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 조심하라, 마음을 놓친 허깨비 인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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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시끄럽고 잡다한 생각으로 정신없을 때 찾는 나만의 케렌시아(Querencia)가 있다. 정민 교수님의 글이다. 그의 문장을 따라 고전의 숲을 걷다 보면, 들떠 있던 마음이 가라앉고 안개가 걷힌 듯 고요해진다. 이번에 만난 책 조심은 그 평온함의 정점에 있다.

 

조심(操心)’ : 달아나지 못하게 마음을 꽉 붙들어라

우리는 흔히 조심하라는 말을 외부의 위험을 살피라는 뜻으로 쓴다. 하지만 본래 의미는 다르다. 잡을 조()’마음 심()’, 즉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오만 가지 보양이 모두 다 거짓이니,다만 마음 붙드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萬般補養皆虛僞 只有操心是要規)

저자는 이 짧은 구절을 빌려 일갈한다. 값비싼 보약이 아닌, 마음을 놓쳐 얼빠진 허깨비가 되지 않는 것이 생의 본질이라고. 내 마음의 주권을 잃으면 외물에 질질 끌려다니는 문제아가 될 뿐이다. 김매지 않은 마음밭에 쑥대만 무성한 허우대만 멀쩡한 쭉정이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우리는 지금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야 한다.

 

비면 기울고 차면 뒤집히는 지만계영(持滿戒盈)’의 지혜

책 속에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고전의 상징들이 가득하다. 공자가 본 노나라 환공의 사당에 놓여있던 의기(欹器)’가 대표적이다. 비면 기울고, 적당히 차면 바르게 서며, 가득 차면 뒤집어지는 그릇이다.

우리는 더 채우지 못해 안달하지만, 고전은 가득 참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더 가지려 애쓸수록 삶은 중심을 잃고 뒤집어진다. 과잉과 속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당한 때에 멈추고 덜어낼 줄 아는 절제의 미학은 깊은 울림을 준다.

 

길광편우(吉光片羽), 환상을 걷어낸 진짜 희망

실체도 본 적 없는 신수(神獸)의 털 한 조각을 붙들고 거대한 환상을 키워가는 세태를 꼬집는 대목은 서늘하면서도 아름답다. 저자는 묻는다. “길광은 혹시 희망이란 짐승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라고. 삶의 작은 조각 하나를 붙든 채 스스로 만든 환상 속에 사는 것은 아닐까. 실체 없는 희망에 기대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내면을 회복하는 것이 고전이 전하는 진짜 위로다.

 

소음의 언어보다 안으로 고이는 말씀이 필요한 시대

마지막 장인 소년청우(少年聽雨)’는 인생의 빛깔이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조용한 수용을 보여준다. 소년의 낭만과 장년의 신산을 지나, 노년에 이르러 슬픔과 기쁨의 일렁임마저 잦아드는 경지. 이 담담한 흐름은 번잡한 우리를 다시 고요의 중심으로 이끈다.

 

조심은 단숨에 읽어낼 책이 아니다. 마음이 어지러운 순간에 펼쳐 들어 맑은 샘물로 세수하듯 읽어야 한다. 소음의 언어보다 안으로 고이는 말씀이 필요한 시대, 정민 교수님의 문장은 영혼에 묻은 세속의 먼지를 깨끗이 씻어내 준다.

 

허깨비 세상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나로 존재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조심하라.마음을 놓친 허깨비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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