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 창비청소년시선 54
고선경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소년을 다룬 책에는 대개 두 가지 어른 중심의 오만이 개입하곤 한다. 하나는 "괜찮아, 잘될 거야"라며 불확실한 미래를 섣불리 약속하는 낙관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을 미완성의 존재로 규정하며 어른의 언어로 훈계하려는 통제다. 그러나 앤솔러지 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는 그 편안한 기만의 길을 거부한다. 대신 지금 이 순간의 흔들림을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는 청소년의 시간을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 기존의 시선이 청소년을 '언젠가 완성되어야 할 미래의 어른'으로 대상화했다면, 이 시집은 그들을 '지금 이 순간 이미 자기 삶을 온전히 살아내고 있는 존엄한 주체'로 선언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싼값의 위로가 아니라 깊은 '존중의 선언'이다.

 

스무 명의 시인이 제출한 예순 편의 시는 청소년을 결코 하나의 정형화된 얼굴로 묶어두지 않는다. 두바이 초콜릿을 이야기하는 아이부터 친구와 멀어진 마음을 젖은 깃털에 비유하는 아이, 미래로 자신을 실어 나르는 우주비행사 같은 아이까지 저마다의 빛깔로 번뜩인다. 안희연의 시간 운송 연습속 청소년은 불완전한 객체가 아니라, "미래로 미래로 내가 나를 실어 나르느라" 살아가는 치열한 주체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부족한 것이 아니라, 완성되지 않았기에 삶의 순간순간이 뜨겁고 숭고한 것이다. 나아가 김보나의 나랑 기지개 켤 사람이 건네는 "오면 안 되는 마음은 없어"라는 문장은 섣부른 긍정의 구호가 아니라, 청소년이 자신의 어두운 감정까지도 교정받지 않고 온전히 살아낼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존엄의 허락이다.

 

이 존중의 태도는 윤은성의 농담과 깃털과 수풀과에 이르러 타인을 대하는 성숙한 관계의 윤리로 확장된다. 멀리 떠난 친구를 향해 "네겐 너의 비밀이 있겠지"라고 말하는 시선은, 타인을 내 틀에 맞추어 함부로 '이해'하려 드는 오만 대신 타인의 모름과 비밀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관대함을 보여준다. 모든 것을 밝혀내려 애쓰기보다 모르는 채로도 곁을 지켜주는 일, 이것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타자를 마주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스토아적 품위다. 평론가 오연경의 말처럼 청소년기는 결핍의 시간이 아니라 "모름에 깊이 안겨 모름과 씨름하는 시절"이며, 시는 그 모르는 마음 옆에 가만히 누워 함께 숨을 쉬어줄 뿐이다.

 

교사인 나는 매일 교실에서 수많은 청소년과 눈을 맞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어른들의 정답이나 섣부른 충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교실이란 정답을 주입하는 계몽의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모르는 시간'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함께 증명해 주는 거룩한 곁이어야 한다. 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가 보내는 신호는 잘될 것이라는 보장도, 힘내라는 입에발린 응원도 아니다. 지금 이 혼란스러운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너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조용한 인사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미지의 시간을 통과해 왔고, 누군가가 던진 작고 다정한 윙크 하나로 삶을 버텨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시집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스스로 청소년이었음을 잊어버린 모든 어른의 가슴에 깊은 파문을 일으키는 빛나는 응원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다가올시간에윙크윙크 #창비교육 #창비청소년시선 #청소년시집 #안희연 #심보선 #교실에서읽는시 #책읽는샘 #함께성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