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2004-09-21
비 오고 난 뒤 낮에는 비가 참 많이 왔지요. 그래서 바지가 몽땅 젖어버렸어요. 처음으로 입은 청바지인데, 비 오는 날은 옷 갈아입지 말라고 엄마가 그랬는데... 아직도 저는 철이 안 들어나봐요. 빨래 한 번 하지 않으면서도, 냉큼 새 옷만 집어 입으니... 그래두요, 오늘 저녁 해가 지는 모습은 너무나 근사했어요. 여기서는 북한산 너머로, 해사 지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그걸 봤으면 오즈마님이 아주 좋아했을 거 같아요. 미국 가는 동생 편에 카메라를 들려보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까 마음 속으로만 상상해요. 아주아주 빨간 해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로, 산 아래로 쏙 내려가는 모습을요... 그리고 힘을 내세요. 시간이 지나니까 아까 젖었던 바지가 다 말랐어요. 그러니까 오즈마님도 힘을 내세요. 오즈마님의 젖은 마음도 금세 뽀송뽀송해질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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