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러닝 - 죽은 지식을 살아 있는 지식으로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
배리 오라일리 지음, 박영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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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더 많이 배우라고 요구받는다. 새로운 기술과 정보, 트렌드를 익히지 못하면 단숨에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의 시대다. 그런데 정작 더 어려운 일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말했듯, 21세기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배우느냐보다 얼마나 잘 비우고 다시 배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배리 오라일리의 언러닝(Unlearning)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여 변화의 파도 속에서 인간 고유의 자연지능을 작동시키는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늘날 가장 위험한 것은 무지가 아니라 과거의 성공 경험에 갇혀 변화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경고한다. 한때 유용했던 전략과 사고방식이 지금은 오히려 성장을 가로막는 감옥이 되는 현상, 그는 이를 성공의 역설이라 부른다. 과거의 성공 공식을 맹신하는 순간 미래의 문은 닫히기에, 낡은 생각과 행동 양식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새로운 방식으로 채워 넣는 주체적인 비움의 기술이 필요하다. 책은 이를 단순한 자기계발 구호로 다루지 않고 비움학습 재학습 전환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사이클을 통해 개인과 조직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테니스 황제 세리나 윌리엄스의 이야기다. 슬럼프에 빠진 세리나는 무명 코치의 냉정한 지적을 Snake 눈처럼 날카롭게 받아들이며 한때 승리를 안겨주었으나 이제는 쓸모없어진 자신의 습관들을 완전히 비워냈다. 성공을 만든 방식이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 그것이 바로 언러닝의 출발점이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 환경부터 바꾼 디즈니의 실험도 오래 남는다. 침체된 테마파크 사업을 살리기 위해 조직된 팀은 기존 사무실을 떠나 방치된 극장 건물로 공간 자체를 옮겨 연간 수익을 24%나 끌어올린 혁신을 이뤄냈다.

 

이 공간 혁신은 교육 현장에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교사인 나 역시 익숙한 교실, 익숙한 교재 안에서 과거의 성공 경험만 복제하며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래 효과적이었던 교수법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나의 익숙한 경험을 고의적으로 잊을 때 비로소 아이들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의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환경과 시스템이 함께 바뀔 때 새로운 사고가 가능해진다.

 

일부러 시스템 장애를 일으켜 조직의 대응 능력을 실험하는 넷플릭스의 카오스 몽키사례도 흥미롭다. 회복력은 완벽한 통제가 아니라 예기치 못한 충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안정을 추구하며 경직되려는 조직의 관성을 강제로 언러닝시키는 것, 그것이 초일류 기업이 격변하는 시대에서 생존하는 방식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언러닝이 단순히 과거를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변화를 위해 자신을 다시 구성하는 과정이자, 내 삶의 온전한 주권을 지켜내는 일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채울 것인가보다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낡은 지도를 버려야 비로소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시대의 변화 앞에서 자꾸만 머뭇거리게 된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오래된 성공 경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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