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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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얇은 분량으로 화보집처럼 생긴 단편 수필집을 10,000원이 넘은 금액의 책으로 만들어 낸 출판사의 용기에 살짝 충격을 받았다. (카트 멘시크라는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은 솔직히 내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 이유가 크다.) 스무 살 생일을 맞이한 주인공이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경양식 집에서 겪은, 마법에라도 홀린 듯한 노인과의 짧은 만남을 간결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이야기. 주인공이 회상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소원의 내용이나 성취 여부 등은 알 수 없지만 원하는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는 노인과 스무 살 생일에 생각할 수 있는 범상치 않은 소원을 내놓는다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독자를 몽환 속에서 현실을 잠시 비껴가게 만든다. 대중적인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하루키의 작품은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던 '노르웨이의 숲'과 '해변의 카프카', '스쿠푸니프의 연인', 그리고 최근에 '1Q84'와 '기사단장 죽이기' 정도만 읽어봤을 뿐이다. '상실의 시대'를 분실해서 작년에 사놓고 책꽂이에 꽂힌 채 읽혀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노르웨이의 숲'부터 다시 한 번 시작해서 올 해에는 제대로 하루키의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욕심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단편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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