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 건강한 뇌로 살기 위한 뇌교육 교양서
장래혁 지음 / 현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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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온종일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다 잠드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로 브레인 롯(Brain rot, 뇌 썩음)’을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깊은 사고는 줄어들고, 연결은 많아졌지만 내면은 공허해진다.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는 단순한 뇌과학 입문서가 아니라, 이 자극의 홍수 속에서 나는 과연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를 서늘하게 묻는 자기 성찰의 책이다. 저자는 뇌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우리가 뇌를 어떻게 쓰고 훈련해야 하는지를 삶의 언어로 풀어낸다.

 

저자는 이 시대적 불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질문을 던진다. 도파민이 넘쳐나는데 왜 우리는 더 우울하고 불안한가. 뇌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뇌가 보내는 가짜 보상 신호와 중독에 평생 끌려다니는 노예로 전락한다. 실제로 게임 중독자의 뇌는 쾌락을 담당하는 부위만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정보 소비 방식이 뇌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해, 결국 주체적인 사고를 잃고 다수가 선택한 길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정보의 노예인가, 주인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으로 메타인지를 제시한다. 자신의 사고 과정을 관찰하고 조절하는 힘, 즉 뇌의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고 운영하는 능력(B.O.S)이야말로 정보화 시대의 핵심 역량이다. 뇌는 단지 지식을 쌓는 것만으로는 바뀌지 않기에, 저자는 명상이나 맨발 걷기 같은 구체적인 '몸의 감각'을 훈련의 도구로 소환한다. 반복된 경험과 몰입 속에서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는 무척 실천적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4한국인의 브레인파워. 비빔밥의 오색찬란한 색채가 시각 자극을 통해 창의성을 깨우고, 금속 젓가락을 사용하는 섬세한 손놀림이 뇌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분석은 흥미롭다. 일상적 식문화에서 시작된 분석은 세종의 인재 철학과 이순신의 몰입이라는 역사적 서사로 매끄럽게 확장된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전통문화의 뿌리 깊은 곳에 이미 현대 뇌교육이 지향하는 인간다운 두뇌 활용의 지혜가 녹아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인간만의 자연지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감, 창의성, 몰입, 자기조절 능력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힘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아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뇌를 얼마나 건강하게 운영하며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뇌과학을 아는 것과 뇌를 잘 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는 그 간극을 메워주며, 정보와 자극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하는 삶으로 나아가라고 조용히 권한다. 뇌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그것은 결국 내 삶의 온전한 주권을 되찾는 가장 확실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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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러닝 - 죽은 지식을 살아 있는 지식으로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
배리 오라일리 지음, 박영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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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더 많이 배우라고 요구받는다. 새로운 기술과 정보, 트렌드를 익히지 못하면 단숨에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의 시대다. 그런데 정작 더 어려운 일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말했듯, 21세기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배우느냐보다 얼마나 잘 비우고 다시 배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배리 오라일리의 언러닝(Unlearning)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여 변화의 파도 속에서 인간 고유의 자연지능을 작동시키는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늘날 가장 위험한 것은 무지가 아니라 과거의 성공 경험에 갇혀 변화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경고한다. 한때 유용했던 전략과 사고방식이 지금은 오히려 성장을 가로막는 감옥이 되는 현상, 그는 이를 성공의 역설이라 부른다. 과거의 성공 공식을 맹신하는 순간 미래의 문은 닫히기에, 낡은 생각과 행동 양식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새로운 방식으로 채워 넣는 주체적인 비움의 기술이 필요하다. 책은 이를 단순한 자기계발 구호로 다루지 않고 비움학습 재학습 전환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사이클을 통해 개인과 조직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테니스 황제 세리나 윌리엄스의 이야기다. 슬럼프에 빠진 세리나는 무명 코치의 냉정한 지적을 Snake 눈처럼 날카롭게 받아들이며 한때 승리를 안겨주었으나 이제는 쓸모없어진 자신의 습관들을 완전히 비워냈다. 성공을 만든 방식이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 그것이 바로 언러닝의 출발점이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 환경부터 바꾼 디즈니의 실험도 오래 남는다. 침체된 테마파크 사업을 살리기 위해 조직된 팀은 기존 사무실을 떠나 방치된 극장 건물로 공간 자체를 옮겨 연간 수익을 24%나 끌어올린 혁신을 이뤄냈다.

 

이 공간 혁신은 교육 현장에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교사인 나 역시 익숙한 교실, 익숙한 교재 안에서 과거의 성공 경험만 복제하며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래 효과적이었던 교수법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나의 익숙한 경험을 고의적으로 잊을 때 비로소 아이들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의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환경과 시스템이 함께 바뀔 때 새로운 사고가 가능해진다.

 

일부러 시스템 장애를 일으켜 조직의 대응 능력을 실험하는 넷플릭스의 카오스 몽키사례도 흥미롭다. 회복력은 완벽한 통제가 아니라 예기치 못한 충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안정을 추구하며 경직되려는 조직의 관성을 강제로 언러닝시키는 것, 그것이 초일류 기업이 격변하는 시대에서 생존하는 방식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언러닝이 단순히 과거를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변화를 위해 자신을 다시 구성하는 과정이자, 내 삶의 온전한 주권을 지켜내는 일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채울 것인가보다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낡은 지도를 버려야 비로소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시대의 변화 앞에서 자꾸만 머뭇거리게 된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오래된 성공 경험인지도 모른다.

 

#언러닝 #배리오라일리 #위즈덤하우스 #비움학습 #재학습 #변화와혁신 #비움의기술 #자기계발 #성공의역설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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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 조심하라, 마음을 놓친 허깨비 인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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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시끄럽고 잡다한 생각으로 정신없을 때 찾는 나만의 케렌시아(Querencia)가 있다. 정민 교수님의 글이다. 그의 문장을 따라 고전의 숲을 걷다 보면, 들떠 있던 마음이 가라앉고 안개가 걷힌 듯 고요해진다. 이번에 만난 책 조심은 그 평온함의 정점에 있다.

 

조심(操心)’ : 달아나지 못하게 마음을 꽉 붙들어라

우리는 흔히 조심하라는 말을 외부의 위험을 살피라는 뜻으로 쓴다. 하지만 본래 의미는 다르다. 잡을 조()’마음 심()’, 즉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오만 가지 보양이 모두 다 거짓이니,다만 마음 붙드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萬般補養皆虛僞 只有操心是要規)

저자는 이 짧은 구절을 빌려 일갈한다. 값비싼 보약이 아닌, 마음을 놓쳐 얼빠진 허깨비가 되지 않는 것이 생의 본질이라고. 내 마음의 주권을 잃으면 외물에 질질 끌려다니는 문제아가 될 뿐이다. 김매지 않은 마음밭에 쑥대만 무성한 허우대만 멀쩡한 쭉정이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우리는 지금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야 한다.

 

비면 기울고 차면 뒤집히는 지만계영(持滿戒盈)’의 지혜

책 속에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고전의 상징들이 가득하다. 공자가 본 노나라 환공의 사당에 놓여있던 의기(欹器)’가 대표적이다. 비면 기울고, 적당히 차면 바르게 서며, 가득 차면 뒤집어지는 그릇이다.

우리는 더 채우지 못해 안달하지만, 고전은 가득 참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더 가지려 애쓸수록 삶은 중심을 잃고 뒤집어진다. 과잉과 속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당한 때에 멈추고 덜어낼 줄 아는 절제의 미학은 깊은 울림을 준다.

 

길광편우(吉光片羽), 환상을 걷어낸 진짜 희망

실체도 본 적 없는 신수(神獸)의 털 한 조각을 붙들고 거대한 환상을 키워가는 세태를 꼬집는 대목은 서늘하면서도 아름답다. 저자는 묻는다. “길광은 혹시 희망이란 짐승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라고. 삶의 작은 조각 하나를 붙든 채 스스로 만든 환상 속에 사는 것은 아닐까. 실체 없는 희망에 기대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내면을 회복하는 것이 고전이 전하는 진짜 위로다.

 

소음의 언어보다 안으로 고이는 말씀이 필요한 시대

마지막 장인 소년청우(少年聽雨)’는 인생의 빛깔이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조용한 수용을 보여준다. 소년의 낭만과 장년의 신산을 지나, 노년에 이르러 슬픔과 기쁨의 일렁임마저 잦아드는 경지. 이 담담한 흐름은 번잡한 우리를 다시 고요의 중심으로 이끈다.

 

조심은 단숨에 읽어낼 책이 아니다. 마음이 어지러운 순간에 펼쳐 들어 맑은 샘물로 세수하듯 읽어야 한다. 소음의 언어보다 안으로 고이는 말씀이 필요한 시대, 정민 교수님의 문장은 영혼에 묻은 세속의 먼지를 깨끗이 씻어내 준다.

 

허깨비 세상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나로 존재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조심하라.마음을 놓친 허깨비 인생을.

 

#조심 #정민 #김영사 #고전성찰 #마음공부 #인문학 #케렌시아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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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맨십 - 행복한 교육 속에서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세 가지 원칙
김연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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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교육 현장에서는 세 주체가 모두 불안을 공유한다. 아이들은 경쟁 속에서 자아를 잃고, 부모는 자녀의 성공에 삶을 투사하며, 교사는 관계의 갈등 속에서 사명감을 소진당한다. 서로의 불안이 얽히며 학교는 점점 모두를 고갈시키는 공간이 되어간다. 에듀맨십은 교육의 위기가 제도의 실패가 아니라 학생·교사·부모라는 교육의 삼각형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답은 입시 전략이 아니다. 그는 교육의 본질을 ((()’라는 오래된 철학의 원리로 다시 불러낸다. 능동적 배움을 통한 깨달음(), 감각과 관계 속에서의 몰입과 공감(), 배움을 삶으로 옮기는 실천(). 이 세 가지 삼각대가 단단히 맞물릴 때 비로소 교육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힘을 되찾는다.

 

어원이 일깨우는 망각된 본질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철학적 깊이를 현실의 문맥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학생(Student)의 어원을 라틴어 studēre(열정을 갖다)에서 찾아낸다. 단순히 지식을 주입받는 존재가 아니라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교사의 권위(Authority) 또한 강압적 힘이 아니라 창조하는 자(Auctor)’라는 의미에서 다시 정의된다. 교권 회복 역시 통제와 법적 권한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 스스로 자신만의 언어로 배움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창조적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본질임을 일깨운다.

 

··(··), 세 주체의 삶을 깨우는 본질의 원리

책은 학생, 교사, 부모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지··의를 회복하고 본질에 도달할 수 있는지 정교하게 보여준다.

학생에게는 공부를 타인의 요구가 아닌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주체적 전환()’을 이야기하며, 지루함을 견디고 실패를 해석하는 태도를 길러준다.

교사 편은 매년 교실에서 소진을 경험하는 나에게 가장 아프게 와닿았다. 가르침의 권위는 직위가 아닌 학생의 가능성을 깨우는 데서 나오며, 이를 위해 교사도 먼저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한다()”는 메시지는 메마른 의무감에 갇혀있던 나를 흔들었다.

부모 편은 더욱 과감하다. 자녀의 성공에 존재 이유를 걸어버린 부모들에게 저자는 당신 자신의 성장표를 먼저 쓰라()”고 말한다. 부모 역시 한 인간으로서 실천하고 성장하는 뒷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조언은 삶 전체를 향한 다독임이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형식이 아니라 마음에 가닿는 이해되는 언어이며, 그 언어는 세 주체가 지··의의 균형을 잡을 때 비로소 터져 나온다.

 

불안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실존적 선택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교육을 기술이 아니라 존재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가르칠 것인가보다, 우리는 어떤 어른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이 책이 거대한 입시 현실을 단번에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트렌디한 기술이나 이벤트로 아이들을 붙잡아둘 수도 없다. 하지만 구조적 모순 뒤에 숨어 방관하는 대신, 내일 아침 교실의 문을 열며 아이들을 '성적'이 아닌 본연의 '열정자'로 바라보는 작은 실천은 당장 시작할 수 있다.

 

배움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깨달음을 삶으로 옮기는 것. 그 작고 느린 변화가 결국 교육을 다시 희망으로 바꾼다. 에듀맨십은 단순한 지침서가 아니다. 무너진 교육 공동체를 다시 세우기 위해, 우리가 어떤 주체로 존재할 것인가를 묻는 가장 따뜻하고도 단단한 철학적 선언문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에듀맨십 #김연진 #미다스북스 #배움의본질 #지정의 #교육철학 #교사성장 #교육공동체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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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명쾌한 금강경
이정서 지음 / 이른아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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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랫동안 금강경을 알 길 없는 신비주의의 안개 속에 가두어 두었다. 관습적인 해석과 난해한 의역의 장벽을 세워두고, “원래 심오하고 어려운 경전이라며 외면해온 것이다. 그러나 번역자 이정서는 이 완고한 관습에 상식적인 돌직구를 던진다. 부처님이 설법을 하던 그 자리에서, 수천 명의 대중이 듣자마자 찬탄했다면 그 말이 어찌 알아들을 수 없는 수수께끼였겠는가. 오분율에서 붓다는 기득권의 언어인 산스크리트어가 아닌, 민중의 비천한 속어로 불경을 배우라 명했다. 진리는 본래 흐르는 물처럼 명쾌하고 다정한 소통의 도구였던 것이다.

 

해석이라는 오만을 빼자 드러난 붓다의 민얼굴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번역가가 자신의 주관을 들이밀지 않는 비개입성에 있다. 기존의 번역들이 후대의 철학적 주석을 덧칠해 문장을 꼬아놓았다면, 이정서는 문법적 뼈대만 고스란히 보존한 채 독자를 붓다의 목소리 앞에 바로 세운다.

설명이 빠진 자리에서 역설적이게도 붓다와 수보리의 대화는 치열한 철학적 토론으로 선명하게 살아난다. 고전의 엄숙함 대신 현대의 지성으로도 완벽히 납득되는 논리적 쾌감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 법은 평등하여 높은 것도 낮은 것도 없기에내가 없고, 중생이 없다는 상태에서 선법을 닦으면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는 늘 이름을 붙이고 경계를 나누며 안심한다. 성공과 실패, 깨달음과 중생이라는 단단한 ()’을 만들고 집착한다. 하지만 붓다는 그 경계 자체가 허상임을 벼락처럼 일깨운다. 심지어 자신이 설한 진리(선법)조차 꼬리표를 붙여 절대화하는 순간 또 다른 집착이 됨을 경고한다. 금강경은 교리를 주입하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쥐고 있는 집착의 손아귀를 스스로 힘을 빼고 놓아버리게 만드는 다정한 해체 쇼.

 

진짜 대중화는 '형식'이 아닌 '언어'의 복원에서 온다

이 지점에서 저자가 던지는 불교 대중화에 대한 쓴소리는 뼈아프다. 요즘 젊은 세대를 사찰로 이끌기 위해 팝송과 힙합을 동원하는 등 다양한 문화적 방편이 유행이다.

그러나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명쾌한 소의(所依) 경전 하나 없이 진행되는 이벤트는 결국 경박화나 사상누각으로 끝나기 쉽다. 사람의 영혼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형식이 아니라, 마음에 가닿는 이해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는 매일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언어의 장벽을 고민하는 나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4월의 수많은 질문이 도달한 고요한 바다

행복, 강인함, 관계, 민주주의, 그리고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4월 한 달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나의 독서 여정이 이 책에서 멈춰 선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현실의 불평등에 분노하고, 흔들리는 관계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 애쓰며 품었던 그 치열한 질문들이 결국 고정된 실체는 없으니 상()을 비워내라는 금강경의 통찰과 조용히 맞물린다.

진리는 결코 심오함이라는 안개 속에 숨어있지 않았다. 안개를 걷어내고 마주한 붓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등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강경은 원래 어려운 책이 아니었다. 우리는 단지 너무 오래, 어렵게 읽고 있었을 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토록명쾌한금강경 #이정서 #이른아침 #금강경 #붓다의말 #불교인문학 #불교철학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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