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사소한 칼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7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라드츠 제국 3부작의 제목은 전함의 분류명을 따르고 있다. '저스티스'급 병력수송함, '소드'급 전함, '머시'급 구축함. 이렇게 '정의', '칼', '자비'라는 전함의 분류명을 '사소한'이란 형용사를 붙여서 제목으로 만들었는데, 작품을 읽어보면 배경은 우주적이지만 이야기는 2,000년을 인공지능 함선으로 지내다가 군주에게 반기를 들어 파괴되고 겨우 살아남은 조각인 '브렉'함대장과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박하게 진행된다.

'사소한 정의'에서는 자신이 가장 애정을 가졌던 대위를 자신이 충성해야할 군주의 명령으로 살해하고 그에 대해 복수를 이행하여 '그녀'의 '정의'를 세워갔다면, 두 번째 이야기인 '사소한 칼'에서는 지켜내지 못했던 대위의 동생이 사는 아소섹 우주정거장을 제국의 군주로부터 지켜내는 동시에 병합에 취중해 온 제국의 부조리함을 타파해내는 사회계몽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는 또다른 인공지능인 우주정거장과, 다양한 우주전함들, 그리고 인류의 과학문명을 뛰어넘는 외계종족이 등장하여 다양한 갈등과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정의와 윤리, 존재론 등 이 작품에 깔린 생각들은 심오하지만 다양한 인물들이 엮어내는 이야기와 케미는 재미를 놓치는 법이 없다.

무엇보다 모든 것에 완벽한 인공지능인 주인공을 내세워 자칫 긴장감이 떨어질 법한데 다양한 변수들과 장치들로 인해 시종일관 긴장감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이 강하다.

'사소한 정의'에서 주인공이 '정의'를 세웠다면, '사소한 칼'에서 주인공의 '칼'이 될 인물로 '티사르와트' 대위가 등장한다. 작가가 의도인지 독자로서 자의적 해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의 제목들조차 중의적 의미를 담아 소설의 장치로 이용하는 작가의 영리함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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