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
틱낫한 지음, 서보경 옮김 / 지혜의나무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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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섭씨 40도가 넘는 지역이 속출하고, 이 더위가 올해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가 더 무겁다.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이 시대에 베트남 선사 틱낫한의 《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를 읽었다. 바깥 세상은 타오르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엄습할 때일수록, 내면은 더욱 고요해져야 한다는 역설적인 요청 앞에서였다.

 

틱낫한은 전쟁과 망명,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삶 속에서도 끝내 평화를 놓지 않았던 사람이다.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평화운동가이기 전에 그는 먼저 자기 자신과 화해한 수행자였다. 이 책은 그 수행의 기록이다. 명상, 호흡, 걷기, 먹기, 설거지하기. 특별한 수행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깨어 있는 삶으로 바꾸는 방법을 담담하고도 따뜻한 언어로 들려준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며 나는 미소 짓는다. 새로운 스물네 시간이 내 앞에 있다. 나는 이 순간을 깊이 살고, 모든 존재를 자비의 눈으로 바라보리라 다짐한다.“

 

틱낫한은 거창한 깨달음을 말하지 않는다. 호흡 하나, 걸음 하나, 설거지 한 번에도 온전히 머물 수 있다면 이미 삶은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감각이다. 그의 문장은 조용하지만 단호하다. 현재를 잃어버린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도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끝없이 일깨운다.

 

이 책이 유난히 지금의 시대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틱낫한은 개인의 마음과 세상을 따로 보지 않는다. 한 사람의 불안과 욕망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고 믿는다. 환경을 파괴하는 것도, 끝없는 경쟁과 소비를 반복하는 것도 결국 평화를 잃어버린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내 마음속에 평화와 자비의 씨앗을 가꾸는 일은 현실을 피하는 정적이 아니라, 타오르는 세상을 치유하는 가장 정직하고 실천적인 첫걸음이다.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존재는 결코 세상과도 화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34년 동안 학생들에게 더 나은 사회를 이야기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 책을 덮으며 문득 생각했다. 더 나은 세상은 거창한 구호나 제도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루를 시작하며 자신에게 미소를 건네는 한 번의 호흡, 타인의 사정을 헤아리는 한 번의 멈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려는 작은 마음이 모여 가족과 사회, 나아가 타오르는 지구 전체로 조화로운 온기를 전하는 것은 아닐까. 세상을 바꾸는 일은 결국 이른 아침, 나 자신을 잊지 않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틱낫한은 끝내 조용히 일깨워 준다.

 

#이른아침나를기억하라 #틱낫한 #지혜의나무 #호흡 #멈춤 #내면의평화 #현재를살아가는법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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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로마법 수업 - 원하는 대로 살아갈 권리를 위한 ㅣ 한동일의 삶을 위한 수업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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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를 넘나드는 지독한 무더위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고요하고 서늘하게 인간의 본질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라틴어 수업》이 언어를 통해 인간을 탐구했다면, 《한동일의 로마법 수업》은 로마법을 통해 인간과 공동체를 다시 묻는다. 2,000년 전 만들어진 법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로마법 조항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인간, 노예, 여성, 결혼, 이혼, 낙태, 형벌 같은 주제를 통해 로마법을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의 관심은 차가운 법 조항 자체가 아니다. 로마인들이 왜 그런 법을 만들었는지, 그 법을 통해 어떤 사회를 꿈꾸었는지를 읽어낸다. 그래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진다.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불평등은 여전하고, 법 앞의 평등을 말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차별이 반복되는 우리의 모습이 로마의 거울 위에 겹쳐 보인다. 법전이 아니라 인간의 기록으로 로마법을 읽어내는 저자의 시각이 이 책을 단단한 인문서로 만든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장은 노예해방을 다룬 Lectio VII였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나간 노예제의 역사가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타인을 자신의 목적과 '쓸모'를 위한 도구로 바라보려 했고, 법은 그런 오래된 야만을 조금씩 교정해 온 성찰의 역사라는 사실이다. "내가 인간이듯, 그도 인간이다." 이 단순하고도 웅장한 선언은 차별과 혐오, 배제와 경쟁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으로 남는다. 여성과 낙태, 이혼을 다루는 장들 또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서로 다른 삶의 처지와 고통을 이해하려는 태도, 그것이 정의의 출발점임을 저자는 끝까지 놓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법보다 맥락이었다. 저자는 어떤 문제도 성급한 찬반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사람의 말과 행동에는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으며, 그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결국 인간을 존중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대목에서 문득 교실이 떠올랐다. 사회를 가르치면서 법과 제도를 설명하는 데 익숙했지만, 정작 그 법이 왜 만들어졌고 누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지까지 충분히 이야기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법은 사람을 심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사정을 헤아리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로마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은 효율과 쓸모의 언어로 환산되지 않는다. 사랑과 우정, 신뢰와 존엄, 그리고 타인을 향한 정의가 그렇다. 2,000년 전 로마법이 오늘 우리에게 건네는 진짜 '쓸모'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을 평가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마음,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맥락을 헤아리는 태도, 그리고 더 인간다운 공동체를 향한 오래된 꿈.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로마의 문장들은 그렇게 오늘도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인간은 어떻게 더 인간다워질 수 있는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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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 오해와 와전, 왜곡으로 얼룩진 말들의 이상한 생애
박강수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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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악법도 법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교실과 매체에서 너무도 익숙하게 베껴 쓰며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던 문장들이다. 그러나 박강수의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는 첫 장부터 독자의 이 오만한 확신을 보기 좋게 흔들어 놓는다. 어떤 말은 애초에 그 사람이 한 말이 아니었고, 어떤 말은 원래의 뜻과 정반대로 소비되었으며, 어떤 말은 후대가 정치적·사회적 필요에 의해 덧붙인 비틀린 서사였다. 저자는 스무 개의 유명한 명언을 하나씩 추적하며 묻는다. 우리는 왜 복잡한 맥락을 생략한 채, 그토록 손쉽게 가짜 명언을 진실로 믿게 되었을까.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가짜 명언 적발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언의 진위를 가리는 작업은 출발점일 뿐이다. 저자가 진짜 들여다보는 것은 문장 뒤에 숨은 사람과 시대의 욕망이다. 우리는 사실보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원하고, 입체적인 역사보다 한 줄짜리 클리셰를 소비하며, 자신의 믿음을 확인해 주는 문장을 기꺼이 진실로 받아들인다. 갈릴레오의 "그래도 지구는 돈다"가 오랫동안 신화처럼 살아남은 이유도, 신채호의 이름으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가 수없이 반복된 이유도 결국 사유를 멈춘 채 편리한 정답만을 얻고자 했던 우리 자신의 지적 게으름과 무관하지 않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유명한 명언이 아니었다. "이해의 본질은 오해로부터 벗어나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오해를 헤아리는 데 있다." 이 문장이야말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다. 저자는 오해를 섣불리 비웃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오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그토록 널리 퍼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 사회적 맥락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갈릴레오와 교회의 역학 관계를 입체적으로 다시 읽게 되고, 괴벨스가 만든 선전보다 그 선전을 간절히 필요로 했던 보통 사람들의 열망을 돌아보게 된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집단적 오독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거대한 사상을 한 줄로 축약하며 도덕적 독선에 빠지는지를 서늘하게 증명해 준다.

 

교사인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단연 소크라테스 편이었다. 오랫동안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설명했던 "악법도 법이다"가 사실은 유신 시절과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빚어낸 집단적 오독이라는 사실보다, 우리 사회가 왜 그토록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준법을 강요하려 했는지가 더 큰 화두로 다가왔다. 주입식 지식을 정답처럼 전달하던 계몽의 자세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함께 '문장 뒤에 숨은 시대적 맥락과 인간을 읽어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민주 시민 교육의 시작임을 깨달은 숭고한 성찰의 순간이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명언을 함부로 인용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세상을 향해 차가운 회의론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대신 문장의 출처를 확인하고, 그 말이 태어난 시대를 살피며, 무엇보다 내가 왜 그 말을 이토록 쉽게 믿고 싶어 했는지를 먼저 돌아보는 정직한 자각을 얻게 된다. 저자는 거창한 어록들을 부수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멈춘 우리의 오랜 습관을 온화하게 흔들어 놓는다. 결국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는 명언에 관한 책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법'에 관한 책이다. 한 줄의 명언보다 한 번의 깊은 질문이 삶에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알려 준, 방학 동안 떠난 지적 여정 중 가장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깊고 빛나는 인문 교양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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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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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은 그 사회가 무엇을 믿었는지를 돌과 콘크리트에 새긴 기록이다. 막대한 자본과 수많은 사람의 합의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건축은 어떤 역사책보다도 당대의 가치관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건축가 유현준은 이 전제에서 출발해 유럽, 북아메리카, 아시아의 서른 개 건축물을 따라 지적 여정을 떠난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건물의 외형적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는다.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은 단순한 답사기를 넘어, 건축이라는 언어로 인간과 사회를 읽어내는 문명 독해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건축물을 설명하기보다 건축이 던지는 질문을 읽어 낸다는 데 있다. "건축의 본질은 무엇인가", "무엇을 보존할 것인가." 저자는 정답 대신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제시한다. 독일 국회의사당의 투명한 유리 돔에서는 시민이 의원을 내려다보는 구성을 통해 공간화된 민주주의를 읽어 내고,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에서는 고전과 현대가 충돌 대신 대화를 이루는 지혜를 발견한다. 좋은 건축은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질문을 만든다.

 

특히 유현준 건축론의 정수는 건축을 '공간 통역사'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베네치아의 퀘리니 스탐팔리아는 밀물과 썰물의 미세한 변화를 공간의 변화로 치환해 자연과 대화하게 만든다. 발스 스파는 절제된 빛과 물의 촉감을 일깨워 존재의 오감을 깨운다. 좋은 건축은 자연을 지배하려 들지 않는다. 인간이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아득한 세계를 공간으로 치환해 우리의 감각을 깨운다.

 

그래서 유현준에게 건축가는 건물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행동과 관계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시티그룹 센터는 '공중권'이라는 법적 지혜로 알박기 갈등을 품어내며 도시의 소통을 이끌고,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는 건물과 결코 만날 수 없던 담장을 예각으로 관통시키며 전통을 새롭게 해석한다. 루이스 칸의 킴벨 미술관에서 구현된 "빛이 빛 되게 하는 장치"처럼, 건축은 형태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 존엄을 디자인하는 예술이다.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매일 호흡하는 공간으로 돌아온다. 획일화된 네모난 교실과 아파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의 가치를 배우고 있는가. 이 책은 결국 건축을 통해 시대의 민주주의와 권력, 자연과 인간을 읽는 법을 가르쳐 준다. 여행이 끝나면 독자는 건물을 보는 눈부터 달라진다. 외관을 감상하는 대신, 왜 이런 공간이어야 했는지, 어떤 사회적 합의가 이 공간을 만들었는지를 비평적으로 묻게 된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된다.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 파리에서 뉴욕을 거쳐 아부다비까지 여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행이 남기는 가장 큰 선물은 여행지가 아니다. 세상을 읽는 또 하나의 깊은 언어를 배우는 일. 방학 동안 떠난 여정 가운데 가장 오래 기억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현준의인문건축기행 #유현준 #을유문화사 #건축인문학 #건축기행 #공간이말하는세상 #세상을읽는건축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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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 ㅣ 창비청소년시선 54
고선경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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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다룬 책에는 대개 두 가지 어른 중심의 오만이 개입하곤 한다. 하나는 "괜찮아, 잘될 거야"라며 불확실한 미래를 섣불리 약속하는 낙관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을 미완성의 존재로 규정하며 어른의 언어로 훈계하려는 통제다. 그러나 앤솔러지 《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는 그 편안한 기만의 길을 거부한다. 대신 지금 이 순간의 흔들림을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는 청소년의 시간을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 기존의 시선이 청소년을 '언젠가 완성되어야 할 미래의 어른'으로 대상화했다면, 이 시집은 그들을 '지금 이 순간 이미 자기 삶을 온전히 살아내고 있는 존엄한 주체'로 선언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싼값의 위로가 아니라 깊은 '존중의 선언'이다.

 

스무 명의 시인이 제출한 예순 편의 시는 청소년을 결코 하나의 정형화된 얼굴로 묶어두지 않는다. 두바이 초콜릿을 이야기하는 아이부터 친구와 멀어진 마음을 젖은 깃털에 비유하는 아이, 미래로 자신을 실어 나르는 우주비행사 같은 아이까지 저마다의 빛깔로 번뜩인다. 안희연의 〈시간 운송 연습〉 속 청소년은 불완전한 객체가 아니라, "미래로 미래로 내가 나를 실어 나르느라" 살아가는 치열한 주체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부족한 것이 아니라, 완성되지 않았기에 삶의 순간순간이 뜨겁고 숭고한 것이다. 나아가 김보나의 〈나랑 기지개 켤 사람〉이 건네는 "오면 안 되는 마음은 없어"라는 문장은 섣부른 긍정의 구호가 아니라, 청소년이 자신의 어두운 감정까지도 교정받지 않고 온전히 살아낼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존엄의 허락이다.

 

이 존중의 태도는 윤은성의 〈농담과 깃털과 수풀과〉에 이르러 타인을 대하는 성숙한 관계의 윤리로 확장된다. 멀리 떠난 친구를 향해 "네겐 너의 비밀이 있겠지"라고 말하는 시선은, 타인을 내 틀에 맞추어 함부로 '이해'하려 드는 오만 대신 타인의 모름과 비밀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관대함을 보여준다. 모든 것을 밝혀내려 애쓰기보다 모르는 채로도 곁을 지켜주는 일, 이것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타자를 마주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스토아적 품위다. 평론가 오연경의 말처럼 청소년기는 결핍의 시간이 아니라 "모름에 깊이 안겨 모름과 씨름하는 시절"이며, 시는 그 모르는 마음 옆에 가만히 누워 함께 숨을 쉬어줄 뿐이다.

 

교사인 나는 매일 교실에서 수많은 청소년과 눈을 맞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어른들의 정답이나 섣부른 충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교실이란 정답을 주입하는 계몽의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모르는 시간'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함께 증명해 주는 거룩한 곁이어야 한다. 《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가 보내는 신호는 잘될 것이라는 보장도, 힘내라는 입에발린 응원도 아니다. 지금 이 혼란스러운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너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조용한 인사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미지의 시간을 통과해 왔고, 누군가가 던진 작고 다정한 윙크 하나로 삶을 버텨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시집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스스로 청소년이었음을 잊어버린 모든 어른의 가슴에 깊은 파문을 일으키는 빛나는 응원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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