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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시와 시인 - 시인 이문재가 만난 시인 20명
이문재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참 아름다운 책인듯...
언니도 읽고 행복해지길.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난 9월 말 인천공항에서 참 좋아하는 대학 동기 하나가 손에 쥐어 준 책.
지난 몇 주간 아주 천천히 읽고 있다.
꼭꼭 씹어서 천천히 삼켜야 하는 책이다.
입 안에 오래 오래 물고 있어야 한다.
그 섬세한 언어의 맛, 인생의 맛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제목 그대로 지난 몇 년간 이문재가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그렇게 꼭꼭 씹어 넘긴 시인들과 시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시가 아니라 시인에 대한 에세이다. 왜 그가 그런 시를 쓸 수 밖에 없었는가, 왜 그런 시를 써야 했는가에 대한 변명과 양해로 가득하다.
동기의 말 대로 아름다운 책이다.
그리고 참 '착한' 글이다.
컴퓨터 시대에 몽땅연필을 쥐고 시와 시인을 말하는 이 글은 '때 묻은' 향수로 가득차 있다. 그 '때 묻은' 향수가 참 아프다.
이성복 시인이 그랬다. "시는 그렇지 않은데, 소도둑처럼 생겼네"< 본문 9페이지>
하지만 요즘 세상에 '소도둑'이 아니면 시도 못 쓸 테다. 그렇게 소도둑 같이 생긴 이문재, 글도 참 잘 쓴다. 단어 하나 하나, 표현 하나 하나, 시인을 만나는 문체 하나 하나 글쓰기의 귀감이 되는 듯했다.
덕분에 나도 누구가의 표현처럼 모든 시민이 '시인'이 되는 '시인공화국'을 꿈꾸게 된다. 모두가 이문재가 만난 그 '시인' 같은 시인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한결 따뜻하고, 섬세하고, 맑아질 터. 아프고 아프다가 끝내 새롭게 태어나는 세상이 될 터.
2006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