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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없는 마을 - 아직도 탐험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39개 미지의 장소들
앨러스테어 보네트 지음, 방진이 옮김 / 북트리거 / 2019년 6월
평점 :

2019-073 <지도에 없는 마을(앨러스테어 보네트 지음/북트리거)> #인문
아직도 탐험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39개 미지의 장소들
Beyond the Map
이 책에 등장하는 39개의 장소 중 아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저자의 의도가 적중한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의 여행.
그러나 낭만적이거나 환상적인 여행을 꿈꾸면 곤란하다.
‘지구상 마지막 파라다이스’ 이런 문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하는 곳들이 소개된다.
사회지리학자인 저자의 경력만큼 이 책에서는 자연지리보다는 인문지리 쪽의 이야기들이 많다.
사실 지리는 자연 자체일 때보다 사람과의 인연과 역사에서 생명력을 갖는 경우가 더 많다.

서른아홉 곳을 다섯 개의 챕터로 엮어서 소개한다.
각 장의 맨 앞에 나와 있는 지도 속에서 소개된 장소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1장 제멋대로인 섬들’에서는 인간이 섬에 대해 갖는 환상이나 감정들이 잘 나타내있다. 자신만의 섬, 우리만의 섬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개인적인 환상들.
그러나 섬이 갖는 군사적, 경제적 이익이 강조되면서 개인적이며 낭만적인 섬에 대한 환상들은 뒤로 밀려나게 된다. 각국의 노골적인 자국의 이익추구가 섬 자체의 아름다움들을 짓밟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
‘2장 고립지와 미완의 국가들’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국가의 개념과 형태를 뛰어넘는 지역들이 소개된다.
고대 유럽어의 일종인 ‘라딘어’를 사용하는 지역.
유대교의 엄격한 종교적 전통을 지키는 구역은 에루브.
본토와 단절된 채 주위가 다른 나라나 다른 행정구역에 둘러싸여 있는 곳을 가리키는 월경지. 그 월경지가 가장 많은 곳인 중앙아시아의 페르가나 분지.
세계에서 가장 긴 모래벽인 사하라의 모래벽.
냉전 이후 새로운 독립국들 사이에 생겨나던 분리주의와 저자가 사는 동네의 분리주의.
영토는 없지만 국제기구로부터 국가로 인정받는다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인 몰타기사단.
모두 낯설고 생소하며 편한 느낌을 주지 않는 여행지들이었다.
‘3장 유토피아의 장소들’은 토마스무어의 ‘유토피아’에 더욱 가까운 곳들, 자신들의 신념과 이상을 실현하고자하는 지역들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토피아가 발고 환한 개념이라면 유토피아의 어두운 면에 가까운 곳도 있었다. 우리가 IS로 알고 있는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가 그렇다.
헬리콥터 도시로 불리게 된 상파울로, 지면이 없는 수직도시 홍콩 등 현실의 개념과 다른 기준의 유토피아들이 소개된다.
‘4장 유령과 환영이 떠도는 장소들’은 유령이 존재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근거로 일상적인 장소에도 유령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도쿄 최고 번화가인 신주쿠역의 유령 터널이나 뉴캐슬 고가 보도, 웨일스의 보이즈빌리지, 히말라야의 심라 시내에 있는 영국인 묘지 등에서 저자가 불러내는 환영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5장 감춰진 장소들’에는 구글 스트리트뷰에 나오지 않는다는 장소들이 등장한다.
국가 기밀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아서 모르고 있던 곳, 카이로의 쓰레기 도시나 와나타물라 빈민가.
자신들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감추고 사는 히든힐스.
페이퍼컴퍼니들이 모여있는 에든버러 로이스턴 메이스가 18번지 2호 등등.
쉽지 않은 여행을 마친 기분이다.
호기심 가득 출발했던 여행이 생각이 많아진 채로 끝났다.
이 책에 소개된 그 많은 지역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 것 같다.
자신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강조하며 다양성을 유지하며 생활하는 지역,
그리고 인간의 이기심을 드러내며 자연파괴나 경제적 수탈이 이루어지는 지역.
자연과 인류는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
그 가치들을 위협하는 유일한 존재가 인간이 아닌가 한다.
자연과 인류의 가치를 유지 보존하는 인류와 자연의 연대, 인류와 인류의 연대는 정말 어려운 것인지 되묻게 된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