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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 박제된 역사 뒤 살아 있는 6.25전쟁 이야기
한준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2019-070 <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한준식 지음/RHK)> #에세이
박제된 역사 뒤 살아 있는 6·25전쟁 이야기
이 책은 6·25전쟁의 역사적 의의나 세계사적 영향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6·25전쟁의 영웅의 무용담도 아니다.
그저 평범했던 한 청년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서 경험했던 삶과 죽음의 이야기이다.
1931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1951년 입대.
백운산 토벌작전과 지리산 토벌작전에 투입되어 전쟁과 죽음을 경험하고,
강원도 금화지구로 이동하여 동부 전선 난초 고지, 독립 고지 전투를 치른다.
중공군과의 엄청난 전투 중 포탄 파편으로 허벅지에 심한 부상을 입고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게 된다.
다행히 완치는 아니었지만 목숨은 건져서 후방에서 나머지 군 생활을 하고 5년이 넘는 군 생활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이 삶과 죽음의 이야기는 한 청년의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식민지 조국에서 태어나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고초를 겪다가 해방된 조국을 경험하였던 그 세대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감격의 광복을 경험하고 새로운 조국의 수립과 행복한 인생을 꿈꾸던 그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국가와 인생의 장미빛 청사진을 그려보기도 전에 전쟁의 화마에 짓밟힌 청년들의 이야기다.
고작 스무 살의 나이에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저자의 이야기는 그 세대의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는다.
숨조차 쉬지 못했던 죽음의 공포를 평생 끌어안고 살았던 그 세대는 우리에게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주었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일구어주었다.
한준식님의 이야기를, 내가 그 나이였을 때를 떠올리며 읽었다.
스무 살의 꽃다운 나이에 전쟁과 죽음과 한없는 절망을 경험했을 또 다른 한준식님들을 떠올리며 읽었다.
지금의 스무 살의 청춘은 생존의 위험에서 벗어나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지낼 때가 많다.
그러나 다른 절망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다.
이전 세대와는 다른 양극화된 계층화 속에서 계층 상승의 사다리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조바심내며 힘겨워하고 절망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가 되는 세대들이 전쟁이나 생존의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의 공동체를 가꾸는 일.
서로의 아픔들을 후벼 파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위로하며 힘이 되어주는 일.
그렇게만 된다면 6·25전쟁은 민족상잔의 비극으로만 머물러있지 않고 새로운 화해와 평화의 교과서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남과 북, 세대와 세대 사이의 화해와 평화가 우리에게 미래를 안겨줄 수 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를 없다는 말은 일본에게만 쓰는 말은 아니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