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sta 2004-09-19  

헤이리에 다녀왔어요.
가는 길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작정 자유로를 탔어요.
파주 출판단지를 헤메다가 똘똘한 친구덕에 잘 찾아갔지요.
오즈마님, 근데 나 헤이리에 갔을 때 오즈마님의 퉁퉁 부은 발을 생각하면서도 거기가 너무 좋았어요.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둔 풀숲이랑 블럭을 깔아놓은 길이랑, 길 가장자리도 이따만한 포석인가 하는 시멘트 덩어리가 아니라 자연스레 꾸불텅. 올라간 블럭 그대로여서, 그 길과 풀숲과 산과 건물과, 그 건물을 채우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맘에 들어서,
그걸 다 만들었을 사람들의 퉁퉁 부은 발과 손을 그냥 잊고 흔들흔들 돌아다녔어요. 그래서 실은 좀 미안해요. 그래도 이렇게 즐겁게 다녀와서, 다음번엔 꼭 아이를 데리고 가서 보여줘야지 생각했어요.
세 군데의 책방을 다 가봤는데 오즈마님같은 분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중의 어딘가를 아마도 오즈마님이 걸었었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웃으며 지나갔더랍니다.
집에 와 아침에 받고 그대로 둔 택배 상자를 뜯으니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1 2 3권이 있었어요. 오즈마님의 리뷰를 읽고 얼마전에 주문했었거든요. 오즈의 마법사를 제대로 읽는 게 처음이라는걸 책을 펴면서 알았어요.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마치 다 아는 듯 생각되는 책이 있다더니 제겐 오즈의 마법사가 그랬더군요.
불쌍한 허수아비 혼자 뗏목에서 떨어져 강가에 남아있네요. 이 허수아비가 어떻게 될지 좀 더 봐야겠어요.
오즈를 알게해준 오즈마님. 고마워서 인사 남깁니다.
발 대고 사진 찍으셨는지 궁금해요. 흐흐. 다음에 또 올께요 오즈마님. :)
 
 
코코죠 2004-09-2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스타님, 저는요, 그 도시를 만들 때 부터 타스타님이 그 곳을 사랑하게 될 것을 예감했어요. 아아, 정말이에요.

타스타님, 혹여 제가 약속드린 커피 한잔 때문에 발부르트게 그 넓은 곳을 헤메신 건 아닐테죠. 정말 죄송해요, 그 커피의 약속은 지키지 못하게 되었어요 :) 그만둬 버렸거든요. 타스타님의 팔짱을 끼고 제가 외우고 있는 그곳에 대한 설명을 조곤조곤 드리고 싶었는데, 어쩌다 그렇게 되었어요 :)
하지만 하지만, 이렇게 그 땅에서 저를 생각해 주시는 분이 있었다니 정말이지 큰 마음의 위로가 되었어요. 적절한 순간에 힘이 되었어요. 저는 그곳에도 있고, 타스타님의 책상자 속에도 있어요.

그리고 타스타님이 그곳에 가실때 저는 김지님과 다른 도시에 있었다는 게 어쩐지 안도가 된다는 :) 하하, 발대고 사진은 찍지 않았어요. 제가 너무 못생긴 발로 나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