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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최수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그러나 나는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 얼마 전부터 나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채 살고 있었다. 나는 어딘지도 모르는 채 그 장소에 익숙해져왔다. 어쩔 수 없이 아마 이번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나는 오래 전부터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살아오고 있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그런 나 자신에게 익숙해져왔다. 어쩔 수 없이 아마 이번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 본문 7쪽
어느 날, 인간 중에 매미가 되어버린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나다. 어느 무덥던 날 갑자기 나는 어떤 연고로 인하여 매미가 되었고, 곧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여, 사실을 말하자면, 지금 나는 매미로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우연히도 매미의 힘을 빌려, 단 하루 동안에 인간으로서의 삶을 처음부터 전혀 새로이 모두 살았다. 그로 인해 나는 더 이상 인간으로 남아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인간의 껍질을 벗고 탈바꿈을 해야 했으며, 그리하여 나는 매미가 된 것이다. - 본문 9쪽
그러고보면, 아침에 일어나 자기가 누군지 아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렇다면 그 동안 아침에 일어나 자기가 누군지 아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은 또한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본문 23쪽
나로서는 나를 감싸고 있는 껍질들을 벗어버리고서 나 자신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비록 양파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아서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공허만 있을 뿐이라 하여도, 내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본문 29쪽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남들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희극은 곧 당사자들의 비극을 담보로 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 희극과 비극의 경계선 위에 놓인 나는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업을 정도로 어색하고 거북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 본문 37쪽
'잠 못 들어 배회하는 자, 잠들지 않기 위해 배회하는 자, 잠든 채 배회하는 자, 잠이라는 배회, 배회라는 잠, 세상은 배회와 잠으로 구성되어 있다.' - 본문 58쪽
인간들이 신생아의 궁둥이를 갈겨서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것도 전생의 일을 잊게 하고서 이승의 세계로 들어오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 영혼을 잃는다. 삶을 얻는 순간 영혼을 잃는다. 삶이 영혼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비극은 죽은 영혼을, 삶의 이름으로 껍데기만 남은 영혼을 진짜 영혼으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살아생전에 경험하는 모든 섬뜩함도 그로부터 말미암는다. - 본문 74쪽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비록 미미하게라도 행복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용감한 자들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세상에 제대로 저항을 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거기에 비해, 공연히 고통스러운 자의식에 젖어서 신경증에 시달리는 것은 가장 비겁하고, 가장 허약한 태도입니다. 실상은 삶에 대해 전혀 저항하지 못하는 겁니다." - 본문 99쪽
삶은 고통을 축으로 하여 축적된다고, 그리고 그 축적된 것들이 고통의 축을 가린다고, 고통의 축이 없는 삶은 진부하고 습관적인 것이어서 생각하기에도 끔찍하다고. - 본문 151쪽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욕망의 주인이 아니다. 타인이 내 욕망의 주인이다. 그러자 무심히 한 그 말이 갑작스레 내게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나를 질타했다. 내가 기대를 걸어야 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의 욕망이었다. - 본문 179쪽
그러나 나는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 얼마 전부터 나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채 살고 있었다. 나는 어딘지도 모르는 채 그 장소에 익숙해져왔다. 어쩔 수 없이 아마 이번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나는 오래 전부터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살아오고 있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그런 나 자신에게 익숙해져왔다. 어쩔 수 없이 아마 이번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 본문 7쪽
어느 날, 인간 중에 매미가 되어버린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나다. 어느 무덥던 날 갑자기 나는 어떤 연고로 인하여 매미가 되었고, 곧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여, 사실을 말하자면, 지금 나는 매미로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우연히도 매미의 힘을 빌려, 단 하루 동안에 인간으로서의 삶을 처음부터 전혀 새로이 모두 살았다. 그로 인해 나는 더 이상 인간으로 남아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인간의 껍질을 벗고 탈바꿈을 해야 했으며, 그리하여 나는 매미가 된 것이다. - 본문 9쪽
그러고보면, 아침에 일어나 자기가 누군지 아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렇다면 그 동안 아침에 일어나 자기가 누군지 아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은 또한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본문 23쪽
나로서는 나를 감싸고 있는 껍질들을 벗어버리고서 나 자신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비록 양파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아서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공허만 있을 뿐이라 하여도, 내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본문 29쪽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남들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희극은 곧 당사자들의 비극을 담보로 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 희극과 비극의 경계선 위에 놓인 나는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업을 정도로 어색하고 거북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 본문 37쪽
'잠 못 들어 배회하는 자, 잠들지 않기 위해 배회하는 자, 잠든 채 배회하는 자, 잠이라는 배회, 배회라는 잠, 세상은 배회와 잠으로 구성되어 있다.' - 본문 58쪽
인간들이 신생아의 궁둥이를 갈겨서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것도 전생의 일을 잊게 하고서 이승의 세계로 들어오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 영혼을 잃는다. 삶을 얻는 순간 영혼을 잃는다. 삶이 영혼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비극은 죽은 영혼을, 삶의 이름으로 껍데기만 남은 영혼을 진짜 영혼으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살아생전에 경험하는 모든 섬뜩함도 그로부터 말미암는다. - 본문 74쪽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비록 미미하게라도 행복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용감한 자들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세상에 제대로 저항을 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거기에 비해, 공연히 고통스러운 자의식에 젖어서 신경증에 시달리는 것은 가장 비겁하고, 가장 허약한 태도입니다. 실상은 삶에 대해 전혀 저항하지 못하는 겁니다." - 본문 99쪽
삶은 고통을 축으로 하여 축적된다고, 그리고 그 축적된 것들이 고통의 축을 가린다고, 고통의 축이 없는 삶은 진부하고 습관적인 것이어서 생각하기에도 끔찍하다고. - 본문 151쪽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욕망의 주인이 아니다. 타인이 내 욕망의 주인이다. 그러자 무심히 한 그 말이 갑작스레 내게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나를 질타했다. 내가 기대를 걸어야 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의 욕망이었다. - 본문 179쪽
그러나 나는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 얼마 전부터 나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채 살고 있었다. 나는 어딘지도 모르는 채 그 장소에 익숙해져왔다. 어쩔 수 없이 아마 이번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나는 오래 전부터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살아오고 있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그런 나 자신에게 익숙해져왔다. 어쩔 수 없이 아마 이번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 본문 7쪽
어느 날, 인간 중에 매미가 되어버린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나다. 어느 무덥던 날 갑자기 나는 어떤 연고로 인하여 매미가 되었고, 곧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여, 사실을 말하자면, 지금 나는 매미로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우연히도 매미의 힘을 빌려, 단 하루 동안에 인간으로서의 삶을 처음부터 전혀 새로이 모두 살았다. 그로 인해 나는 더 이상 인간으로 남아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인간의 껍질을 벗고 탈바꿈을 해야 했으며, 그리하여 나는 매미가 된 것이다. - 본문 9쪽
그러고보면, 아침에 일어나 자기가 누군지 아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렇다면 그 동안 아침에 일어나 자기가 누군지 아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은 또한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본문 23쪽
나로서는 나를 감싸고 있는 껍질들을 벗어버리고서 나 자신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비록 양파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아서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공허만 있을 뿐이라 하여도, 내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본문 29쪽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남들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희극은 곧 당사자들의 비극을 담보로 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 희극과 비극의 경계선 위에 놓인 나는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업을 정도로 어색하고 거북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 본문 37쪽
'잠 못 들어 배회하는 자, 잠들지 않기 위해 배회하는 자, 잠든 채 배회하는 자, 잠이라는 배회, 배회라는 잠,
세상은 배회와 잠으로 구성되어 있다.' - 본문 58쪽
인간들이 신생아의 궁둥이를 갈겨서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것도 전생의 일을 잊게 하고서 이승의 세계로 들어오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 영혼을 잃는다.
삶을 얻는 순간 영혼을 잃는다. 삶이 영혼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비극은 죽은 영혼을, 삶의 이름으로 껍데기만 남은 영혼을 진짜 영혼으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살아생전에 경험하는 모든 섬뜩함도 그로부터 말미암는다. - 본문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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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비록 미미하게라도 행복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용감한 자들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세상에 제대로 저항을 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거기에 비해, 공연히 고통스러운 자의식에 젖어서 신경증에 시달리는 것은 가장 비겁하고, 가장 허약한 태도입니다. 실상은 삶에 대해 전혀 저항하지 못하는 겁니다." - 본문 99쪽
삶은 고통을 축으로 하여 축적된다고, 그리고 그 축적된 것들이 고통의 축을 가린다고, 고통의 축이 없는 삶은 진부하고 습관적인 것이어서 생각하기에도 끔찍하다고. - 본문 151쪽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욕망의 주인이 아니다. 타인이 내 욕망의 주인이다. 그러자 무심히 한 그 말이 갑작스레 내게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나를 질타했다.
내가 기대를 걸어야 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의 욕망이었다. - 본문 1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