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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평점 :
인간 자체가 아닌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으로 세워진 세상, 자본주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그 욕망을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달리 부르면서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섬기기 시작했다.
그 반짝이는 가치를 벼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송도라는 도시의 이야기로 작가가 담아냈다.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살고 싶은 도시, 그게 이 도시의 다른 이름이다. 바다를 메워 만든 이 도시에는 없는 것이 많다. 그늘진 곳이 없고 오래된 것이 없고 모호한 데가 없다. 그것이 역설적으로 이곳을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준다. -<프롤로그 신도시> 중에서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 국제신도시라는 멋진 이름으로 개발된 ‘송도’.
송도는 갯벌을 매립해 만든, 아니 만들어지는 중인 도시였다. 새로운 공구의 조성을 위해 시는 100만 평이 넘는 갯벌을 추가로 매립할 예정이었다. 여의도 면적 다섯 배의 바다를 없애고도 부족한 모양이었다.
“이 도시는 불길해요. 바다를 메꿔서 육지로 만들었다죠? 얼마나 많은 것들이 죽었을까요?” -p204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수미와 석진.
편의점보다 많이 개업하고, 카페보다 많이 폐업한다는 필라테스 센터의 원장인 전직 발레리나 염수미. 여성 회원들이 동경할 만한, 마르고 탄탄한 강사의 몸 자체가 사업 전략이자 센터 인테리어 그 자체. 몸은 트레이너에게, 살림은 도우미에게, 교육은 학원 강사에게 전문적으로 맡기는 효율적인 자본주의 시스템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생리적 욕구는 희박해졌지만 타인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싶은 욕구는 더 강렬해져만 갔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을 강박적으로 확인받고 싶었다. 타인의 몸과 마음에 소용돌이를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주니와의 관계도 시작은 그랬다. 석진에게 죄책감도 없었다. 거짓이 없기 위해서는 거짓이 필요하니까. -p190
덕적도에서 낚시꾼들에게 칼국수 끓여주던 작은 식당집 아들 석진은 오직 공부만으로 아버지의 폭력에서 탈출한다. 어머니를 남겨둔 채.
가장 효율적으로 내시경 실적을 달성하는 에이스 내과 전문의 이석진은 아내의 이름과 한자씩 조합해서 명명한 미진 내과를 개원한다.
석진의 취미였던 클라이밍의 장점이자 단점은 진짜 추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벽도 가짜, 스릴도 가짜, 상승과 하강의 행위 모두 가짜였다.
모두가 석진과 수미처럼 좋은 식사와 운동을 할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참아내는 식욕과 게으름을, 인내하지 못하는 족속들이 답답했다. 갑싼 쾌락을 당겨 누린 대가로 병들고 늘어진 신체를 끌며 자신들을 찾아오는 고객님과 회원님들이 경멸스러웠다. 그런 인간들의 어리석음과 충동성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불려주고, 그 덕에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 유기농 아보카도를 사고 피트니스 회원권을 갱신할 수 있는데도. -p65
페이 닥터 시절부터 진료하던 환자 백유화는 서른둘 나이에 연변 교포로 남동공단 공장 기숙사에 살고 있다.
톱날 모양의 도루코 면도날을 삼키는 유화, 그걸 내시경으로 끄집어내는 석진.
미진 내과는 개원하고 두 달이 지나도록 폐업을 앞둔 호텔 로비 분위기만 풍기고 있었다. 이에 돌파구를 찾은 사람은 바로 수미. 의료봉사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자는 것.
일요일 남동공간으로 의료봉사를 간 석민은 유화를 만난다.
유화가 사랑했던 해룡은 수영 선수였다.
유화가 신던 여기저기 갈라지고 뜯겨져 검정 테이프가 붙어 있는 국방색 장화의 비밀.
유화가 석진에게 맡겨두고 떠난 것은 바로 투명한 지퍼백 속에 담긴 면도날들. 바로 석진이 꺼내준 면도날 아홉 개.
수미와 석진. 그리고 주니와 유화 그리고 해룡.
나는 어떤 캐릭터와 비슷한 사람일까?
자본의 가치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인간의 가치를 추종하는 사람인가? 우리는 그 극단의 가운데 어디쯤 서성이고 있을 것이다.
내 발걸음은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는가?
거침없이 투명한 시티 뷰를 위해 유리를 닦는 사람과 스릴을 안전하게 감각하기 위해 가짜 암벽을 타는 사람.
평행의 정의에 의거하여 그들은 절대 스칠 일이 없어 보였다.
그 사실을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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