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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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제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 짓기 위해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만들어 낸 최강의 무기가 바로 원자폭탄. 19458월 미국은 일본의 어느 도시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리기로 했을까? 당신이 알고 있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도시는 1순위가 아니었다.

1순위였던 교토로 몇십 년 전 아내와 여행을 갔던 헨리 스팀슨. 교토 여행의 추억과 정취를 잊지 못했던 그는 육군 장관이 되어 교토 폭격을 격렬하게 반대해서 자기 뜻을 관철했다. 그 대신 첫 번째 원자폭탄은 히로시마에 떨어졌다.

두 번째 폭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도시인 고쿠라시에 떨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B-29 폭격기가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구름이 짙게 껴서 저 아래 땅을 보기가 어려웠다. 궂은 날씨가 또 다른 도시를 순간적으로 막아준 탓에 폭탄은 나가사키에 떨어졌다.

 

우리는 합리적이고 질서정연한 진보에는 인과관계가 따른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무질서함을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설명을 원한다.

 

그러나 한 도시가 아닌 다른 도시의 대량 학살을 가져온 것은 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었다. 임의적인 요인이 거의 무한에 가깝도록 이어진 조합을 통해서만 이 대량 학살을 설명할 수 있다. 임의적으로 일어난 사소한 변화와 언뜻 무작위로 보이는 우연한 사건들이 우리 커리어의 경로를 다른 데로 돌릴 수도, 인연을 바꿔놓을 수도, 혹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라지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제멋대로인 세상에 살고 있다.

 

뉴턴 이후 과학 혁명의 시대를 살아온 선조부터, 이러한 스토리텔링이나 법칙의 추구는 더욱 강하게 나타냈다.

무엇이든 이유를 대려고 하고, 근거를 확인하려는 자세가 이른바 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이성적이라는 이유로 찬사받고 추앙받았다.

 

세상은 우발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통제할 수 없는 임의적이고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끝없이 얽히고설켜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 발전과 함께 이 세상의 작동 메커니즘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사소한 변화만으로 너무 많은 일이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진화에서뿐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다.

 

우리 뇌는 확률과 혼돈을 아주 싫어하도록 진화해서,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에 대한 잘못된 유형을 탐지하고 잘못된 원인을 제시할지언정 우발적이거나 임의로 벌어졌다는 정확한 설명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유형을 과하게 탐지해 내도록 진화했다.

우리는 임의적인 사건을 무시하거나 숨겨진 질서정연한 구조의 일부인 양 본다. 마치 무질서한 산점도 사이로 깔끔한 선을 긋는 것과 같다. 우리 인류는 왜냐하면교의 광신도다.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는 대부분 원인과 결과의 규칙적이고 직접적인 유형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안정적이라는 잘못된 가정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XY를 일으키는가?’를 이해하려 하며, 이는 체계적으로 가능성과 복잡성의 역할을 폄훼한다.

우리는 임의성과 무작위성, 사고에 의해 흔들리는 이 복잡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동안 스스로에 대해 무엇을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는지 더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데 솔직해져야 할 때다.

 

우리는 무엇도 통제할 수 없지만,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현대사회는 복잡계로, 안정적으로 보이나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비틀거리다가 우연이든 극소량이든 작은 변화만 생겨도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다.

 

카오스 이론을 통해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서로에게 떼려야 뗄 수 없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세상에서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일으키는 잔물결은 다른 사람들의 삶에 폭풍우를 일으키거나 그 삶을 잠잠하게 가라앉힐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더 세상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는 근본적인 가정에 도전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역사와 현실 세계를 종횡하며 무작위적 우연 현상과 그것이 가져오는 거대한 변화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어떤 일은 아무런 이유 없이 일어날 뿐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으며 한편으로 이 책이 던지는 의미를 강조한다.

우리와 우리 주변의 모든 상황이 그저 다 우연이며 길들일 수 없는 우주가 던져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난잡하고 불확실한 현실을 맞이하는 법을 배우고 이 혼돈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복잡계에 속한 우리 세상을 설명하는 나심 탈레브가 쓴 안티프래질의 친절한 버전 같은 책이다. 나비효과, 복잡계 이론을 쉽게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역사, 방대한 자료와 연구를 망라하며 우연과 혼돈이 지배하는 세계를 탐구하는 저자는 이 책을 지은 목적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 조각들을 한데 엮어서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의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관념을 재구성해 줄 새롭고 일관성 있는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아름다움을 포용한다는 것은 현재의 개별적인 행동이 어떻게 최적화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힘을 빼고, 여러분을 위해 만들어진 현재를 기념하는 데 힘을 준다는 의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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