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이코노미 -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시그널에 관하여
유리 그니지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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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시그널에 관하여

이 책은 인센티브의 설계가 개인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책이다. 행동경제학의 석좌교수로서 저자는 인간의 행동을 단순한 경제적 동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하며, 우리가 간과했던 잘못된 시그널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책의 핵심 주제는 세상은 인센티브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단순히 금전적 보상이나 처벌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다양한 동기와 심리적 요인에 의해 행동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잘못된 인센티브는 목표를 왜곡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경고를 통해, 인센티브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상을 주거나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여러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혈액 기증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했을 때, 그들은 오히려 헌혈을 꺼리게 된다는 결과는 사람의 행동이 단순히 금전적 이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헌혈이 사회적 기여와 개인적 만족감에 기반한 행동임을 시사하며, 금전적 보상이 오히려 이러한 순수한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처럼 사람들의 동기는 복합적이며, 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설계된 인센티브는 실패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철도 공사의 길이를 기준으로 공사비를 책정한 결과, 열차가 불필요하게 많은 정거장을 만들어 버린 사례가 있다. 목표는 효율적인 철도를 건설하는 것이었지만, 잘못된 보상 체계는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했다. 이는 목표와 보상 체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아무리 강력한 인센티브가 주어지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문제는 기업, 공공정책, 사회 전반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실수다.

 

극적인 효과를 원하는가? 직원에게 개인별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서로 경쟁하게 하라. 좀 더 평화로우면서, 가능하다면 의욕이 과열되지 않는 조직을 원하는가? 그러면 팀별 인센티브를 사용하라. 어떤 결정을 내리든 팀 안에서 사용할 인센티브 구조는 당신이 달성하려는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요점] 목표와 일치하도록 팀별 인센티브와 개인별 인센티브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저자는 또한 인센티브가 개인의 행동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케냐에서 사자 개체 수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자 보호를 장려하는 보험 프로그램을 도입한 사례는, 잘 설계된 인센티브가 어떻게 전통적인 관습을 변화시키고 자연 보호를 촉진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런 사례들은 인센티브가 단순한 보상 이상의 역할을 하며, 사회적 규범과 관습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통적인 금전적 인센티브는 효과적일 때가 많지만 항상 최선의 선택지는 아니다. 이따금 개인에게 이익을 안기는 인센티브를 친사회적으로 만들면 보상 뒤에 담긴 의미를 바꾸고,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요점] 보상이 작은 경우에 친사회적 인센티브는 개인에게 이익을 안기는 인센티브보다 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인센티브 이코노미는 이러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인간 행동의 복잡성을 탐구하며,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서는 다양한 인센티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나쁜 인센티브는 없는 것만 못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목표와 시그널이 어긋나면 아무리 큰 보상을 제공해도 사람들의 행동을 올바르게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신호와 자기 신호를 고려해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행동의 근본 동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적인 인센티브 설계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단순히 인센티브 설계의 기술적 측면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저자의 글은 학문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경제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센티브 이코노미는 경제학적 시각에서 인간 행동의 복잡성과 인센티브의 잠재력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탁월한 선택이다. 잘못된 인센티브 설계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경고하면서, 올바른 인센티브 설계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한다. 저자는 인센티브가 단순히 경제적 보상이 아닌,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도구로서 작용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인센티브이코노미 #유리그니지 #김영사 #인센티브 #행동경제학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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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사전 -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며 때로는 유머러스한 사물들의 이야기
홍성윤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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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편집기자로 활동하는 저자가 이름들을 알 수 없는 사물들의 표제어를 그러모아, 세상에 하나뿐인 사전을 만들었다.

우리가 생활에서 분명 본 적이 있는 그거’. 그런데 이름은 모르는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저자는 그게 뭐더라?”에 그치지 않고 이름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짜잔~ 하고 그거 사전이 출간되었다.

 

76개의 이름 모를 그거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드는 생각은 딱!

신박하다!

동시에 이 책의 독자들 공통적인 감상은 바로 저자에 대한 리스펙!’이 아닐까?

 

피자 한가운데 꽂혀 있는 삼발이 그거가 피자 세이버란다.

세이버라는 단어 뜻대로 포장 상자와 피자의 공간을 확보해서 피자 토핑이 상자에 들러붙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그거의 이름을 알게 됐다.

저자는 이름만 이야기하고 넘어가지 않고 발명가나 특허 관련 에피소드를 친절하게 소개한다.

 

빵끈으로 알고 있는 트위스트 타이, 귤 알맹이에 붙은 하얀 실 같은 그거귤락, 카레를 담는 램프 모양의 그거소스 보트, 중식당 원형 식탁에 설치된 돌아가는 그거레이지 수잔, 배달 음식 용기의 포장을 뜯는 일회용 칼 그거랩칼, 포장한 초밥 사이에 초록색 그거인조대잎 등등

 

마실 거리에 관한 그거들 챕터는 더욱 생소한 이름들이 쏟아져 나온다.

샴페인 코르크 마개를 고정하는 철사 그거뮈즐레, 와인병 바닥에 움푹 팬 부분 그거펀트, 테이크아웃 컵의 중간에 씌워서 뜨거운 음료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그거컵 슬리브, 카페에서 빨대와 헷갈리는 그거십스틱, 열지 않고 마실 수 있는 테이크아웃 컵 뚜껑 그거커피 리드, 테이크아웃 컵 뚜껑의 구멍을 막는 그거스플래시 스틱, 내가 사랑하는 소주 병뚜껑에 꼬리처럼 달린 그거의 이름은 스커트란다.

 

배낭 가운데 돼지코 모양의 패치 그거의 이름은 래시 탭. 구멍 사이로 끈, 카라비너 등을 끼워 물건을 묶거나 매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암벽등반용 얼음도끼(피켈)를 휴대하는 용도였고, 그 외의 장비도 쉽고 빠르게 찾기 위한 목적으로 매달아 두었다.

등산용 배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래시 탭이 학생용 책가방에까지 진출한 계기는 캐나다의 가방 제작업체 허셜 서플라이 덕분이다. 허셜 서플라이는 세련된 마름모꼴의 가죽 패치로 재해석한 래시 탭을 배낭에 부착했고, 이후 다른 아웃도어 배낭 브랜드에서도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세상 게으른 고도비만 고양이에게도 사냥 본능이 남아 있는 것처럼, 책가방으로 살면서도 야생을 누비던 탐험가의 성정은 버리지 않은 셈이다. -<[25] 배낭 가운데 돼지코 모양의 패치 그거’> 중에서

 

김춘수 시인의 처럼 주위 사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그 사물의 쓰임과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관심이 애정으로 전이하는 것 같다.

책장 어느 한 곳에 꽂아놓고 심심할 때마다 꺼내볼 책!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그거사전 #홍성윤 #인플루엔셜 #그그그그뭐냐 #인문교양추천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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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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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자체가 아닌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으로 세워진 세상, 자본주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그 욕망을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달리 부르면서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섬기기 시작했다.

그 반짝이는 가치를 벼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송도라는 도시의 이야기로 작가가 담아냈다.

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살고 싶은 도시, 그게 이 도시의 다른 이름이다. 바다를 메워 만든 이 도시에는 없는 것이 많다. 그늘진 곳이 없고 오래된 것이 없고 모호한 데가 없다. 그것이 역설적으로 이곳을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준다. -<프롤로그 신도시> 중에서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 국제신도시라는 멋진 이름으로 개발된 송도’.

 

송도는 갯벌을 매립해 만든, 아니 만들어지는 중인 도시였다. 새로운 공구의 조성을 위해 시는 100만 평이 넘는 갯벌을 추가로 매립할 예정이었다. 여의도 면적 다섯 배의 바다를 없애고도 부족한 모양이었다.

이 도시는 불길해요. 바다를 메꿔서 육지로 만들었다죠? 얼마나 많은 것들이 죽었을까요?” -p204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수미와 석진.

편의점보다 많이 개업하고, 카페보다 많이 폐업한다는 필라테스 센터의 원장인 전직 발레리나 염수미. 여성 회원들이 동경할 만한, 마르고 탄탄한 강사의 몸 자체가 사업 전략이자 센터 인테리어 그 자체. 몸은 트레이너에게, 살림은 도우미에게, 교육은 학원 강사에게 전문적으로 맡기는 효율적인 자본주의 시스템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생리적 욕구는 희박해졌지만 타인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싶은 욕구는 더 강렬해져만 갔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을 강박적으로 확인받고 싶었다. 타인의 몸과 마음에 소용돌이를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주니와의 관계도 시작은 그랬다. 석진에게 죄책감도 없었다. 거짓이 없기 위해서는 거짓이 필요하니까. -p190

 

덕적도에서 낚시꾼들에게 칼국수 끓여주던 작은 식당집 아들 석진은 오직 공부만으로 아버지의 폭력에서 탈출한다. 어머니를 남겨둔 채.

가장 효율적으로 내시경 실적을 달성하는 에이스 내과 전문의 이석진은 아내의 이름과 한자씩 조합해서 명명한 미진 내과를 개원한다.

 

석진의 취미였던 클라이밍의 장점이자 단점은 진짜 추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벽도 가짜, 스릴도 가짜, 상승과 하강의 행위 모두 가짜였다.

 

모두가 석진과 수미처럼 좋은 식사와 운동을 할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참아내는 식욕과 게으름을, 인내하지 못하는 족속들이 답답했다. 갑싼 쾌락을 당겨 누린 대가로 병들고 늘어진 신체를 끌며 자신들을 찾아오는 고객님과 회원님들이 경멸스러웠다. 그런 인간들의 어리석음과 충동성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불려주고, 그 덕에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 유기농 아보카도를 사고 피트니스 회원권을 갱신할 수 있는데도. -p65

 

페이 닥터 시절부터 진료하던 환자 백유화는 서른둘 나이에 연변 교포로 남동공단 공장 기숙사에 살고 있다.

톱날 모양의 도루코 면도날을 삼키는 유화, 그걸 내시경으로 끄집어내는 석진.

 

미진 내과는 개원하고 두 달이 지나도록 폐업을 앞둔 호텔 로비 분위기만 풍기고 있었다. 이에 돌파구를 찾은 사람은 바로 수미. 의료봉사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자는 것.

일요일 남동공간으로 의료봉사를 간 석민은 유화를 만난다.

유화가 사랑했던 해룡은 수영 선수였다.

유화가 신던 여기저기 갈라지고 뜯겨져 검정 테이프가 붙어 있는 국방색 장화의 비밀.

 

유화가 석진에게 맡겨두고 떠난 것은 바로 투명한 지퍼백 속에 담긴 면도날들. 바로 석진이 꺼내준 면도날 아홉 개.

 

수미와 석진. 그리고 주니와 유화 그리고 해룡.

나는 어떤 캐릭터와 비슷한 사람일까?

자본의 가치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인간의 가치를 추종하는 사람인가? 우리는 그 극단의 가운데 어디쯤 서성이고 있을 것이다.

내 발걸음은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는가?

 

거침없이 투명한 시티 뷰를 위해 유리를 닦는 사람과 스릴을 안전하게 감각하기 위해 가짜 암벽을 타는 사람.

평행의 정의에 의거하여 그들은 절대 스칠 일이 없어 보였다.

그 사실을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시티뷰 #우신영 #다산책방 #혼불문학상 #책추천 #다산북스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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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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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제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 짓기 위해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만들어 낸 최강의 무기가 바로 원자폭탄. 19458월 미국은 일본의 어느 도시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리기로 했을까? 당신이 알고 있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도시는 1순위가 아니었다.

1순위였던 교토로 몇십 년 전 아내와 여행을 갔던 헨리 스팀슨. 교토 여행의 추억과 정취를 잊지 못했던 그는 육군 장관이 되어 교토 폭격을 격렬하게 반대해서 자기 뜻을 관철했다. 그 대신 첫 번째 원자폭탄은 히로시마에 떨어졌다.

두 번째 폭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도시인 고쿠라시에 떨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B-29 폭격기가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구름이 짙게 껴서 저 아래 땅을 보기가 어려웠다. 궂은 날씨가 또 다른 도시를 순간적으로 막아준 탓에 폭탄은 나가사키에 떨어졌다.

 

우리는 합리적이고 질서정연한 진보에는 인과관계가 따른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무질서함을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설명을 원한다.

 

그러나 한 도시가 아닌 다른 도시의 대량 학살을 가져온 것은 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었다. 임의적인 요인이 거의 무한에 가깝도록 이어진 조합을 통해서만 이 대량 학살을 설명할 수 있다. 임의적으로 일어난 사소한 변화와 언뜻 무작위로 보이는 우연한 사건들이 우리 커리어의 경로를 다른 데로 돌릴 수도, 인연을 바꿔놓을 수도, 혹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라지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제멋대로인 세상에 살고 있다.

 

뉴턴 이후 과학 혁명의 시대를 살아온 선조부터, 이러한 스토리텔링이나 법칙의 추구는 더욱 강하게 나타냈다.

무엇이든 이유를 대려고 하고, 근거를 확인하려는 자세가 이른바 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이성적이라는 이유로 찬사받고 추앙받았다.

 

세상은 우발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통제할 수 없는 임의적이고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끝없이 얽히고설켜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 발전과 함께 이 세상의 작동 메커니즘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사소한 변화만으로 너무 많은 일이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진화에서뿐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다.

 

우리 뇌는 확률과 혼돈을 아주 싫어하도록 진화해서,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에 대한 잘못된 유형을 탐지하고 잘못된 원인을 제시할지언정 우발적이거나 임의로 벌어졌다는 정확한 설명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유형을 과하게 탐지해 내도록 진화했다.

우리는 임의적인 사건을 무시하거나 숨겨진 질서정연한 구조의 일부인 양 본다. 마치 무질서한 산점도 사이로 깔끔한 선을 긋는 것과 같다. 우리 인류는 왜냐하면교의 광신도다.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는 대부분 원인과 결과의 규칙적이고 직접적인 유형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안정적이라는 잘못된 가정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XY를 일으키는가?’를 이해하려 하며, 이는 체계적으로 가능성과 복잡성의 역할을 폄훼한다.

우리는 임의성과 무작위성, 사고에 의해 흔들리는 이 복잡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동안 스스로에 대해 무엇을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는지 더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데 솔직해져야 할 때다.

 

우리는 무엇도 통제할 수 없지만,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현대사회는 복잡계로, 안정적으로 보이나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비틀거리다가 우연이든 극소량이든 작은 변화만 생겨도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다.

 

카오스 이론을 통해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서로에게 떼려야 뗄 수 없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세상에서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일으키는 잔물결은 다른 사람들의 삶에 폭풍우를 일으키거나 그 삶을 잠잠하게 가라앉힐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더 세상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는 근본적인 가정에 도전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역사와 현실 세계를 종횡하며 무작위적 우연 현상과 그것이 가져오는 거대한 변화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어떤 일은 아무런 이유 없이 일어날 뿐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으며 한편으로 이 책이 던지는 의미를 강조한다.

우리와 우리 주변의 모든 상황이 그저 다 우연이며 길들일 수 없는 우주가 던져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난잡하고 불확실한 현실을 맞이하는 법을 배우고 이 혼돈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복잡계에 속한 우리 세상을 설명하는 나심 탈레브가 쓴 안티프래질의 친절한 버전 같은 책이다. 나비효과, 복잡계 이론을 쉽게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역사, 방대한 자료와 연구를 망라하며 우연과 혼돈이 지배하는 세계를 탐구하는 저자는 이 책을 지은 목적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 조각들을 한데 엮어서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의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관념을 재구성해 줄 새롭고 일관성 있는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아름다움을 포용한다는 것은 현재의 개별적인 행동이 어떻게 최적화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힘을 빼고, 여러분을 위해 만들어진 현재를 기념하는 데 힘을 준다는 의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어떤일은그냥벌어진다 #브라이언클라스 #웅진지식하우스 #복잡계 #불확실성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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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쳤지만 무너지지 않는 삶에 대하여 - 탈진의 시대, 인류사 내내 존재했던 피로의 인문학 A to Z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 지음, 김지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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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2024년 여름을 보내고 반가운 가을을 맞고 있다. 결실의 계절이라는 가을에 들리는 소식은 배추 한 포기 2만 원, 송이버섯 1kg170만 원 등 풍요롭지 못한 결실에 관한 이야기들. 뜨거운 태양과 세찬 바람을 거쳐야 열매를 맺는다지만, 그 또한 자신을 보전하는 범위 안에서나 일어나는 이야기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 너무나 혹독한 계절을 거치다 보면 열매 맺기 어려운 자연과 다르지 않다.

 

영국 켄트대학교 문화사 교수이자 번아웃 전문 코치로도 활동하는 저자는 우리가 마주하는 탈진의 문제를 철학·심리학·사회학·문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우리가 겪는 전염병은 코로나로 그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극단을 달리고 있는 오늘 우리가 겪는 번아웃이라는 전염병을 저자는 인문학적으로 살펴보며 우리 삶의 아름다움을 이어가고자 한다.

 

이 책은 A부터 Z까지 총 26편의 짧은 글들이 실려있다. 인류사 내내 존재했던 피로라는 개념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이 26가지 키워드들은 번아웃의 근원과 역사를 탐구하는 동시에, 탈진의 잿더미 속에서도 마음의 피로를 돌보고 자신만의 행복을 재발견할 수 있는 창의적인 영감을 전한다.

 

exhaustion 탈진은 21세기에 등장한 현대인만의 병이 아니라 인류가 태초부터 지녔던 숙명이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탈진 상태의 근원에는 개인적인 문제뿐 아니라 문화적인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탈진의 문제를 철학적 사유와 역사적·사회적 통찰이 지닌 치유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도로 우상화하는 현대 사회의 문화적 압력으로 점점 더 아픈 사람이 들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무시하고 개인에게만 탈진의 책임을 추궁하고 극복의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

 

탈진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의 출발 ‘A’의 자리에 저자는 받아들임(Acceptance)’을 놓았다.

만사가 귀찮고 심신이 지쳐 탈진 상태에 이르렀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를 이 지경까지 몰아붙인 일을 계속해 나갈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을 길러라’, ‘깊이 심호흡해라’, ‘일과 삶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해라따위의 조언도 탈진에 이른 사람에게는 힘이 되지 못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급진적 수용이다.

 

급진적 수용이란 몸과 마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온전히 인식하되, 판단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탈진 상태는 에너지가 극도로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에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은 우리 몸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은 몸과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 버리는 일을 예방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잠깐 쉬어 가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자본주의 무한경쟁사회에서 실패는 곧 사회적 낙인과 같다. 우리는 패배자를 악인으로 간주하는 문화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지독한 생존자 편향에 사로잡혀 있다.

실패를 대하는 현명한 태도는 실패가 단순히 우리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실패가 열정의 또 다른 이면이라는 사실 또한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블랙박스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블랙박스 사고방식이란 실패에 사회적 낙인을 찍는 대신 그 이점을 활용하려는 마음가짐을 뜻한다.

 

[K] 차례인 카이젠(개선 Kaizen)’에서 저자는 우리의 삶의 변화를 이끄는 소중한 방법을 제시한다. 영혼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을 때,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나 홀로 길을 헤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 그럴 때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한 가지 하는 것이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스트레스 요인을 전부 제거하려고 시도하지 말고, 한 번에 하나씩 작은 일부터 해결해 보라.

 

[S] 차례에서 소개되는 스토아주의(Stoicism)’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현상은 언제든지 빼앗길 수 있고 이것에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절망하기보다는 통제할 수 있는 것, 즉 외부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정신적 에너지를 모두 집중하라는 것이다.

스토아주의는 인생의 고통과 불행을 피하거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그저 인생에서 무슨 일이 닥쳐도 침착하고 굳건하게 이겨낼 수 있는 정신적 태도, 즉 평정심과 회복탄력성을 기르고자 했을 뿐이다. 그것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 범위 안에서.

 

[X] 차례인 환대(Xenia)’에서 저자는 수용전념치료(ACT)를 설명한다. 수용전념치료는 수용, 관찰, 놓아주기라는 세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쁨, 활력, 유대감, 사랑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고 싶다면 삶 속에서 슬픔, 수치심,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설 자리도 마련해야 한다. 긍정적인 감정만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감정은 아예 차단해 버린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면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포용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나의 집에 들어온 문제적인 감정에 맞서 싸우거나 이를 억누르려고 해서는 안 된다.

 

탈진 상태의 원인이 심리적이거나 신체적일 수도 있고 시대적 문화의 영향일 수도 있다. 우리는 각자 속한 문화적 맥락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 존재다. 우리 시대의 문화적 경향에 나에게 부과하는 압력을 알아차리고, 잠잠히 살펴보고, 나의 삶과의 연결을 확인한다.

그러기 위해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 정신 없이 달려만 나가는 이 시대에 나를 돌아보고 나를 돌보는 것이 우선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인생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고 더욱 멀리 나아가고, 더욱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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