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잃은 백성을 정성을 다하여 잊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옵니다. 앞장서서 망각을 찢어야 하옵니다."셜록과 홈즈처럼 명쾌한 추리로 호탕한 결말을 만들어 온 김진과 이명방. 소설 속 이명방의 또다른 소설인 백탑파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은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불행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제도가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지켜내어야 할 주체인 국민이 뒷전이 되어 제도를 지키기 위해 구조의 손길로부터 외면당해 안타깝고 허망하게 차디찬 물속에서 생을 마치게 된 세월호 희생자들.지난 12일 단원고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당시 2학년이었던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렸다.대구 지하철 화재. 경주 체육관 붕괴, 서문시장 화재, 용산 철거 화재,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 등 온 국민에게 끔찍한 고통의 기억으로 남긴 사고가 잊을 만하면 반복되지만 우리의 제도는 아직도 지워내고 덮어쓰기에 급급한 느낌이다.잊고 싶을만큼 뼈아픈 사고였기에 더욱 사실대로 밝히고 기억하여 되새기는게 진정한 반성과 재발방지의 의지가 아닐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재난 속에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이다.소설 속 주인공의 외침처럼 이 모든 사고와 희생을 기릴 '기억의 마을'이 정말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