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걸] 시작페이지에는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어머니께 바치는 것이다> 라고 쓰여 있다.
왜 어머니께 바치는 것일까?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이 부제목인데 어머니하고는 너무 먼 것이 아닐까?
궁금증을 가지며 한장 한장 책장을 넘겨본다.
프롤로그에 이 문구가 눈에 띈다.
"사람들은 이파리를 만들 줄은 모르지만, 파괴할 줄은 안다.(중략)"
시사하는 바가 큰 문맥의 글이었다.
저자는 엄청나게 많은 이파리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직업이었으며
수없이 파괴되는 이파리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이제 우리도 과학자가 되어 책 속으로 들어가 질문과 해답을 찾아보자.
우선 저자에 대해 살펴보면 호프 자런은 풀브라이트상을 세번이나 수상한 여성과학자이고
2016년 타임지에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들어간다고 한다.
저자의 아버지는 대학교에서 과학 교수였고 그녀의 놀이터는 아빠의 실험실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실험도구를 가지고 놀았다고 하니 그 영향으로 과학자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랩걸]은 여성과학자의 자서전일까? 나무에 관한 책일까?
자연과 과학에 대한 사랑으로 연구자의 길을 택한 저자는
씨앗이 나무가 되는 것처럼 긴 시간을 참고 견뎌서 참다운 과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남성 과학자들과의 경쟁에서 자연과 과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꿋꿋히 연구자가 되어 가는 그녀는 한 그루 나무가 성장하는 과정과 닮았다.
과학자의 세계도 여성에게는 힘든것이었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같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슴아프게 읽혀졌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엄청나게 많은 이파리들을 들여다보는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저자는 식물을 엄청 사랑했고, 연구를 하는데 연구기금을 마련하기 힘들어서
너무나 힘든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다.
" 2009년은 우리 연구팀이 사제 폭탄이 터질 때 나오는 아산화질소를 식별할 수 있는 기계를
고안하고 만들기 시작한 지 3년째 되는 해였다.(중략)
우리는 그 기계가 테러 현장에서 화학물을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했다.(중략)
우리 팀은 이 아이디어를 2007년에 미국 국립 과학 재단에 '파는'데 성공했다.(중략)
나는 식물의 성장을 연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돈은 늘 지식을 위한 과학이 아닌 전쟁을 위한 과학에 몰렸다.
나는 일주일에 40시간은 폭발물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또다른 40시간은 곁가지로 진행하는 식물학 실험에 바치겠다는 기만적인 계획을 세웠다."
- 본문 40페이지
이처럼 호프 자런 과학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연구를 2개 병행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녀도 여자, 여자만이 겪는 고통을 모두 감당했다고 한다.
출산으로 인해 자신의 실험실에서 쫓겨나고,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못 될거라는 걱정, 말
하자면 이 땅의 직장맘이라면 누구나 겪는 그 고통을 고스란히 겪었다는 것이다.
벽에 부딪힐 때마다 그녀를 잡아준 것은 가족, 사랑, 그리고 이파리들이었다.
그녀는 [랩걸]에서 말벌이 무화과나무 꽃 밖에서는 번식하지 못하고
무화과꽃 또한 말벌 도움없이는 수정하지 못한다고 것을 말해준다.
책 속에서는 많은 나무와 자연에 대한 상식을 알려주다가
또 다시 연구하며 살고 있는 인간 엄마 호프 자런 이야기를 한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고,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내가 한 일을 할 수 있었다는 말도 들었다.
나는 영생을 얻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일찍 죽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너무 여성적이라는 꾸지람을 들었는가 하면 너무 남성적이어서 못 믿겠다는 말도 들었다.(중략)
- 본문 396페이지
아, 어쩌라는 것인가?
이렇게 똑똑하고 자신과 일을 사랑한 여자에게도 이런 가혹한 말들이 오간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땅의 직장 엄마들, 이게 뭔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이겨내면 된다.
그럼 미래를 못 보는 인간들의 어리석은 말들은 공중에서 휴지조각이 되어 다 날라가버릴 것이다.
시작부에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어머니께 바치는 것이다>의 뜻을 알거 같다.
세상에 힘든 일 있을 때 나무, 이파리, 나이테 등을 떠올리고,
매 걸음마다 내 발에 밟히는 5,000개 이상의 씨앗이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라고 한다.
[랩걸]은 식물에 대한 정보도 엄청나게 들어있다.
그녀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킬 때 사용했던 내용들이라고 한다.
딱히, 분류를 정확히 나눌 수 없는 책이었지만, 호프 자런 과학자, 식물에 미쳐 있는 그녀가 너무 멋있었다.
그리고 나도 머리아프고 힘들때 내 발 밑에서 숨쉬고 있는 나무 뿌리와
나무의 이파리 갯수를 세어보며 하루를 이겨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