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리, 세상과 통하다 1 : 아시아에서 오세아니아까지 - 지리와 함께하는 세계 자연·문화·시사 여행, 2026년 개정판 세계 지리, 세상과 통하다 1
전국지리교사모임 지음 / 사계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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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분명한 변화가 느껴졌다. 내용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훨씬 또렷하게 다가왔다.

 

세계 지리, 세상과 통하다1는 단순한 지리 교양서가 아니다. 이 책은 기존의 ‘5대양 6대륙구분을 과감히 버리고, 세계를 아홉 개의 대공간으로 새롭게 재편했다. 그뿐만 아니라 각 지역을 핵심 주제어와 결합하는 지역-주제 지리라는 독창적인 틀을 제시한다. 동아시아는 교류와 협력, 동남·남아시아는 다양성과 공존. 지역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이 오늘날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지를 먼저 묻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 책은 지리를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세계를 이해하는 사고의 틀을 새롭게 제시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문화에 대한 설명 방식이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인사법, 태국의 합장, 아랍과 미국의 거리감 차이를 소개하는 대목은 단순한 문화 비교를 넘어, 문화가 형성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묻는다. 1 통합사회 문화와 다양성단원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이 장면을 수업 도입에 쓰면 어떨까 바로 메모했다. 문화 상대주의를 설명하는 어떤 교과서 문장보다 이 짧은 사례가 더 강하게 와닿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음식 문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기름진 중국 음식과 차 문화의 관계, 채소가 부족한 티베트 지역에서 차가 가지는 의미는 먹는 방식조차 환경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동남아시아에서 이슬람교가 확산된 과정, 서남아시아의 해수 담수화 기술 사례는 문화와 종교, 기술과 정치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읽는 내내 지리는 연결이다라는 생각이 반복해서 떠올랐다.

 

이 책을 덮으며 가장 강하게 남은 생각은 이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세계를 외워야 할 대상으로 배워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세계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이해의 출발점은,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고.

 

결국 세계 지리, 세상과 통하다는 지리를 배우는 책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만드는 책이다. 지리 교사에게도, 세계를 넓게 바라보고 싶은 청소년에게도 권하고 싶다. 지리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힘, 그 힘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 아닐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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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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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이 책의 일부를 먼저 읽게 되었다. 처음엔 행운이라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 오히려 아쉬움이 더 크다. 첫 챕터 3일 전 와이프가 사라졌을 뿐을 덮는 순간, 나머지 아홉 편이 몹시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가제본 서평의 숙명이랄까. 이렇게 입맛만 남기고 책이 출간되길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이토록 야속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연출한 이동원 작가가 20년 가까이 현장에서 목격해온 인간 군상을 바탕으로 쓴 첫 소설집이다. 그는 타인의 고통을 기록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왔음을 고백한다. 그 솔직한 고백은 이 책의 출발점이자, 독자를 향한 질문의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한다. 우리는 과연 그와 얼마나 다른가.

 

제목은 직설적이다. ‘남의 불행을 먹고 산다는 말은 소설 속 인물들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뉴스를 클릭하고, 사건을 검색하고, 타인의 고통에 시선을 머무는 우리 모두를 향한다. 불행은 더 이상 개인의 사건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빠르게 확산되고, 해석되며, 소비되는 이야기로 변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는다.

 

첫 작품은 그 구조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라진 아내라는 사건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태도다. 걱정보다 먼저 계산이 앞서고, 공감보다 의심이 먼저 작동하며, 어떤 이에게 사건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다. 이 책에는 완전히 무고한 인물이 없다. 선과 악의 경계가 아니라, 욕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얼굴이 반복해서 드러난다.

 

이 소설집이 인상적인 이유는 독자를 단순한 관찰자로 남겨두지 않는 데 있다. 우리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구경꾼으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그 구조 안으로 끌려 들어간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나는 정말 이 이야기와 무관한 사람인가. 아니면 이미 그것을 소비해온 사람인가. 그 질문이 오래 남는다.

 

교실을 떠올리게도 했다. 학생들은 이미 수많은 사건을 콘텐츠로 접하며 살아간다. 공감보다 빠른 것은 판단이고, 이해보다 앞서는 것은 공유다. 이 책은 그런 시대의 감각을 낯설게 드러내며, 우리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타인의 불행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한 챕터만 읽었을 뿐인데도 마음 한켠이 묵직하게 남는다. 나머지 이야기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질문을 확장할지 궁금하면서도, 그 불편함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에서 망설여진다. 아마도 이 책은 끝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하게 될 질문은 결국 하나일 것이다. 나는 과연, 이 불행의 이야기에서 자유로운가.

 

출판사에서 도서의 일부 가제본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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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사계절 1318 문고 152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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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봄, 열세 살 단옥은 지도 위 물고기 모양의 섬을 바라보며 설렘을 품는다. 강제징용으로 탄광에 끌려간 아버지를 만나러 떠나는 길. 그곳은 밥을 세 끼 먹을 수 있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 여정은 돌아오기 위한 길이 아니라, 평생 돌아오지 못할 길의 시작이었다. 이금이의 슬픔의 틈새는 이 작은 기대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그 삶이 역사와 어떻게 얽혀 이어지는지를 80여 년의 시간 속에 담아낸다.

 

이 소설이 던지는 무게는 단순한 역사적 비극을 넘어선다. 일본에 의해 사할린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은 해방 이후에도 돌아가지 못했다. 지배 국가는 바뀌었지만 삶은 풀리지 않았다. 1945815일은 어떤 이들에게는 해방의 날이었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고향과 가족을 잃은 날이었다. 귀국선을 기다리다 끝내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광복이라는 단어 뒤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덮어두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작품은 슬픔에 머무르지 않는다. 작가는 그 속에서도 삶을 이어간 사람들의 힘에 주목한다. 단옥은 이름이 바뀌고 국적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 조선인과 일본인의 경계를 넘어 이어진 단옥과 유키에의 관계는, 국가와 민족만으로 인간을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어머니의 기억을 자신의 것처럼 품고 살아가는 다음 세대의 모습은, 고통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드러낸다.

 

이 소설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시간의 감각이다. 사할린에서 서울까지는 이제 몇 시간이면 닿지만, 단옥에게 그 길은 50년이 걸린 시간이었다. 돌아간다는 것은 이동이 아니라, 도달하지 못한 시간을 견디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이동의 이야기가 아니라, 끊어진 시간을 살아내는 이야기로 읽힌다.

 

또한 이 작품은 디아스포라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상태로 보여준다. 일본인도, 소련인도, 완전한 조선인도 될 수 없었던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그 틈새에서 서로를 돌보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작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다움의 의미를 길어 올린다.

 

슬픔의 틈새는 과거를 재현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소설은 묻는다. 우리는 이 역사를 정말 우리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역사가 끝났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여전히 그 시간 속에 남아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이 역사를 모른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

 

본 리뷰는 사계절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슬픔의틈새 #이금이 #사계절 #디아스포라 #사할린한인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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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 파워 - 부와 권력을 결정짓는 토지의 힘
마이클 앨버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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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믿는다.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권력의 핵심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믿음에 균열을 낸다. 왜 국가는 여전히 국경을 두고 싸우고, 왜 사회는 땅을 둘러싸고 갈등하는가. 그 이유는 단순하다. 권력은 여전히 땅 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마이클 앨버터스의 랜드 파워'누가 땅을 가졌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토지 소유가 어떻게 사회의 권력 구조와 불평등을 형성해왔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의 핵심은 분명하다. 토지 재분배의 유무가 아니라 그 방식이 사회의 운명을 가른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라틴아메리카 사례는 이 메시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멕시코, 베네수엘라, 브라질은 토지 재분배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불안정과 환경 파괴를 겪었다. 잘못 설계된 소유권 구조와 허술한 제도적 보호 때문이다.
반면 페루는 농민에게 토지를 돌려주는 개혁으로 성장을 앞당겼고, 콜롬비아와 볼리비아에서는 여성의 토지 소유권이 확대되며 사회 변화가 시작되었다. 같은 대륙에서도 설계의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이는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된다. 한국·일본·대만은 경자유전 원칙으로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한 반면, 캐나다는 토지를 남성에게 집중시키며 성 불평등을 고착화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나눴느냐였다.

 

이 대목에서 책은 명확한 통찰을 던진다. 불평등은 우연이 아니라 설계된 결과다. 토지 권력이 잘못 조직될 때, 격차와 차별은 구조적으로 반복된다.

 

그러나 이 책은 비판에 머물지 않는다. 토지는 지배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회복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토지 반환과 칠레의 자연 보전은 권력의 재구성이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의는 선언이 아니라 구조의 재설계 속에서 실현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부동산, 지역 격차, 환경 문제까지 다르게 보인다. 그 아래에는 언제나 토지가 있었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여전히 땅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랜드 파워는 과거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현재를 다시 해석하게 만드는 책이다. 결국 더 나은 사회를 고민한다는 것은 누가 땅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랜드파워 #마이클앨버터스 #인플루엔셜 #토지와권력 #불평등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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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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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어떤 장소를 지워야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영두는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의 '수리 보고서'를 맡게 되지만, 그 공간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이미 고통이다. 과거를 견디기 위해 특정 장소를 지워왔던 사람에게, 다시 그곳을 들여다보는 일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다. 그것은 망각으로 버텨온 삶을 뒤흔드는 일이다.

 

작품은 현재의 보수공사와 일제강점기 대온실 건립 과정을 교차시키며 서사를 밀어붙인다. 대온실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흔적이자, 여러 시대를 지나며 의미가 뒤틀린 채 살아남은 '생존자' 같은 공간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발견된 흔적은 이야기의 방향을 바꾼다. 땅 밑에 묻혀 있던 것은 단지 과거의 잔해가 아니라, 지워지지 않은 역사와 개인의 상처였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수리'는 건축의 문제가 아니다. 균열을 덮는 일이 아니라, 그 균열이 왜 생겼는지 끝까지 따라가는 일이다. "묻어버리면 전체를 알 수 없다"는 문장처럼, 상처를 외면한 채 진행된 복원은 결국 또 다른 붕괴를 낳는다. 이는 개인의 삶도 다르지 않다. 지우고 싶은 시절을 통째로 밀어내며 살아왔던 인물들이 결국 다시 그 기억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자주 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누구 하나 균열 없이 서 있는 아이는 없다. 그 균열을 덮으려 할수록 더 불안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수리는 낯설지 않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다.

 

그 기억의 중심에 문자 할머니가 있다. 현대사의 거친 파고 속에서 평생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품고 살아온 인물. 영두가 그 비밀을 따라가는 과정은 타인을 이해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린 산아의 말처럼, 역사는 좀처럼 해피엔드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인상적인 것은 이 작품이 끝내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처를 겪은 사람들은 여전히 누군가를 믿으며 살아간다. 믿어야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슬픔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관계와 회복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덮고 나면 한동안 걷고 싶어진다.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그런 일이기 때문이다.
멈춰 서 있을 수 없을 만큼 아프지만, 그래도 끝내 따라가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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