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98
크레이그 라이스 지음, 백길선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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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왕창 구매한 책들을 읽느라 정신이 없는 요즘입니다. 품평을 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많은 책들의 압박을 느끼고 있답니다.  어제, 그제 비가 엄청 내리네요. 비소리 들으면서 책 읽으면 정신 집중도 잘 되고, 잘 읽히는 거 같습니다. 올 여름 무지 덥더니만 이 비와 함께 여름도 다 가나 봅니다.

오늘 이야기해볼 책은 크레이그 라이스라는 작가의 <스위트홈 살인 사건>입니다. 제목이 재밌군요. 스위트 홈에서의 살인사건이라...이 작가는 뒤의 해설을 읽어 보니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거 같더군요. 특히 유머러스한 탐정 소동극을 잘 그려내는 작가인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해설에 소개된 주정뱅이 탐정 존 J멀론, 제이크 저스티스, 헬렌 저스티스 부부가 나온다는 작품들로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는데 소개글만 봐도 엄청 잼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정말 보고 싶습니다. T.T

이야기는 미스터리 작가 어머니를 둔 어린 삼남매가 우연히 살해 현장의 목격자가 되고,(그러나 범인의 얼굴을 본 건 아닙니다.) 그 사건을 해결해 미스터리 작가인 어머니에게 유명세를 타게 해 더욱 많은 책을 팔게 하겠다는 기특한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가장 큰 다이나가 14살, 둘쨰 에이프릴이 12살, 막내 아치가 10살인데,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읇는다고 미스터리 작가인 어머니를 둔 덕에 삼남매의 추리력은 대단합니다. 역시 인간에게는 환경의 영향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아이인지라 가끔 정말 엉뚱한 생각을 해내기도 해 수사에 혼선을 빚기도 합니다. 가장 잼있는 게 삼남매는 4시47분에 총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4시 30분에 총소리를 들었다고 줄기차게 거짓말을 해댑니다.  살해된 여자의 남편이 4시 47분에 알리바이가 없었기 때문이죠. 왜냐구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삼남매가 늘상 읽어왔던 어머니의 미스터리 소설에는 남편이 범인인 경우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죠...^^;;; (스포일러 까지는 아닙니다. 30쪽만 읽으면 나오는 이야기예요.)

여튼 삼남매의 흥미진진한 탐정놀이는 계속됩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마을에는 살해된 여자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어찌나 많았는지, 용의자는 계속 나타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무래도 조사 범위에 제한을 받기 마련. 경찰에서 파견된 빌 스미스 경감과 아이를 9명이나 낳아 키워본 오헤이어 경사는 아이들을 사건 현장에서 내몹니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 어떻게든 수를 써서 현장으로 들어갑니다. 이게 또 작품의 재미지요. 어른들을 골탕먹이며 사건을 수사하는 재미 말예요...

홍보 문구에 보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데 그 말 맞습니다. 시종일관 따뜻한 분위기에,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 아이들을 부드럽게 보듬는 엄마의 사랑이 흐뭇하고 유쾌합니다. 정말 유머러스하고 즐거운 작품입니다. 조금 긴 분량이지만 끝나는 게 넘 아쉬웠답니다. 이 사랑스런 가족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들여다 봤으면 싶었거든요.

무엇보다 요즘같이 아이낳기 싫어하는 세상에서 이 책을 무료 배포해야합니다. 이 세 아이들은 집안일도 척척 잘 하고, 삼남매가 서로 싸우지도 않고(이건 말도 안되죠 ㅋㅋ), 혼자 사는 엄마가 쓸쓸해 하지 않기 위해 새아빠감도 물색해주는 등 아주 키울 보람이 있는 아이들입니다. ^^;;; 저두 원래 아이들을 싫어하는 편인데(시끄러워서..-_-;;) 이 책을 보고 아이를 빨리 가지고 싶었다니까요. 물론 어디에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책 속에나 있을법한 아이들이지만 혹시 또 압니까? 복권이 터지듯 그런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지..ㅋㅋ

추리 소설로서는 엄청난 트릭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 뒷통수를 치는 짜릿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솔직히 추리적 요소는 조금 약합니다. 그렇지만 워낙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기에 저는 안 보신 분들은 꼭 읽어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사족인데 세 아이들이 모두 영리한데 사건을 완전히 해결해 낸 건 둘 째 에이프릴입니다. 제 생각에 첫 째 다이나는 14살로 책 속에서 남자 아이와의 데이트를 기다리는 등 살짝 성숙한 모습이고, 막내 아치는 뛰어노는 데 정신없는 그야말로 천방지축 골목대장입니다. 아이의 티를 벗어 나지도 않았고, 너무 아이같지도 않은 어른과 아이의 중간 쯤에 있는 에이프릴이 어른의 지성과 아이의 순수함을 결합해 최고의 추리력을 발휘해 내는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작품 중에서 삼남매가 암호를 쓰는데 이거 여러번 성공적으로 쓰입니다. <왜트 안트 되트 니트?>이런 식으로 말 뒤에 트를 붙여 자기들끼리 교신하는데 재미있는 장면이 많습니다. 그런데 영어 원어로는 작가가 어떻게 썼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좀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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