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호모 데우스 50만부 기념 한정판 세트 - 전2권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조현욱 옮김 / 김영사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여러 종 중에서 별 볼 일 없었던 인류가 지구상 모든 종을 누르고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게된 여정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요인을 찾아 되집어 나갔던 '사피엔스'의 끝은 호모사피엔스 종의 현재를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열려있는 현재진행형으로 끝맺음하고 있다. 인류가 이룩해온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그를 기반으로 한 인류의 통합과 인류에게 신의 영역을 열어줄 현재 진행형의 과학혁명이 인류를 장미빛 미래로 이끌지 아니면 가능성의 한계에 부딪힌 사피엔스 종의 퇴락의 시작을 알리게 될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 모양새다.

이렇게 결론없이 열린 의문형으로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 '사피엔스'에 이어 '호모데우스'에서는 인류가 나아가고 있는 길이 인공지능과 데이터 과학을 바탕으로 한 초인류의 길로 들어섰음을 선언하며, 이로 인한 엘리트 그룹의 탄생 가능성과 그로인한 신 계급주의의 발현 가능성을 경계한다. 아울러 '사피엔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논쟁거리를 제공하는데, 가장 관심있게 읽었던 건 '비의식적 지능'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기능과 기술이 중요한데 인간적 감수성이 필수적이라는 인간적 감성에 따른 주장이 과연 타당한 주장인가 하는 주제였다. 인간적 감수성, 그러니까 공감이라는 것이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의식하는 것인지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자극에 대한 반응인지하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앞서는데, 현대의 과학적 입장은 감정에 기반한 공감이라는 개념은 뇌를 구성하는 뉴런의 발화에 의에 발현되는 객관적 결과라고 보는게 절대적 다수 의견이라고 한다. 결국 '의식없는 지능'만으로도 인간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 흔히 기대하는 '인간적 배려가 담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법인격'을 더하면 앞으로 인공지능이 충분한 권한과 자격을 갖추고 인류를 이끌어갈 지도자의 위치로 부상한다는 사고실험적 시나리오가 허황된 얘기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비유기적 기술'에 도움을 받는 '초인류'와 '비의식적 지능'인 '인공지능'으로 구성된 소수 엘리트 그룹이 인류 다수를 이끌어 가는 미래는 단지 디스토피아적인 SF소설의 스토리만은 아닐 수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아니 의식이라는게 감각의 수용에 대한 반응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끝없는 행복을 찾아서 제공해주는 유토피아적 미래가 될까?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남매라고 해야겠지)의 영화 '매트릭스'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디스토피아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인간적인 감정에 의한 착각인가? 매트릭스나 멋진 신세계에서 허구의 행복인 줄 알면서도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등장인물에 대해 일부 공감하게 되는건 나약함이 아닌 합리적인 판단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파격적인 생각도 하게된다. 하지만 영화와 소설은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이야기와 인물을 그려냈으니 후자에 공감하는건 정상적인 생각은 아니리라.

당분간은 여러 생각에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를 읽기 전과 읽은 후로 구분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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