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ji 2004-09-17  

0.2.9.2.5.9.5.0.0.
당신은 어느 낯선 역에 내렸다. 그리고 부랴부랴 동전을 바꾸거나, 혹은 아주 오랜만에 전화카드를 샀을 수도 있다. 그리고 종종 걸음으로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 번호를 누른다. 머릿속에 외우고 있는 열 자리의 숫자를 꼭, 꼭,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눌렀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부재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것은 당신이 목적지를 잃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집으로 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신. 그래도 당신은 웃는다. 괜찮다고, 시들어버린 꽃을 바라보며 당신은 읊조린다. 꽃은 원래 시들기 마련 아닌가. 그래도 당신은 웃는다. 괜찮다고, 메마른 가슴을 쓰다듬으며 당신은 읊조린다. 마른 가슴은 다시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도 당신은 웃는다. 괜찮다고, 목적을 잃어 무거운 몸이 더욱 힘겨워졌지만 당신은 읊조린다. 내 마음을 전했으므로 그것으로 족하다고.
0.2.9.2.5.9.5.0.0.
낯선 번호, 그 번호가 당신의 수신이었다니. 한걸음에 달려 갈 수 없음이, 기다리라는 말을 할 수 없어서, 당신을 와락 안을 수 없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야속했다. 먼길을 다시 돌아가는 당신을 떠올리니 마음은 배로 더 아파왔다. 그 아픈 마음보다 당신의 발걸음이 더 고되고 힘들다는 걸 알고 있으니 나는 아파도 아픈 것이 못 되었지.
어떡하면 좋을까, 이 마음을. 내 마음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을.
받지 않는 당신의 전화.
나는 전화기를 부여잡고 애를 태운다.
시간을 하루만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오즈마, 당신의 마음에 내 손길이 닿아 있음을, 나는 이렇게 고백하고 싶었다. 사랑한다는 말도 함께.
 
 
코코죠 2004-09-2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답글은 내가 일부러 달지 않을 거야.
아니, 나는 이 글을 두었다 읽을 거야. 지금은 읽지 않겠어. 절대로 안 읽을 거야. 흥, 두고 보라지...아니, 한번만 읽을 거야. 두번은 안 읽을 거야.




울지 않을 거야.



사랑한다, 언니야...오즈마가 언니야 너무 너무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