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 11년의 장기 릴레이.(내가 알기로 첫 번째 시리즈가 1997년 발매되었다)
그 먼 길을 함께 달려 온 독자들에게 이보다 큰 보상도, 위안도, 선물도 없을 것이다.
일약 전세계의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화까지 되고, 작가도 억만장자에 스타덤에 오르면서
그러한 후광과 마케팅의 거품을 넘어 모든 작품이 독자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11년 간, 아니 해리포터가 처음 탄생한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작가의 한결같은 성실함과 작품에 대한 애정, 또한 독자에 대한 의리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해리포터 시리즈는 한낱 애들이나 보는 판타지 동화에서
일약 남녀노소 불구하고 빠져들게 되는 '작품성'마저 겸비하게 된 것이 아닐까.
마지막 대단원을 내리기 전에 우선은 5편 '불사조 기사단'영화를 보고, 6권 '혼혈 왕자'를 다시 읽어야 했다.
처음 1-4권을 읽었던 2001년 이후, 한 권 한 권 발매 되는 시리즈간의 간극도 간극이지만,
4권 이후로는 인물과 사건의 갈등 관계가 복잡해져서 그저 만만히 덤빌 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맘 같아선 1권부터 다시 읽고 싶었지만, 7권을 한 시라도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 차마 욕심 내지 못했다.
그렇게 전 작 두 편으로 복습을 하고, 막상 책을 펼쳐 들었을 때는 기대감 못지 않게, 두려움이 일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로 그동안 해리포터를 통해 누렸던 기쁨과 감동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전작 못지않게 책에 몰입하면서 밤잠을 설쳐 단숨에 책을 읽어 나갈 때는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와 문장력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늘 예상 밖의 인물과 사건전개로 글의 흐름이 쫀득 쫀득 한 것이 좋다.
너무 서두르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 않게 시간과 사건의 탄력적인 구성!
선과 악, 즉 해리와 볼드모트라는 너무나 명확한 대립구조가 처음부터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와 캐릭터는 단순한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 성장해 간다는 것이 가장 맘에 든다.
가령 리의 어린 영웅 해리는 어떠한가. 어리석고, 무모하고, 고집불통에, 때론 대책 없이 우유부단하다.
물론 안쓰럽고, 대견하고, 참 멋진 놈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리와 궁함이 안 맞다.
여기서 또 하나의 위다한 판타지 걸작, 반지제왕의 프로도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불가능한 임무'를 운명처럼 이고갈 선택받은 존재가 되었지만, 해리나 프로도는
지금까지 수많은 판타지나 헐리우드 영화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영웅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절대 선이자 지혜의 상징인 덤블도어의 과거나, 뜻밖의 죽음, 불사조 기사단의 인간적 약점들.
절대 악인 볼드모어의 과거와 추종자들의 운명.
만인의 미움을 받았던 스네이프나 몰포이 가족의 결말은 인상적인 동시에 감동적이기 까지 한다.
사실 공동의 적을 갖는 것이 가장 쉽게 친구가 되는 길이라 했던가?
절대 악을 설정하는 것은 절대 선을 설정하는 것 보다 더욱 간편하고 쉽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롤링이 악인을 다루는 방식이 특히 마음에 든다.
약자와 타자, 아웃사이더에 대한 따뜻한 시건이 느껴지는 수 많은 캐릭터와 사건들,
그리고 주인공들의 인간적 헛점과 실수의 연속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세상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이분법할 수 없다는 나의 오랜 믿음. (물론 정말 나쁜 인간이 더러 있기는 하다)
흑백논리가 때로는 얼마나 효율적이며, 손쉽게 진심과 진실을 숨기거나 왜곡할 수 있는지 안다면,
재미와 흥미거리로 가득한 판타지 동화 해리포터 시리즈가 전하는
다양성과 관용, 지혜와 유머감각, 사랑과 우정, 의리와 믿음, 아픔과 성찰은 결코 가벼히 보아 넘길 것이 아니리라.
2007년 9월







한글번역서는 읽어보지 않았다.
그나마 영어 감각(?)을 유지하고, 원작의 문장미와 행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또 외국어보다 어려운 우리말 번역글이 넘쳐나는 현실이기에
가급적 영어권 작가가 쓴 책은 원서를 구해 읽는 편이다.
해리포터도 그래서 꾸준히 영국판 원작으로만 읽어왔다.
영어 원문은 영어 공부 대충한 사람이 보아도, 맛깔스럽게 잘 썼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영어 독해능력이나 회화능력 향상, 또는 영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원작에 도전해보라고 추천한다.
나는 곧 오디오 북을 통해 해리포터와 1권부터 다시 데이트를 할 작정이다.
눈으로 보는 만큼, 귀로 듣는 원작의 감동과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