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선인장 2004-09-21  

비 오고 난 뒤
낮에는 비가 참 많이 왔지요. 그래서 바지가 몽땅 젖어버렸어요. 처음으로 입은 청바지인데, 비 오는 날은 옷 갈아입지 말라고 엄마가 그랬는데... 아직도 저는 철이 안 들어나봐요. 빨래 한 번 하지 않으면서도, 냉큼 새 옷만 집어 입으니...
그래두요, 오늘 저녁 해가 지는 모습은 너무나 근사했어요. 여기서는 북한산 너머로, 해사 지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그걸 봤으면 오즈마님이 아주 좋아했을 거 같아요. 미국 가는 동생 편에 카메라를 들려보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까 마음 속으로만 상상해요. 아주아주 빨간 해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로, 산 아래로 쏙 내려가는 모습을요... 그리고 힘을 내세요.
시간이 지나니까 아까 젖었던 바지가 다 말랐어요. 그러니까 오즈마님도 힘을 내세요. 오즈마님의 젖은 마음도 금세 뽀송뽀송해질 거에요.
 
 
코코죠 2004-09-22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북한산 아래에서 태어났어요. 그리고 그 줄기에서 자라났지요. 제가 불렀던 교가의 어느 부분에는 "북한산 정기받은..." 어쩌구 하는 부분이 있었을지도 몰라요. 선인장님, 그래요 저도 그 노을을 마치 어제 본 것처럼 선연하게 기억할 수 있어요 :)

맞아요, 낮에는 비가 왔어요. 그래서 저는 약속을 취소하고 그냥 집에 있으려고 했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가 막 포기하려는 순간 비가 그치지 뭐에요. 그래서 저는 우산도 들지 않고 집을 나섰어요.

선인장님의 바지는 비록 비에 젖었지만 무척 예뻤을 거에요... 굳이 굳이 입어 준 선인장님의 마음 덕분에 청바지는 기뻤을 테고요...바싹 마른 착한 청바지를 개키며 오즈마 생각을 해준 선인장님 덕분에...저도 뽀송보송해졌댔어요.

고마워요 선인장님 :)
 


mannerist 2004-09-20  

D시에는 잘 다녀오셨나요?
맛난 거 많이 먹었어요?
울지는 않았겠죠?
즐겁게 지내세요.
간혹 나름대로 넓은 성북구 내에서 마주칠지도 몰라요.
날이 점점 서늘해지고 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롱코트 입을 시즌도 다가오구요.
그때 보고 안녕. 하면 커피나 한잔. 키득.
 
 
코코죠 2004-09-2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도시에는 잘 다녀왔어요.
맛난 거도 많이 먹었구요,
울지도 않았어요. 진짜로 그랬다니까요. 다만 어떤 바보는 조금 울더라구요...
즐겁게 지낼게요.
고마워요...

이 넓은 성북구 내에서 마주친다면 말이죠,
제가 아는 돈암동의 좋은 빵집에서 우리 단팥빵 먹어요 :)
그러고보니 제가 좋아하는 빨간 더플코트를 입을 시기이기도 해요.
또, 또, 새로산 보라색 쟈켓과 치마를 입을 수도 있어요,
저는 그 옷을 입고 또 다른 도시에 놀러갈 생각인데, 괜찮으시다면 함께 가시겠어요 :)

그때보고 안녕, 하면 빵이나 한입. 후후.
 


tarsta 2004-09-19  

헤이리에 다녀왔어요.
가는 길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작정 자유로를 탔어요.
파주 출판단지를 헤메다가 똘똘한 친구덕에 잘 찾아갔지요.
오즈마님, 근데 나 헤이리에 갔을 때 오즈마님의 퉁퉁 부은 발을 생각하면서도 거기가 너무 좋았어요.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둔 풀숲이랑 블럭을 깔아놓은 길이랑, 길 가장자리도 이따만한 포석인가 하는 시멘트 덩어리가 아니라 자연스레 꾸불텅. 올라간 블럭 그대로여서, 그 길과 풀숲과 산과 건물과, 그 건물을 채우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맘에 들어서,
그걸 다 만들었을 사람들의 퉁퉁 부은 발과 손을 그냥 잊고 흔들흔들 돌아다녔어요. 그래서 실은 좀 미안해요. 그래도 이렇게 즐겁게 다녀와서, 다음번엔 꼭 아이를 데리고 가서 보여줘야지 생각했어요.
세 군데의 책방을 다 가봤는데 오즈마님같은 분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중의 어딘가를 아마도 오즈마님이 걸었었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웃으며 지나갔더랍니다.
집에 와 아침에 받고 그대로 둔 택배 상자를 뜯으니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1 2 3권이 있었어요. 오즈마님의 리뷰를 읽고 얼마전에 주문했었거든요. 오즈의 마법사를 제대로 읽는 게 처음이라는걸 책을 펴면서 알았어요.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마치 다 아는 듯 생각되는 책이 있다더니 제겐 오즈의 마법사가 그랬더군요.
불쌍한 허수아비 혼자 뗏목에서 떨어져 강가에 남아있네요. 이 허수아비가 어떻게 될지 좀 더 봐야겠어요.
오즈를 알게해준 오즈마님. 고마워서 인사 남깁니다.
발 대고 사진 찍으셨는지 궁금해요. 흐흐. 다음에 또 올께요 오즈마님. :)
 
 
코코죠 2004-09-2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스타님, 저는요, 그 도시를 만들 때 부터 타스타님이 그 곳을 사랑하게 될 것을 예감했어요. 아아, 정말이에요.

타스타님, 혹여 제가 약속드린 커피 한잔 때문에 발부르트게 그 넓은 곳을 헤메신 건 아닐테죠. 정말 죄송해요, 그 커피의 약속은 지키지 못하게 되었어요 :) 그만둬 버렸거든요. 타스타님의 팔짱을 끼고 제가 외우고 있는 그곳에 대한 설명을 조곤조곤 드리고 싶었는데, 어쩌다 그렇게 되었어요 :)
하지만 하지만, 이렇게 그 땅에서 저를 생각해 주시는 분이 있었다니 정말이지 큰 마음의 위로가 되었어요. 적절한 순간에 힘이 되었어요. 저는 그곳에도 있고, 타스타님의 책상자 속에도 있어요.

그리고 타스타님이 그곳에 가실때 저는 김지님과 다른 도시에 있었다는 게 어쩐지 안도가 된다는 :) 하하, 발대고 사진은 찍지 않았어요. 제가 너무 못생긴 발로 나오더라구요!
 


kimji 2004-09-17  

0.2.9.2.5.9.5.0.0.
당신은 어느 낯선 역에 내렸다. 그리고 부랴부랴 동전을 바꾸거나, 혹은 아주 오랜만에 전화카드를 샀을 수도 있다. 그리고 종종 걸음으로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 번호를 누른다. 머릿속에 외우고 있는 열 자리의 숫자를 꼭, 꼭,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눌렀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부재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것은 당신이 목적지를 잃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집으로 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신. 그래도 당신은 웃는다. 괜찮다고, 시들어버린 꽃을 바라보며 당신은 읊조린다. 꽃은 원래 시들기 마련 아닌가. 그래도 당신은 웃는다. 괜찮다고, 메마른 가슴을 쓰다듬으며 당신은 읊조린다. 마른 가슴은 다시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도 당신은 웃는다. 괜찮다고, 목적을 잃어 무거운 몸이 더욱 힘겨워졌지만 당신은 읊조린다. 내 마음을 전했으므로 그것으로 족하다고.
0.2.9.2.5.9.5.0.0.
낯선 번호, 그 번호가 당신의 수신이었다니. 한걸음에 달려 갈 수 없음이, 기다리라는 말을 할 수 없어서, 당신을 와락 안을 수 없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야속했다. 먼길을 다시 돌아가는 당신을 떠올리니 마음은 배로 더 아파왔다. 그 아픈 마음보다 당신의 발걸음이 더 고되고 힘들다는 걸 알고 있으니 나는 아파도 아픈 것이 못 되었지.
어떡하면 좋을까, 이 마음을. 내 마음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을.
받지 않는 당신의 전화.
나는 전화기를 부여잡고 애를 태운다.
시간을 하루만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오즈마, 당신의 마음에 내 손길이 닿아 있음을, 나는 이렇게 고백하고 싶었다. 사랑한다는 말도 함께.
 
 
코코죠 2004-09-2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답글은 내가 일부러 달지 않을 거야.
아니, 나는 이 글을 두었다 읽을 거야. 지금은 읽지 않겠어. 절대로 안 읽을 거야. 흥, 두고 보라지...아니, 한번만 읽을 거야. 두번은 안 읽을 거야.




울지 않을 거야.



사랑한다, 언니야...오즈마가 언니야 너무 너무 많이 사랑해...
 


미완성 2004-09-12  

오즈으마님
학교 도서관에서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책을 봤어요.
아주아주 깨끗한 게, 졸업하기 전에 한 번 빌려볼까도 싶었어요.
글자도 아주 크더라고요. 오즈으마님 생각도 났고요.

많이 힘드신 거같애요.
발도 퉁퉁 부으셨다니, 젠장, 도대체 얼만큼 고생하셨으면 발이 다 붓는대요? 마음은 더 부으신 것같구.....
오즈으마님, 힘내세요------
위가 퉁퉁 붓도록 많이많이 드세요- 네?

우리집엔 후라이드 치킨이 있는데..찍어먹을 소금도 있는데...
아, 염장질로 끝내려고한 건 아니었는데..흙!

으흙흙흙<-- 이거 오즈으마님 페이퍼에서 보곤 너무너무 잘 써먹구 있어요 으흙흙흙 ㅜ_ㅜ 쓸 때마다 재밌어요 으흙흙흙 어쩌죠? 흙!
 
 
코코죠 2004-09-14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님 안녕. 나는 아주 오래전에 유행했던 노래를 듣고 있어요. 벌써 일년이 지났지만 일년 뒤에도 그 일년 뒤에도 널 기다려. 아아, 이 노래 너무 잔인하쟌아요. 왜 아무도 나한테 말해주지 안은 것일까요 :)

누군가를 죽도록 믿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노래가 아플 것 같아요. 그럼 참 슬프겠다... 뭐 그런 이상한 생각이 드는 밤이에요.

가을이었는지, 가을이었다는데, 가을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빠르게 시간이 지나가네요. 아직도 모기는 돌아다니고 한낮에는 등에 땀이 솟구치지만, 분명히 겨울도 멀지 않았어요. 사과님도 오즈마도 월동준비를 해야할 때입니다 :) 저는 오늘 보라색 두툼한 코듀로이 쟈켓과 치마를 샀어요.

올 겨울이 사과님에게 부디 푸근하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으면 또 어때요. 우리에겐 냉동사과라는 게 있쟌아요 :) (냉장사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