 매미가 되어버린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나다. 어느 무덥던 날 갑자기 나는 어떤 연고로 인하여 매미가 되었고, 곧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여, 사실을 말하자면, 지금 나는 매미로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우연히도 매미의 힘을 빌려, 단 하루 동안에 인간으로서의 삶을 처음부터 전혀 새로이 모두 살았다. 그로 인해 나는 더 이상 인간으로 남아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인간의 껍질을 벗고 탈바꿈을 해야 했으며, 그리하여 나는 매미가 된 것이다. - 본문 9쪽

 

 

 

그러고보면, 아침에 일어나 자기가 누군지 아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렇다면 그 동안 아침에 일어나 자기가 누군지 아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은 또한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본문 23쪽

 

 

 

나로서는 나를 감싸고 있는 껍질들을 벗어버리고서 나 자신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비록 양파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아서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공허만 있을 뿐이라 하여도, 내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본문 29쪽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남들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희극은 곧 당사자들의 비극을 담보로 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 희극과 비극의 경계선 위에 놓인 나는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업을 정도로 어색하고 거북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 본문 37쪽

 

 

 

'잠 못 들어 배회하는 자, 잠들지 않기 위해 배회하는 자, 잠든 채 배회하는 자, 잠이라는 배회, 배회라는 잠, 세상은 배회와 잠으로 구성되어 있다.' - 본문 58쪽

 

 

 

인간들이 신생아의 궁둥이를 갈겨서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것도 전생의 일을 잊게 하고서 이승의 세계로 들어오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 영혼을 잃는다. 삶을 얻는 순간 영혼을 잃는다. 삶이 영혼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비극은 죽은 영혼을, 삶의 이름으로 껍데기만 남은 영혼을 진짜 영혼으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살아생전에 경험하는 모든 섬뜩함도 그로부터 말미암는다. - 본문 74쪽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비록 미미하게라도 행복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용감한 자들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세상에 제대로 저항을 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거기에 비해, 공연히 고통스러운 자의식에 젖어서 신경증에 시달리는 것은 가장 비겁하고, 가장 허약한 태도입니다. 실상은 삶에 대해 전혀 저항하지 못하는 겁니다." - 본문 99쪽

 

 

 

삶은 고통을 축으로 하여 축적된다고, 그리고 그 축적된 것들이 고통의 축을 가린다고, 고통의 축이 없는 삶은 진부하고 습관적인 것이어서 생각하기에도 끔찍하다고. - 본문 151쪽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욕망의 주인이 아니다. 타인이 내 욕망의 주인이다. 그러자 무심히 한 그 말이 갑작스레 내게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나를 질타했다. 내가 기대를 걸어야 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의 욕망이었다. - 본문 179쪽

 








그러나 나는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 얼마 전부터 나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채 살고 있었다. 나는 어딘지도 모르는 채 그 장소에 익숙해져왔다. 어쩔 수 없이 아마 이번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나는 오래 전부터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살아오고 있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그런 나 자신에게 익숙해져왔다. 어쩔 수 없이 아마 이번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 본문 7쪽

 

  

 

어느 날, 인간 중에 매미가 되어버린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나다. 어느 무덥던 날 갑자기 나는 어떤 연고로 인하여 매미가 되었고, 곧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여, 사실을 말하자면, 지금 나는 매미로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우연히도 매미의 힘을 빌려, 단 하루 동안에 인간으로서의 삶을 처음부터 전혀 새로이 모두 살았다. 그로 인해 나는 더 이상 인간으로 남아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인간의 껍질을 벗고 탈바꿈을 해야 했으며, 그리하여 나는 매미가 된 것이다. - 본문 9쪽

 

 

 

그러고보면, 아침에 일어나 자기가 누군지 아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렇다면 그 동안 아침에 일어나 자기가 누군지 아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은 또한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본문 23쪽

 

 

 

나로서는 나를 감싸고 있는 껍질들을 벗어버리고서 나 자신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비록 양파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아서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공허만 있을 뿐이라 하여도, 내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본문 29쪽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남들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희극은 곧 당사자들의 비극을 담보로 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 희극과 비극의 경계선 위에 놓인 나는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업을 정도로 어색하고 거북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 본문 37쪽

 

 

 

'잠 못 들어 배회하는 자, 잠들지 않기 위해 배회하는 자, 잠든 채 배회하는 자, 잠이라는 배회, 배회라는 잠, 세상은 배회와 잠으로 구성되어 있다.' - 본문 58쪽

 

 

 

인간들이 신생아의 궁둥이를 갈겨서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것도 전생의 일을 잊게 하고서 이승의 세계로 들어오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 영혼을 잃는다. 삶을 얻는 순간 영혼을 잃는다. 삶이 영혼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비극은 죽은 영혼을, 삶의 이름으로 껍데기만 남은 영혼을 진짜 영혼으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살아생전에 경험하는 모든 섬뜩함도 그로부터 말미암는다. - 본문 74쪽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비록 미미하게라도 행복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용감한 자들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세상에 제대로 저항을 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거기에 비해, 공연히 고통스러운 자의식에 젖어서 신경증에 시달리는 것은 가장 비겁하고, 가장 허약한 태도입니다. 실상은 삶에 대해 전혀 저항하지 못하는 겁니다." - 본문 99쪽

 

 

 

삶은 고통을 축으로 하여 축적된다고, 그리고 그 축적된 것들이 고통의 축을 가린다고, 고통의 축이 없는 삶은 진부하고 습관적인 것이어서 생각하기에도 끔찍하다고. - 본문 151쪽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욕망의 주인이 아니다. 타인이 내 욕망의 주인이다. 그러자 무심히 한 그 말이 갑작스레 내게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나를 질타했다. 내가 기대를 걸어야 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의 욕망이었다. - 본문 179쪽

 

그러나 나는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 얼마 전부터 나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채 살고 있었다. 나는 어딘지도 모르는 채 그 장소에 익숙해져왔다. 어쩔 수 없이 아마 이번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나는 오래 전부터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살아오고 있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그런 나 자신에게 익숙해져왔다. 어쩔 수 없이 아마 이번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 본문 7쪽

 

  

 

어느 날, 인간 중에 매미가 되어버린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나다. 어느 무덥던 날 갑자기 나는 어떤 연고로 인하여 매미가 되었고, 곧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여, 사실을 말하자면, 지금 나는 매미로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우연히도 매미의 힘을 빌려, 단 하루 동안에 인간으로서의 삶을 처음부터 전혀 새로이 모두 살았다. 그로 인해 나는 더 이상 인간으로 남아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인간의 껍질을 벗고 탈바꿈을 해야 했으며, 그리하여 나는 매미가 된 것이다. - 본문 9쪽

 

 

 

그러고보면, 아침에 일어나 자기가 누군지 아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렇다면 그 동안 아침에 일어나 자기가 누군지 아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은 또한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본문 23쪽

 

 

 

나로서는 나를 감싸고 있는 껍질들을 벗어버리고서 나 자신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비록 양파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아서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공허만 있을 뿐이라 하여도, 내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본문 29쪽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남들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희극은 곧 당사자들의 비극을 담보로 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 희극과 비극의 경계선 위에 놓인 나는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업을 정도로 어색하고 거북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 본문 37쪽

 

 

 

'잠 못 들어 배회하는 자, 잠들지 않기 위해 배회하는 자, 잠든 채 배회하는 자, 잠이라는 배회, 배회라는 잠, 세상은 배회와 잠으로 구성되어 있다.' - 본문 58쪽

 

 

 

인간들이 신생아의 궁둥이를 갈겨서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것도 전생의 일을 잊게 하고서 이승의 세계로 들어오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 영혼을 잃는다. 삶을 얻는 순간 영혼을 잃는다. 삶이 영혼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비극은 죽은 영혼을, 삶의 이름으로 껍데기만 남은 영혼을 진짜 영혼으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살아생전에 경험하는 모든 섬뜩함도 그로부터 말미암는다. - 본문 74쪽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비록 미미하게라도 행복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용감한 자들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세상에 제대로 저항을 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거기에 비해, 공연히 고통스러운 자의식에 젖어서 신경증에 시달리는 것은 가장 비겁하고, 가장 허약한 태도입니다. 실상은 삶에 대해 전혀 저항하지 못하는 겁니다." - 본문 99쪽

 

 

 

삶은 고통을 축으로 하여 축적된다고, 그리고 그 축적된 것들이 고통의 축을 가린다고, 고통의 축이 없는 삶은 진부하고 습관적인 것이어서 생각하기에도 끔찍하다고. - 본문 151쪽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욕망의 주인이 아니다. 타인이 내 욕망의 주인이다. 그러자 무심히 한 그 말이 갑작스레 내게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나를 질타했다. 내가 기대를 걸어야 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의 욕망이었다. - 본문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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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자기
제임스 F. 매스터슨 지음, 임혜련 옮김 / 한국심리치료연구소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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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자기의 취약성에 대해서,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보다 폭넓은 이해가 있기를 바란다.

- 서문 중에서

 

나를 포함한 인간의 성격과 행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분법을 넘어 총체적으로 타인을 받아들여야 할 것과

내 삶의 에너지와 그에 동반된 좌절감을 직시해야 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와 함께 내 인생의 '창조성'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되살아 났다.

내 앞에 자욱히 깔려 있던 무거운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2007년 8월

우리 사회가 자유나 자기표현을 이상화하고 숭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는 그것을 두려워한다. 자유나 자기표현을 통제해줄 사람이나 틀에 박힌 일상이 없으면,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 독립적인 삶이 불안한 것이다. - 본문 23쪽

 

말로는 자유니 독립이니 하는 것들을 환영하면서도, 실제로는 제대로 대면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큰 회사나 조합, 단체, 심지어 병원이나 감옥을 필요로 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그런 곳에서는 그들이 익명으로 존재할 수 있고, 또 누군가가 그들의 인생설계를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 본문 28쪽

 

참 자기의 이미지들은 대개는 현실에서, 일부는 환상에서 나오고, 참 자기의 목적은 현실 과제를 숙달하여 정신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있다. 한편 거짓 자기는 대개 유아적 환상에서 나오고, 거짓 자기의 목적은 현실 과제에 대처하기보다는 방어적 환상을 충족시키는 데 있다. - 본문 43쪽

 

일이 잘 풀리건 안 풀리건, 기분이 좋건 나쁘건, 실패를 수용하건 성공과 더불어 살건, 참 자기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가 성장하고 발전할 때도 한결같은 내적 중심이 있다. 죽음이 임박했을 때, 오래 전 태어나서 긴 세월을 함께 지내온 것은 동일한 "나"이다. - 본문 73쪽

 

참 자기는 우리를 사람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좌절감에서 유리시키지 않는다. 그런 것도 인간사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참 자기는 세상의 고통과 단절된 고치나 격리 병동이 아니다. 일찌감치 참 자기가 생겨나 사춘기를 거치며 더욱 발달하면, 사람들은 실패와 절망에도 잘 견뎌낼 수 있는 독특하고 유능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참 자기에게는 현실세계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있다. - 본문 77쪽

 

우리 모두가 참 자기를 발달시킬 수 있는 동일한 심리적 유전 인자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고, 따라서 성인이 되면 참 자기의 능력에서 나름대로의 장점과 약점을 보인다. 한 그루의 나무만 해도, 과일, 꽃, 잎, 나무껍질, 조직들이 아주 작은 씨앗 하나에서 나오듯이, 인간도 타고난 요소들이 자라고 발달할 것이다. - 본문 81쪽

 

유기 우울증은 포괄적인 어휘로, 그 밑에 정신적 묵시록의 여섯 기수 - 우울증, 공황, 격노, 죄의식, 무력감(절망), 공허감 - 를 거느리고 있다. - 본문 91쪽

 

우울증과 격노는 함께 온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르듯, 분노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엔 대부분의 환자들이 분노의 원인을 정확하게 간파하지 못한다. 분노의 대상은 산만하게 주로 외부로 투사된다. 사람들은 그들의 분노의 대상이 인생이나 세상 일반이라고, 또는 그저 단순한 분노라고 표현한다. 현대를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좌절이 가득하기 때문에 분노와 불쾌감이 당연시되기도 한다. 사실,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뭔가에 분노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이런 분노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리고 조금만 생각해보면 곧 구체적인 원인이 드러난다. 그 원인은 구체적인 피해사례일 수도 있고, 좌절, 혹평, 실망일 수도 있다. 성숙한 사람리아면 이런 것을 인식하고도 상황에 따라 분노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경우, 인생에서 겪는 사소한 좌절도 내면의 격노가 투사되는 과녁이 된다. - 본문 95쪽

 

유기 우울증의 증상인 공황과 공포는 부지중에 퍼지는데, 이뉴는 합당하게 당면한 위험때문이 아니라 지속되는 무의식적 공포에 기인한다. 기만적 역할을 하는 거짓 자기가 표면적으로는 우리를 보호하지만, 그 보호 방식이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한다. 즉, 거짓 자기가 보호하는 미명 하에 감추고 있는 것은 버림받지 않을까, 지지와 격려를 상실하지 않을까, 독립적으로 현실에 대처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홀로 있을 수 있을까 등의 공포라 할 수 있다. - 본문 98쪽

 

거짓 자기가 명령을 내리면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합당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의 재능과 기술을 과소평가하고 내부에서 입 벌리고 있는 공허감에 압도되어 쉽게 차선책을 받아들인다. 이 공허감을 의미 있는 활동이나 관계로 채우기에는 우리 자신이 무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인생은 공허하고 무의미해 보인다. 그들에게는 책임져야 할 시간이 너무나 많다. 하루하루 시간은 따분하게 지속되고, 그들의 삶은 목표를 잃고 방황한다. 그들이 이 공허감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약물 중독자와 같은 자기 파괴적 생활양식을 택한다.  (중략)

그들은 공허감과 무력감, 우울증을 막아줄 다양한 병적 행위에 몰두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공허감이나 무려감, 우울증이 그들의 영혼을 잠식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기 파괴적인 방식으로 유기 우울증을 회피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마약 주사"이다. 그들의 하루는 온통 그런 일에 허비된다.

어떤 사람들의 거짓 자기는 실제로 그들이 마약이나 술, 또는 학대 행위를 하도록 유혹한다. 어떤 사람들은 수동적이 되거나 과도한 백일몽, 무분별한 쇼핑, 과식, 또는 만족감 없는 성관계 등의 막다른 행위에 탐닉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매달리거나 익숙한 장소 또는 가구나 옷, 예술품 같은 물건, 또는 틀에 박힌 일상에 매달리는데, 그런 대상들은 그들이 표면상 빠져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촉진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일차적인 목적은 독립과 자기표현에 연관된 공포의 회피, 즉 유기 우울증의 회피일 뿐이다.  - 본문 167쪽

 

자아 경계가 불안정하면 감정이나 정신 상태가 외적인지 내적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손상된 자아는 내적 기분을 외부세계에 투사하기도 하고 외부환경과 내적 감정 상태를 혼동하기도 한다. - 본문 110쪽

 

정신 역동적인 견지에서 아이에게는 "대상 항상성"이 없기 때문에, 아이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대를 전체적인 실체로 파악하지 못한 채,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어느 한쪽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이다. 좌절하거나 화가 날 때, 그는 일관성 있게 다른 사람과 관계하지 못한다. (중략)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에게도 좋은 면과 나뿐 면이 함께 있다고 인식하는 통합된 자기 개념을 갖지 못할 것이다.  - 본문 113쪽

 

현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 어린아이는 구원환상을 매우 좋아하며, 거짓 자기 때문에 인생을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이 심하게 손상된 환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환자들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적합한 남편이나 아내, 직업, 또는 생활양식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반면, 어떤 환자들은 그들에게 그런 해결책이 있으리라고도 믿지 않는다. - 본문 119쪽

 

자기애적 성격의 기반은 방어적 거짓 자기이다. 자기애적 성경장애자는 이 방어적 거짓 자기를 풍선처럼 잔뜩 팽창시켜 놓아야 하고, 그래야만 부적절하고 파편화된 자기감에 기인한 잠재적 격노나 우울증을 피할 수 있다. 풍선의 바람이 빠지면, 그는 위축된 거짓 자기를 가진 사람처럼 비참하고 불안해 한다. 경계선적 성격장애자의 거짓 자기가 유기 우울증에 대한 공포와 취약성에 몰두하는 반면, 자기애적 성경장애자의 거짓 자기는 우울증에 둔감한 것이 특징이다. 내 사전에 우울증은 없다는 것이 자기애적 성격장애자가 풍기는 공통된 인상이다. - 본문 128쪽

 

자기애적 성격장애자는 자신에 대한 과장된 개념을 지속적으로 충전시켜줄 "지원"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지원"은 구체적으로 그의 과대주의를 강화시키는 활동과 관계를 의미한다. - 본문 129쪽

 

자기애적 성격장애자가 다른 사람에게 정서적으로 전념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손상된 참 자기의 잠재적 공허감, 분노, 우울증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자기애적 성격장애자 내부에 자기 도취나 자기 중심적이 아닌 것은 거의 없다. 정서적으로 전념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과 관심을 다른 사람에게 쏟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자기애적 성격장애자의 삶에 "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 본문 138쪽

 

은밀한 자기애적 성격장애자의 정신 내적 구조 - 전능한 부모 이미지와 융합된 과장된 자기 이미지 -가 과시적 자기애적 성격장애자와 동일한 건 사실이지만, 감정을 쏟는 주 대상은 과장된 자기가 아니라 전능한 타인이다. 그러무르 이 환자는 과장된 자기의 반영을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타인을 이상화하고 그들의 찬사를 바라거나 아니면 단순히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즐긴다." 이런 식으로 그는 잠재되어 있는 유기 우울증을 방어한다. - 본문 145쪽

 

사랑하는 사람을 좋은 특질과 나쁜 특질을 가진 전체적 인간으로 인식하는 능력, 홀로 있을 수 있고 남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보이는 능력, 불안과 우울증을 견디는 능력 그리고 휘둘리거나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공포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정서적으로 몰입하는 능력 등이 요구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애도하는 능력도 중요한데, 애도과정에서는 앞으로의 새로운 관계를 위해 자신을 저서적으로 해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본문 150쪽

 

창조성에 불안을 견디는 의지와 노력, 투쟁이 요구되는 이유는 창조적 노력이 실패나 혹평의 가능성, 심지어 거부당할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 필요악적인 불안을 견디지 못해 창조적 노력을 중단한 채, 그들의 폭발적인 잠재성에 못 미치는 삶을 살며 표면적으로나마 평화를 유지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창조적인 재능이 없다. - 본문 274쪽

 

사실, 그들은 창조적인 표현을 통해서 우울증을 호전시키고 비록 손상된 상태로나마 참 자기를 강화하는데, 그들의 창조적인 표현은 자기 존중감과 자기 활성화 등 다른 손상된 능력까지도 회복시킨다. - 본문 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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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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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제 1회 세계문학상까지 탔고 (상금이 무려 1억원이다)

소설가, 문화평론가들이 일제히 그럴듯한 칭찬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지루했을까.

그래서 어렵다. 뭐라고 그 지루함을 풀어써야 할지. ㅡㅡ;;

 

누구는 미실이 팜므파탈의 전형이라 하고

누구는 모성의 진면목을 본다고 하고

또 누구는 새로운 인간상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와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심히 왜곡된 유교나 가부장제, 호주제, 여권 등이 최근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신라시대나 고려시대를 돌아보면 딸도 호주가 되어 집안을 이끌거나 아들을 재치고 전재산을 물려 받는 등 역사 속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라시대 때 여러명의 위대한 여왕이 있었다는 사실은 두 말하면 잔소리로 자주 인용되는 부분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은 참 새로운 여성상을 소개해준다.

아니, 새롭다기 보단 잊혀졌던 것을 재 발견한 했다는 것이 옳겠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신라의 궁궐 안팎의 '연애사' 역시 흥미롭다.

 

특히 왕의 혈통을 보존할 중대한 의무를 지고 '색'을 수련하고 실천하는 '색공' 집안.

그 안에 보여지는 여성들의 성관념은 꽤나 현대적이고 자유롭다.

치마고리 붙들고 애교나 떨며 못이기는 척 쓰러져주는 그런 여성들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신선한 소재와 관점은 책을 읽어갈 수록

그냥 뻔한 로맨스 소설에 사극의 중후한 옷을 입힌 꼴로 밖에 비쳐지지 않았다.

결국은 사랑이고, 사랑에 죽고 사는 여자들과 남자들의 이야기다.

 

복잡한 인물관계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책은 안 보고 '서문'과 '줄거리'만 읽고 만 느낌 같아 영 서운하고 아리송 한 것도 사실이다.

유기적으로 인물관계를 끌어가고 풀어갈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색공이라는 것도 결국은 공적인 '성노예'나 다름없었다는 냉소적인 감정도 억제할 수 없다.

 

역사를 해석할 때 현재의 관점으로 결코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세종대왕이 후궁 사이에 낳은 자식들이 몇 백명이 된다하여

세종대왕을 파렴치한 바람둥이 난잡꾼으로 볼 수 없다는 점... 동감한다.

 

하지만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다.

<화랑서기>에 등장한 한 여인을 소설로 재해석, 재창조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최근 안방을 차지하는 사극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권력과 사랑을 위해 암투를 벌이던 팜므파탈들의 대향락.

화려한 비단무대 뒤의 쓰디쓴 피눈물. 더구나 여기서 모성애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양념이다.

그래서 지루했나 보다.

알고 봤더니 '신라'라는 새 옷을 입었지 어제 봤던 바로 그 놈이 그 놈이었던 것이다.

 

왕을 만든 것은 그러한 아름답고 지혜롭고 야망있는 여자들이었다....고 짐짓 인심쓰는 듯 여자들을 추켜세우지만 결국 그 여자들 중 누구도 왕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뻔한 이 사실도 뒤없지 못한다면 비평가들이 칭찬하듯 뭐 그렇게 대단한 '상상력'도 아니라고 본다. (소설의 진부함에 예를 들었을 뿐, 그렇다고 여자를 왕으로 만들어 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 소설은 돈과 명예, 권력을 누리는 귀족 집안의 교육 잘 받은 이쁜 딸래미에 대한 자전적 소설이 되었을 뿐. 먼 역사와 오늘을 연결해 줄 진정한 '젠더'에 대한 고찰이나 고민은 별로 실감하지 못한 바다. 물론 내 글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사극을 보면서 남자들의 뒷담으로 쉽게 하던 말이 생각난다.

'왕이 되면 좋겠어'

'왜?'

'그 많은 후궁이 다 내꺼잖아... '

'ㅡㅡ;;'

 

이 글을 보고 문득 여자들이 뒷담으로 이런 얘길 하지 않을까?

'신라시대 색공 집안에 태어났음 좋았겠어'

'왜?'

'황제랑도 자고, 황제 아버지랑 황제 아들과도 자고, 황제 형제랑도 자고, 그 나머지도 많잖아'

'ㅡㅡ;;'

 

 

2006년 8월, 곧 다가올 가을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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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 Book 7 (Hardcover, 영국판, Children's Edition) - Harry Potter Series 7 Harry Potter 영국판-하드커버
조앤 K. 롤링 지음 / Bloomsbury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장작 11년의 장기 릴레이.(내가 알기로 첫 번째 시리즈가 1997년 발매되었다)

그 먼 길을 함께 달려 온 독자들에게 이보다 큰 보상도, 위안도, 선물도 없을 것이다.

 

일약 전세계의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화까지 되고, 작가도 억만장자에 스타덤에 오르면서

그러한 후광과 마케팅의 거품을 넘어 모든 작품이 독자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11년 간, 아니 해리포터가 처음 탄생한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작가의 한결같은 성실함과 작품에 대한 애정, 또한 독자에 대한 의리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해리포터 시리즈는 한낱 애들이나 보는 판타지 동화에서

일약 남녀노소 불구하고 빠져들게 되는 '작품성'마저 겸비하게 된 것이 아닐까.

 

마지막 대단원을 내리기 전에 우선은 5편 '불사조 기사단'영화를 보고, 6권 '혼혈 왕자'를 다시 읽어야 했다.

처음 1-4권을 읽었던 2001년 이후, 한 권 한 권 발매 되는 시리즈간의 간극도 간극이지만,

4권 이후로는 인물과 사건의 갈등 관계가 복잡해져서 그저 만만히 덤빌 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맘 같아선 1권부터 다시 읽고 싶었지만, 7권을 한 시라도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 차마 욕심 내지 못했다.

 

그렇게 전 작 두 편으로 복습을 하고, 막상 책을 펼쳐 들었을 때는 기대감 못지 않게, 두려움이 일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로 그동안 해리포터를 통해 누렸던 기쁨과 감동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전작 못지않게 책에 몰입하면서 밤잠을 설쳐 단숨에 책을 읽어 나갈 때는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와 문장력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늘 예상 밖의 인물과 사건전개로 글의 흐름이 쫀득 쫀득 한 것이 좋다.

너무 서두르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 않게 시간과 사건의 탄력적인 구성!

 

선과 악, 즉 해리와 볼드모트라는 너무나 명확한 대립구조가 처음부터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와 캐릭터는 단순한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 성장해 간다는 것이 가장 맘에 든다.

가령 리의 어린 영웅 해리는 어떠한가. 어리석고, 무모하고, 고집불통에, 때론 대책 없이 우유부단하다. 

물론 안쓰럽고, 대견하고, 참 멋진 놈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리와 궁함이 안 맞다.

 

여기서 또 하나의 위다한 판타지 걸작, 반지제왕의 프로도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불가능한 임무'를 운명처럼 이고갈 선택받은 존재가 되었지만, 해리나 프로도는

지금까지 수많은 판타지나 헐리우드 영화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영웅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절대 선이자 지혜의 상징인 덤블도어의 과거나, 뜻밖의 죽음, 불사조 기사단의 인간적 약점들.

절대 악인 볼드모어의 과거와 추종자들의 운명.

만인의 미움을 받았던 스네이프나 몰포이 가족의 결말은 인상적인 동시에 감동적이기 까지 한다. 

 

사실 공동의 적을 갖는 것이 가장 쉽게 친구가 되는 길이라 했던가?

절대 악을 설정하는 것은 절대 선을 설정하는 것 보다 더욱 간편하고 쉽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롤링이 악인을 다루는 방식이 특히 마음에 든다.

약자와 타자, 아웃사이더에 대한 따뜻한 시건이 느껴지는 수 많은 캐릭터와 사건들,

그리고 주인공들의 인간적 헛점과 실수의 연속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세상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이분법할 수 없다는 나의 오랜 믿음. (물론 정말 나쁜 인간이 더러 있기는 하다)

흑백논리가 때로는 얼마나 효율적이며, 손쉽게 진심과 진실을 숨기거나 왜곡할 수 있는지 안다면,

재미와 흥미거리로 가득한 판타지 동화 해리포터 시리즈가 전하는

다양성과 관용, 지혜와 유머감각, 사랑과 우정, 의리와 믿음, 아픔과 성찰은 결코 가벼히 보아 넘길 것이 아니리라.

 

2007년 9월

 

 

 



 

 

한글번역서는 읽어보지 않았다.

그나마 영어 감각(?)을 유지하고, 원작의 문장미와 행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또 외국어보다 어려운 우리말 번역글이 넘쳐나는 현실이기에

가급적 영어권 작가가 쓴 책은 원서를 구해 읽는 편이다.

 

해리포터도 그래서 꾸준히 영국판 원작으로만 읽어왔다.

영어 원문은 영어 공부 대충한 사람이 보아도, 맛깔스럽게 잘 썼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영어 독해능력이나 회화능력 향상, 또는 영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원작에 도전해보라고 추천한다.

나는 곧 오디오 북을 통해 해리포터와 1권부터 다시 데이트를 할 작정이다.

눈으로 보는 만큼, 귀로 듣는 원작의 감동과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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