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의 로마법 수업 - 원하는 대로 살아갈 권리를 위한 한동일의 삶을 위한 수업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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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를 넘나드는 지독한 무더위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고요하고 서늘하게 인간의 본질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라틴어 수업이 언어를 통해 인간을 탐구했다면, 한동일의 로마법 수업은 로마법을 통해 인간과 공동체를 다시 묻는다. 2,000년 전 만들어진 법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로마법 조항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인간, 노예, 여성, 결혼, 이혼, 낙태, 형벌 같은 주제를 통해 로마법을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의 관심은 차가운 법 조항 자체가 아니다. 로마인들이 왜 그런 법을 만들었는지, 그 법을 통해 어떤 사회를 꿈꾸었는지를 읽어낸다. 그래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진다.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불평등은 여전하고, 법 앞의 평등을 말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차별이 반복되는 우리의 모습이 로마의 거울 위에 겹쳐 보인다. 법전이 아니라 인간의 기록으로 로마법을 읽어내는 저자의 시각이 이 책을 단단한 인문서로 만든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장은 노예해방을 다룬 Lectio VII였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나간 노예제의 역사가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타인을 자신의 목적과 '쓸모'를 위한 도구로 바라보려 했고, 법은 그런 오래된 야만을 조금씩 교정해 온 성찰의 역사라는 사실이다. "내가 인간이듯, 그도 인간이다." 이 단순하고도 웅장한 선언은 차별과 혐오, 배제와 경쟁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으로 남는다. 여성과 낙태, 이혼을 다루는 장들 또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서로 다른 삶의 처지와 고통을 이해하려는 태도, 그것이 정의의 출발점임을 저자는 끝까지 놓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법보다 맥락이었다. 저자는 어떤 문제도 성급한 찬반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사람의 말과 행동에는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으며, 그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결국 인간을 존중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대목에서 문득 교실이 떠올랐다. 사회를 가르치면서 법과 제도를 설명하는 데 익숙했지만, 정작 그 법이 왜 만들어졌고 누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지까지 충분히 이야기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법은 사람을 심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사정을 헤아리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로마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은 효율과 쓸모의 언어로 환산되지 않는다. 사랑과 우정, 신뢰와 존엄, 그리고 타인을 향한 정의가 그렇다. 2,000년 전 로마법이 오늘 우리에게 건네는 진짜 '쓸모'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을 평가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마음,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맥락을 헤아리는 태도, 그리고 더 인간다운 공동체를 향한 오래된 꿈.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로마의 문장들은 그렇게 오늘도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인간은 어떻게 더 인간다워질 수 있는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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