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진화 류츠신 SF 유니버스 5
류츠신 지음, 박미진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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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진화는 언듯 시대착오적인 계몽적 소설이라는 느낌을 준다. 명실상부한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배경으로 교육의 사각지대 속 아이들에게 자신의 모든 걸 바쳐서 교육을 통해 무지와 가난을 타파하고자 애쓰는 선생님은 1920년대 우리의 계몽소설 '상록수'를 읽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1~4권까지 류츠 신의 소설들은 모두 교육이라는 명제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 시리즈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씌여진 탓일까.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현대적 교육 시스템 속에서 양산된 우리 문명이 정말 제대로 된 지성인을 키워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대 문명의 혜택 속에 살지만 우리는 여전히 편견과 고정관념 속에서 합리적 선택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을 때가 많다. 환경 오염의 심각성 앞에서도 오히려 경제적 이유를 바탕으로 현실을 외면하는 우리 문명은 학교를 보수하라고 주어진 예산을 당장의 재미와 편익을 위해 마을 행사에 써버리는 소설 속 무지한 어른들과 다를 바 없다.

류츠 신은 무한히 펼쳐진 우주에서 우리 행성만이 생명과 문명을 가진 이유를 소설에서는 외계인이 전쟁으로 바뻐서 우리를 발견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농담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


구식 문명이지만 독자적으로 발전한 이 문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탄소 연방은 지구 주위 100광년의 범위에 비행 금지령을 내린다.
(중략)
이른 ‘페르미의 역설‘에 대한 류츠 신의 또 다른 해답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산골 마을 선생님이 있기 전에는 왜 인간이 외계인을 만나지 못했는가?"하고 물을 수 있다. 정답은 이렇다. 외계인들이 2만 년 동안 전쟁을 하느라 바빴던 것이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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