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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자기
제임스 F. 매스터슨 지음, 임혜련 옮김 / 한국심리치료연구소 / 2000년 11월
평점 :
우리 모두가 자기의 취약성에 대해서,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보다 폭넓은 이해가 있기를 바란다.
- 서문 중에서
나를 포함한 인간의 성격과 행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분법을 넘어 총체적으로 타인을 받아들여야 할 것과
내 삶의 에너지와 그에 동반된 좌절감을 직시해야 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와 함께 내 인생의 '창조성'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되살아 났다.
내 앞에 자욱히 깔려 있던 무거운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2007년 8월
우리 사회가 자유나 자기표현을 이상화하고 숭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는 그것을 두려워한다. 자유나 자기표현을 통제해줄 사람이나 틀에 박힌 일상이 없으면,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 독립적인 삶이 불안한 것이다. - 본문 23쪽
말로는 자유니 독립이니 하는 것들을 환영하면서도, 실제로는 제대로 대면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큰 회사나 조합, 단체, 심지어 병원이나 감옥을 필요로 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그런 곳에서는 그들이 익명으로 존재할 수 있고, 또 누군가가 그들의 인생설계를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 본문 28쪽
참 자기의 이미지들은 대개는 현실에서, 일부는 환상에서 나오고, 참 자기의 목적은 현실 과제를 숙달하여 정신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있다. 한편 거짓 자기는 대개 유아적 환상에서 나오고, 거짓 자기의 목적은 현실 과제에 대처하기보다는 방어적 환상을 충족시키는 데 있다. - 본문 43쪽
일이 잘 풀리건 안 풀리건, 기분이 좋건 나쁘건, 실패를 수용하건 성공과 더불어 살건, 참 자기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가 성장하고 발전할 때도 한결같은 내적 중심이 있다. 죽음이 임박했을 때, 오래 전 태어나서 긴 세월을 함께 지내온 것은 동일한 "나"이다. - 본문 73쪽
참 자기는 우리를 사람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좌절감에서 유리시키지 않는다. 그런 것도 인간사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참 자기는 세상의 고통과 단절된 고치나 격리 병동이 아니다. 일찌감치 참 자기가 생겨나 사춘기를 거치며 더욱 발달하면, 사람들은 실패와 절망에도 잘 견뎌낼 수 있는 독특하고 유능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참 자기에게는 현실세계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있다. - 본문 77쪽
우리 모두가 참 자기를 발달시킬 수 있는 동일한 심리적 유전 인자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고, 따라서 성인이 되면 참 자기의 능력에서 나름대로의 장점과 약점을 보인다. 한 그루의 나무만 해도, 과일, 꽃, 잎, 나무껍질, 조직들이 아주 작은 씨앗 하나에서 나오듯이, 인간도 타고난 요소들이 자라고 발달할 것이다. - 본문 81쪽
유기 우울증은 포괄적인 어휘로, 그 밑에 정신적 묵시록의 여섯 기수 - 우울증, 공황, 격노, 죄의식, 무력감(절망), 공허감 - 를 거느리고 있다. - 본문 91쪽
우울증과 격노는 함께 온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르듯, 분노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엔 대부분의 환자들이 분노의 원인을 정확하게 간파하지 못한다. 분노의 대상은 산만하게 주로 외부로 투사된다. 사람들은 그들의 분노의 대상이 인생이나 세상 일반이라고, 또는 그저 단순한 분노라고 표현한다. 현대를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좌절이 가득하기 때문에 분노와 불쾌감이 당연시되기도 한다. 사실,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뭔가에 분노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이런 분노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리고 조금만 생각해보면 곧 구체적인 원인이 드러난다. 그 원인은 구체적인 피해사례일 수도 있고, 좌절, 혹평, 실망일 수도 있다. 성숙한 사람리아면 이런 것을 인식하고도 상황에 따라 분노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경우, 인생에서 겪는 사소한 좌절도 내면의 격노가 투사되는 과녁이 된다. - 본문 95쪽
유기 우울증의 증상인 공황과 공포는 부지중에 퍼지는데, 이뉴는 합당하게 당면한 위험때문이 아니라 지속되는 무의식적 공포에 기인한다. 기만적 역할을 하는 거짓 자기가 표면적으로는 우리를 보호하지만, 그 보호 방식이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한다. 즉, 거짓 자기가 보호하는 미명 하에 감추고 있는 것은 버림받지 않을까, 지지와 격려를 상실하지 않을까, 독립적으로 현실에 대처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홀로 있을 수 있을까 등의 공포라 할 수 있다. - 본문 98쪽
거짓 자기가 명령을 내리면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합당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의 재능과 기술을 과소평가하고 내부에서 입 벌리고 있는 공허감에 압도되어 쉽게 차선책을 받아들인다. 이 공허감을 의미 있는 활동이나 관계로 채우기에는 우리 자신이 무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인생은 공허하고 무의미해 보인다. 그들에게는 책임져야 할 시간이 너무나 많다. 하루하루 시간은 따분하게 지속되고, 그들의 삶은 목표를 잃고 방황한다. 그들이 이 공허감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약물 중독자와 같은 자기 파괴적 생활양식을 택한다. (중략)
그들은 공허감과 무력감, 우울증을 막아줄 다양한 병적 행위에 몰두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공허감이나 무려감, 우울증이 그들의 영혼을 잠식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기 파괴적인 방식으로 유기 우울증을 회피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마약 주사"이다. 그들의 하루는 온통 그런 일에 허비된다.
어떤 사람들의 거짓 자기는 실제로 그들이 마약이나 술, 또는 학대 행위를 하도록 유혹한다. 어떤 사람들은 수동적이 되거나 과도한 백일몽, 무분별한 쇼핑, 과식, 또는 만족감 없는 성관계 등의 막다른 행위에 탐닉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매달리거나 익숙한 장소 또는 가구나 옷, 예술품 같은 물건, 또는 틀에 박힌 일상에 매달리는데, 그런 대상들은 그들이 표면상 빠져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촉진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일차적인 목적은 독립과 자기표현에 연관된 공포의 회피, 즉 유기 우울증의 회피일 뿐이다. - 본문 167쪽
자아 경계가 불안정하면 감정이나 정신 상태가 외적인지 내적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손상된 자아는 내적 기분을 외부세계에 투사하기도 하고 외부환경과 내적 감정 상태를 혼동하기도 한다. - 본문 110쪽
정신 역동적인 견지에서 아이에게는 "대상 항상성"이 없기 때문에, 아이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대를 전체적인 실체로 파악하지 못한 채,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어느 한쪽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이다. 좌절하거나 화가 날 때, 그는 일관성 있게 다른 사람과 관계하지 못한다. (중략)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에게도 좋은 면과 나뿐 면이 함께 있다고 인식하는 통합된 자기 개념을 갖지 못할 것이다. - 본문 113쪽
현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 어린아이는 구원환상을 매우 좋아하며, 거짓 자기 때문에 인생을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이 심하게 손상된 환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환자들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적합한 남편이나 아내, 직업, 또는 생활양식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반면, 어떤 환자들은 그들에게 그런 해결책이 있으리라고도 믿지 않는다. - 본문 119쪽
자기애적 성격의 기반은 방어적 거짓 자기이다. 자기애적 성경장애자는 이 방어적 거짓 자기를 풍선처럼 잔뜩 팽창시켜 놓아야 하고, 그래야만 부적절하고 파편화된 자기감에 기인한 잠재적 격노나 우울증을 피할 수 있다. 풍선의 바람이 빠지면, 그는 위축된 거짓 자기를 가진 사람처럼 비참하고 불안해 한다. 경계선적 성격장애자의 거짓 자기가 유기 우울증에 대한 공포와 취약성에 몰두하는 반면, 자기애적 성경장애자의 거짓 자기는 우울증에 둔감한 것이 특징이다. 내 사전에 우울증은 없다는 것이 자기애적 성격장애자가 풍기는 공통된 인상이다. - 본문 128쪽
자기애적 성격장애자는 자신에 대한 과장된 개념을 지속적으로 충전시켜줄 "지원"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지원"은 구체적으로 그의 과대주의를 강화시키는 활동과 관계를 의미한다. - 본문 129쪽
자기애적 성격장애자가 다른 사람에게 정서적으로 전념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손상된 참 자기의 잠재적 공허감, 분노, 우울증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자기애적 성격장애자 내부에 자기 도취나 자기 중심적이 아닌 것은 거의 없다. 정서적으로 전념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과 관심을 다른 사람에게 쏟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자기애적 성격장애자의 삶에 "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 본문 138쪽
은밀한 자기애적 성격장애자의 정신 내적 구조 - 전능한 부모 이미지와 융합된 과장된 자기 이미지 -가 과시적 자기애적 성격장애자와 동일한 건 사실이지만, 감정을 쏟는 주 대상은 과장된 자기가 아니라 전능한 타인이다. 그러무르 이 환자는 과장된 자기의 반영을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타인을 이상화하고 그들의 찬사를 바라거나 아니면 단순히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즐긴다." 이런 식으로 그는 잠재되어 있는 유기 우울증을 방어한다. - 본문 145쪽
사랑하는 사람을 좋은 특질과 나쁜 특질을 가진 전체적 인간으로 인식하는 능력, 홀로 있을 수 있고 남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보이는 능력, 불안과 우울증을 견디는 능력 그리고 휘둘리거나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공포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정서적으로 몰입하는 능력 등이 요구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애도하는 능력도 중요한데, 애도과정에서는 앞으로의 새로운 관계를 위해 자신을 저서적으로 해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본문 150쪽
창조성에 불안을 견디는 의지와 노력, 투쟁이 요구되는 이유는 창조적 노력이 실패나 혹평의 가능성, 심지어 거부당할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 필요악적인 불안을 견디지 못해 창조적 노력을 중단한 채, 그들의 폭발적인 잠재성에 못 미치는 삶을 살며 표면적으로나마 평화를 유지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창조적인 재능이 없다. - 본문 274쪽
사실, 그들은 창조적인 표현을 통해서 우울증을 호전시키고 비록 손상된 상태로나마 참 자기를 강화하는데, 그들의 창조적인 표현은 자기 존중감과 자기 활성화 등 다른 손상된 능력까지도 회복시킨다. - 본문 2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