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품 이야기 - 재난 수습 전문가가 목격한 삶의 마지막 기록
로버트 젠슨 지음, 김성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4 유류품 이야기 (로버트 젠슨 지음/한빛비즈)

재난 수습 전문가가 목격한 삶의 마지막 기록

우리가 뉴스로 접한 참사 사고만 해도 무수히 많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참사,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세월호 침몰사고 그리고 10·29 참사까지.

우리의 가슴을 후벼파는 희생자의 사연들이 무수하다. 전 국민이 트라우마에 걸릴 정도의 참사가 왜 그렇게 자꾸 발생하는지,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고 있으니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이루어져 할 일은 바로 남은 사람들에게 위로하는 일이다.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희생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이다.

세월호 사고 당시 희생자가 수습되어 팽목항으로 들어오면 실종자의 가족들이 그렇게 부러워했다고 한다. 가족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애통해했던 장면이 또렷이 기억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난 수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대량 사망 사고에 대한 대응을 정삼각형의 형태를 유지하며 일하는 것이라 비유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상황에서 모든 각도가 같은 완벽한 정삼각형을 유지해야 한다. , 항상 염두에 두면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각도는 죽은 자다. 이들도 품위와 존엄, 정체성을 지킬 권리가 있다. 두 번째 각도는 산 자다. 사고의 생존자, 유족, 그리고 학생을 잃은 학교나 많은 거주민을 잃은 마을 같은 공동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 각도는 사고 조사다. 범죄의 경우 생존자와 유족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를 원한다. 사고의 경우 똑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막기 위한 변화가 이루어질지 알고 싶어 한다. 때로는 이 세 가지의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는 바람에 균형을 이루기 어렵다. -<10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법> 중에서

 

저자는 사람의 유해를 찾아내 본국으로 송환하고, 그 사람의 소유물을 가족에게 돌려주고, 정부와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 활동을 이끌어왔다. 그의 활동은 산 사람을 돕는 것이다. 저자의 활동이 희생자의 가족과 친구들의 슬픔과 고통을 끝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회복 과정을 감당할 수 있게 돕고, 그들이 과거의 일상을 내려놓고 새롭게 찾아온 일상으로 전환하는 최고의 기회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대량 사망 사고에서 저자가 하는 일의 이면에는 유족지원센터에서 죽은 자의 가족을 대하는 일, 그들과 함께 사망자의 시신을 확인하는 일, 그들의 소유물과 유해를 돌려주는 일 등도 포함되어 있다. 비행기 실종 혹은 추락, 폭탄 폭발, 자연재해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진행되어야 할 일로 저자는 콜센터나 데이터센터를 열어서 사망자의 유족이나 친구로부터 전화나 이메일로 요구사항을 접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얼마 전 벌어진 10·29 참사에서 사고를 수습하는 정부의 역할에서 가장 아쉽고 화가 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었다. 돌아가신 분의 존엄을 지켜주지 못했고, 살아남은 가족과 친구들을 제대로 위로하지 못했다.

 

대량 사망 사고는 참 힘들다. 초기 공지가 이루어지고 완전한 신원확인이 이루어질 때까지의 기간이 몇 달, 때로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하고, 아예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시신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사랑하는 가족의 벽장을 정리하는 등 개인적인 행동을 하기를 망설이게 된다. 만약 당국이 틀려서 사랑하는 가족이 되돌아온다면, 벽장을 정리해놓은 것을 보고 내가 자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일반적인 죽음의 경우 시스템에서 장례식 준비, 서류 처리 같은 결정을 강요한다. 이런 일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과거의 정상에서 새로운 정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일부이고, 상실의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능동적인 단계다. 대량 사망 사고의 경우에는 정반대일 때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망했다는 말을 들어도 그 정보를 바탕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없고, 상실에 대한 대응을 시작할 수도 없다. 어떤 지원도 없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이 일을 헤쳐 나갈지 이해하지도 못한 채 이런 상황에 갇혀 있으면 정말 끔찍하다. -<7 오래된 정상에서 새로운 정상으로> 중에서

 

미 육군 장교를 역임하고 세계 최고의 재난수습기업인 캐니언 인터내셔널의 회장인 저자가 활동했던 현장은 전 세계를 뒤덮는다. 20019·11 테러,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 225천 명이 사망한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보스니아와 이라크 대학살,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 2018년 영국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참사, 수많은 항공기 추락사고 등등

 

유류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유류품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그 사람과 자신을 묶어주는 실체를 가진 존재다.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이 여전히 행방불명이거나 신원확인이 안 되고 있거나, 수습은 되었지만 자기가 알던 사람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시신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외신뉴스를 통해 알려진 전 세계의 재난과 사고 현상에 출동하여 희생자의 시신과 유류품을 수습했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참혹한 현장에서 한 점의 유류품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고생하는 모습에서 희생당하신 분들을 제대로 모시고 수습하는 것이 살아남은 가족에 대한 가장 큰 위로이자 배려임을 알게 되었다.

 

죽은 자를 대하는 태도에는 산 자를 대하는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죽은 자와 그들의 물건을 매립지에 파묻는 쓰레기처럼 취급한다면 죽음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운명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사회란 결국 공동체, 유족, 혈통 등 우리가 인간으로서 서 있는 자리의 문제다. 어깨를 으쓱하며 우리를 독수리에게 뜯겨 먹히도록 놔두어도 상관없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해버리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능하는 데 중요한 무언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21 나의 기록>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유류품이야기 #로버트젠슨 #한빛비즈 #재난수습전문가 #케니언 #함께성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미나라 경제툰 - 만화로 배우는 돈의 원리 한빛비즈 교양툰 21
무선혜드셋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3 개미나라 경제툰(무선혜드셋 글·그림/한빛비즈)

만화로 배우는 돈의 원리

이 책 출판사의 광고 카피가 이보다 쉽고 재미있는 경제만화는 없다!’

책을 다 읽고 난 감상은 바로 광고대로다!’

대학에서 한 학기 배운 경제학원론의 내용이 만화책 한 권에 다 들어있다니 놀랍다.

이 책의 부제로 돈의 원리라 적고는 있지만 경제학의 개념이 모두 담겨있다.

만화라고 모두다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읽었던 #한빛비즈교양툰 시리즈처럼 이번 책도 재미있었다. 개미왕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스펙터클한 경제세계다.

 

작가는 주식이나 코인을 안 하는 사람이 바보가 아니라 경제지식을 모르는 사람이 바보란 걸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많은 돈을 원하지만 돈을 굴리는 경제의 원리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연습장 한번 안 나가보고 골프채 들고 필드에 나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큰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을 이루려면 코인계좌나 주식계좌부터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제 원리부터 공부해야 한다. 그 가장 효율적이고 쉬운 방법이 바로 #개미나라경제툰 이다.

 

작가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골드러시, 모두가 금광을 목표로 달려갈 때 실제로 돈을 번 사람은 금을 캔 사람이 아니라 광산에 들어가는 그들에게 청바지를 판 제이콥 데이비스였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즉 돈만 쫓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원리를 배워야 한다.

 

서로 다른 물건을 둘 사이 중간 지점에서 흥정을 통해 거래하기 시작하면서 원시적인 시장이 탄생했고, 문명이 발달하며 이런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또 많아졌다.

화폐 자체는 실제 가치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화폐를 소유하려 하는 이유는 이걸 물건과 바꿀 수 있으리란 믿음때문이다.

경제가 순환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호황은 불황의 이유가 되고, 불황은 호황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호히려 계속되는 호황, 계속되는 불황이 더 위험하다.

정부의 역할은 경제에 가해지는 외부 충격으로 순환이 깨어지는 걸 막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이나 자연재해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악순환에 빠진 경제는 스스로 거기서 빠져나오기 힘들어진다.

미국 회사의 역사는 대단했다. 극한으로 경쟁할 때는 끝도 없이 가격을 내려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치킨게임을 했다. 경쟁에 지쳐 카르텔이나 트러스트를 형성할 때는 끝도 없이 문어발을 뻗는 바람에, 자동차부터 칫솔까지 한 트러스트가 모두 장악하기도 했다.

국가에서 반트러스트법을 제정해도 소용없었다. 회사를 상대로 한 파워 싸움에서 밀린 것이다. 끝내 반독점법까지 만들며 트러스트나 초거대기업도 찢어놓았지만, 아직도 여러 대기업이 존재하는 걸 보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개미나라 경제툰내용 중에서

 

두꺼운 경제학 원론의 내용을 한 권의 만화에 30챕터로 나누어 짧은 호흡으로 실었다.

돈이 만들어지고, 시장을 통한 교환이 일어나고, 은행이 세워지고 역할을 하고, 경제의 순환과 인플레이션을 설명하고, 회사와 주식이 소개되고, 무역이 발생하고, 스태그플레이션을 설명하고, 거품이 발생하고 거품이 퍼지게 되고, 주식과 선물과 옵션을 설명하고, 정부가 거두는 세금을 이야기하고, 경제 호황기와 대공황 이야기 마지막으로 사회주의 이야기까지 소개된다.

 

우리나라 물건을 외국에 많이 팔아서 무조건 흑자를 내면 좋을까? 마냥 그렇지는 않다. 흑자를 계속 본다는 것은 외화가 많이 유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국내에 도는 돈이 많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 우리가 무역 흑자를 본다면 상대국은 무역 적자라는 얘기다. 그 나라 입장에서 반감을 느낄 수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수입과 수출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경제에서 말하는 선물은 생일날 주고받는 그런 게 아니다. 한자로는 先物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Future’라고 부른다. 지금은 없는 물건을 나중에 거래하기로 하는 약속이니 적당히 좋은 이름이다. 선물이나 옵션이 무서운 점은 내가 이득을 보면 반대편의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본다는 거다. 만화에서도 소개했다시피 제로섬게임인데, 혹자는 원수에게 파생상품을 추천하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리학의 천재로 불리는 뉴턴은 주식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다. 뉴턴은 거짓 믿음을 바탕으로 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가 폭락한 남해 버블사태로 인해 많은 돈을 잃었다. 목적은 분명치 않고, 부실하면서도 과대평가를 받은 회사, 거기에 몰리는 투자자들붕괴하기에 딱 좋은 버블이었다. 웃기는 건 뉴턴이 중간에 이미 이득을 보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한번 더 들어갔다가 지옥을 맛보고 말았다고 한다. -개미나라 경제툰내용 중에서

 

병맛 풍부한 카툰으로, 어렵게만 생각하던 경제학을 유쾌하게 설명한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우리의 기본적 필요와 만족을 채우기 위한 경제 원리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유익한 시간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개미나라경제툰 #무선혜드셋 #한빛비즈 #한빛비즈교양툰 #함께성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
박정은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2-105 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박정은 지음/한빛비즈)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위한 인문학

신이 온 우주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사회를 만들었다. 언어와 문명을 만들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졌다. 역사의 시간은 항상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였고,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꾸었고, 탐욕스럽고 잔인한 통치에 좌절하기도 했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면서 품었던 희망은 이십여 년이 지나면서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과학기술과 결합한 정보통신 기술이 이루어낸 4차산업혁명의 시대는 공유와 연대의 세상을 꿈꾸게 하였다. 그러나 사회적 자본과 가치는 양극화되었고 지구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인간은 지구라는 세계의 왕관을 제 손으로 머리에 올렸지만, 이제 그 왕관을 견디는 시험에 들고 있다. 이 시험에서 인간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지혜로운 사람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새 교훈을 얻을 것이고, 티끌 같은 이익에만 눈먼 사람은 점점 빨라지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탐욕으로 함께 죽음의 골짜기로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미국 홀리네임즈대학 영성학 교수이자 수녀인 저자는 이 죽음과 혼돈의 시대에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질문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성은 무엇인지, 인간의 행복은 무엇인지.

먹고살기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에게 낯설지만 진정성 있는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이다.

 

지금의 나는 일상을 비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시인이라고 부른다. 사회적 시인은 일상에서 고통받는 다른 인간에게 인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언어의 연금술사가 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인간이 인간에게 예의를 갖출 줄 알고, 나의 일상을 충만하게 느끼고 지구의 모든 이들이, 서로 느끼는 결은 다르더라도, 저마다의 충만한 일상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소망해야 한다. 우리는 비범한 일상에서 사람 냄새 나는 시를 노래해야 한다. 조금은 낮은 마음으로. -<2장 일상 속의 비범> 중에서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민낯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며 미국도 별거 아니네.’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가?’를 생각한다. 뉴스에 등장하는 총기 사건을 보며 우리나라는 총기 자유화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보다는 우리 사회의 혐오와 모멸감을 주는 갑질의 문화를 생각한다.

저자가 사는 동네에 자주 보인다는 노숙자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나라는 노숙자가 별로 없다는 생각보다 자본주의의 비인격성을 생각해본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죽음의 적나라함과 불쾌함은 인간이 생명과 생의 의미에 집착하게 한다. 죽음 앞에서 비로소 우리는 본질적인 것과 사소한 것을 알게 된다. 코로나로 어느새 죽음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우리 마음에는 땅거미가 지고 이내 얼굴에는 수심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럼에도 생을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는 죽음을 마주해야 한다. -<5장 메멘토 모리> 중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줌으로 수업을 운영했다. 기술의 발달로 원격수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줌을 통해 정보의 바다를 유영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그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 과학기술은 연대와 공동 작업에 도움을 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니까.

우리가 줌을 통해 보는 것은 나의 고유한 방식이나 프레임이라는 것, 그래서 다른 사람은 또 그 사람 나름의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상황을 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사는 곳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지금 내 주변에서 마음이 아픈 사람은 누구인지, 내가 손 내밀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 살펴보는 마음씨가 더 중요하다. 세상은 진화하고 기술은 발전하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아니 나의 마음도 점점 넓게 열리고 있을까?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기에 우리는 이제 너무 서로 가깝게 살고 있다.

오늘도 샌프란시스코에 새로 지은 멋진 빌딩 앞에 누워버린 이름 모를 누군가를 지나치면서, 한국의 대도시 어느 구석 옥탑방이나 고시원 단칸방에서 저마다 투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민족이나 국적을 떠나 이 지구촌의, 나의 이웃임을 생각한다. -<10장 이주, 난민, 디아스포라> 중에서

 

세계화 글로벌 시대에 들이닥친 코로나는 자본주의라는 고속열차를 타고 지나치느라 해결하지 못하고 못 본 척했던 문제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 앞에는 제한된 자원, 분배되지 않은 경제구조, 무한경쟁이 낳은 인간성의 피폐, 기술력의 발전만큼이나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거대하고, 공통적인 문제가 가득하다.

속도만 높이다가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만 쌓아나갈 뿐이다. 이제 잠시 정리하고 돌아볼 때다. 인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삶의 소소한 경험을 표현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웃,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인간은 나와 너가 함께 할 때 존재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편안하고 효율적인 것, 그리고 빠른 것만을 찾을 때, 손에는 껍데기만 남을지도 모른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매일 매일 경쟁하면서, 누군가를 딛고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의 인생에는 무엇이 남을까. 조금 더디더라도 나를 따라오는 사람이 있고 그 동행을 기다려주는 여유가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외롭고 또 쓸쓸한 곳은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사는 동네를 한 바퀴만 돌아보아도 우리는 금방 알게 된다. 어느 담장 돌 틈새로 피어난 이름 없는 풀꽃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낸다는 사실을 말이다. 매일 출군하는 길가에 심어진 길가에 심어진 가로수에 무심하게 인사를 건네는 정도만 되어도 알 수 있다. 우리 마음에 길이 하나 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 아파트 앞 한구석에서 푸성귀를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네기만 해도, 우리는 인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우리의 삶은 한층 따사롭다는 진실을 알 수 있다. -<맺는말>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상처받은인간다움에게 #박정은 #한빛비즈 #우리시대의인문학 #함께성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류의 미래를 묻다 - 당대 최고 과학자 8인과 나누는 논쟁적 대화
데이비드 A. 싱클레어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김나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1 인류의 미래를 묻다(오노 가즈모토 엮음/인플루엔셜)

당대 최고 과학자 8인과 나누는 논쟁적 대화

현재의 시대를 이끄는 주된 동인이 과학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을 이끄는 것도 과학이고, 풍요로운 물질문명을 이끄는 것도 과학이다. 생산, 분배, 유통의 경제 분야에도 과학의 힘이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학의 흐름이나 현재의 연구 주제나 과제에 관한 무관심하다. 과학의 영역이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어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도달한 이유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생활을 이끄는 과학은 우리의 생활과는 멀리 동떨어진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과학이 만들어내는 미래를 채우며 그 속에서 활동하는 주체는 바로 우리다. 인간은 현재에 만족한 적이 없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은 미래를 준비한다. 이때 미래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과학기술이다.

국제 저널리스트인 오노 가즈모토는, 우리 문명에 다가올 지각변동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세계 석학 8명과의 대담을 엮은 초예측을 펴낸 바 있다. 이번 책에서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을 이끄는 8인과의 대담을 통해 미래를 움직이는 8개의 시선을 확인한다.

 

제니퍼 다우드나 /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것인가

데이비드 싱클레어 / 인간은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을까

리사 랜들 / 보이지 않는 세계는 관측될 수 있는가

조지프 헨릭 / 인간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조너선 실버타운 /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갈 것인가

찰스 코켈 / 진화는 필연인가 우연인가

마틴 리스 / 인류의 종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조너선 로소스 / 인간은 진화를 선택할 수 있는가

 

제니퍼 다우드나는 금세기 최고의 혁명이라 불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공로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함께 2020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 기술은 인간 유전체를 구성하는 염기 32억 쌍 중에 편집하고자 하는 단 한 쌍을 찾아내 수정하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유전병을 치료하고 매머드를 비롯한 멸종 동물 복원 사업과 농작물 개량에 사용되는 이 기술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것인가?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노화의 원인과 젊어지는 방법을 연구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유전학과 종신 교수이자 사업가이다. 그는 연구와 관련한 많은 특허를 취득했으며, 노화, 백신, 당뇨, 생식 기능, , 생물학 무기 방어 등 다양한 분야의 바이오 회사 14개를 공동 창업했다.

리사 랜들은 MIT와 하버드대학교에서 이론물리학자로서 종신 교수직을 얻은 최초의 여성 교수이다. 감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관측으로 이론물리학자가 바라보는 우주의 비밀과 외계생명체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조지프 헨릭은 하버드대학교 진화인류학 교수로, ‘자기가축화 Self-Domestication’라는 개념으로 문화가 인간을 진화시키고, 문화를 통해 인간이 다시 문화를 고도로 발달시키며, 고도로 발전한 문명이 또다시 인간을 진화시킨다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조너선 실버타운은 애든버러대학교 진화생태학 교수로, 식물개체군 전반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생태학과 진화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음식의 관점에서 진화를 바라보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발견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찰스 코켈은 애든버러대학교 우주생물학 교수이자 영국 우주생물학센터 소장으로, 극한 환경에 서식하는 생물과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주목하고, 우주 탐사와 우주 식민지에도 관심이 크다. 코켈의 생물론은 외계생명체까지 아우르는데, 행성마다 환경이나 중력이 달라도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은 방정식에 따라 작용한다고 한다. 즉 외계생명체도 우리와 비슷한 모습일 것이라는 견해다.

마틴 리스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천문학 및 실험철학 석좌교수, 트리니티칼리지 학장, 영국 왕립학회 회장을 지냈다. 1995년에 제15대 왕립천문학자로 임명되었는데, 이 직책은 1675년 찰스 2세가 제정하여 당대에 단 한 사람만 임명되는 종신 명예직이다. 천체물리학자지만 그가 뛰어난 식견을 보이는 분야는 인공지능, 군사 드론, 사이버 무기, 인류의 우주 식민지 이주까지 매우 폭넓다. 한두 세기 정도 지나면 인류와는 다른 새로운 종이 화성에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리스 박사의 견해는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새로운 종을 리스 박사는 포스트 휴먼이라고 부른다.

조너선 로소스는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교수로 도마뱀 진화 실험으로 유명하다. 그는 진화와 자연선택에서 돌연변이는 필요할 때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역시 외계생명체에 일가견이 있는데 외계생명체와 인간은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의견을 밝힌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인류의미래를묻다 #오노가즈모토 #인플루엔셜 #진화 #노화 #인공지능 #미래전망 #서점 #함께성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의 심리학
유민지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2-100 운의 심리학(유민지 지음/쌤앤파커스)

, 사람, 성공을 부르는 부자들의 비밀

21세기 들어서 가장 많이 듣게 된 말이 ‘4차 산업혁명이었다. 그다음으로 돈을 가리키는 와 관련된 단어들이다. 이제 사람들이 돈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돈을 부끄러워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이 책은 에 관한 이야기지만, 결국 돈과 연관된다.

 

한 사람의 인생과 성과를 설명할 때 사용되는 여러 가지 척도가 있지만, 이제는 모두 하나로 합쳐지는 것 같다. 능력 있는 사람, 운이 좋은 사람, 실력이 좋은 사람 등등 사람에 관한 평가도 결국 그 사람이 얼마나 재력이 있는지 즉 얼마나 돈이 많은지 하나로 결론지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씁쓸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나를 포함해서)도 결코 돈의 위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저자는 이 위력적인 돈의 이야기를 운으로 풀어간다.

바로 고기의 관계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운은 반드시 존재하지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운은 다루는 것이지, 기대는 것이 아니다. 운에 대한 주도권을 놓치는 순간 영영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매일같이 스치는 소소한 운부터 어쩌다 다가오는 커다란 운까지. 열심히 밀고 당기며 내 것으로 그러모아야 한다. -<맹신과 절제> 중에서

 

운의 성격에 대해 저자의 주장은 확고하다. 그 이유는 본인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SBS 사업팀 최연소 프로듀서로 방송계에 입문해서 손대는 프로그램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TV조선으로 이적한 이후 그가 홍보를 담당했던 프로그램이 아내의 맛’,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타등이다. 특히 저자는 미스터트롯현장에서 한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순간에서 의 상관성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운과 돈의 상관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명문대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집의 TV 사이즈가 모두 컸다고 한다. 그렇다면 명문대 합격을 위해 집집마다 커다란 TV를 사야만 할까?

이것이 바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착각한 결과다.

 

운이란 고정된 것도 아니고 우리의 인생을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저자 역시 운이 계속 변동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역시 안돼!’ ‘나는 불운한 사람이야!’ ‘나는 어쩔 수 없어!’ 이란 못난 소리만 하는 사람에게 없던 운이 생길 리 없다.

그렇다고 내 할 일은 제쳐두고 운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감나무 아래 입만 벌리고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사람과 같다.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대단한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아도 괜찮다. 저녁마다 꾸준히 경제 기사를 읽는 것도, 한 달에 1킬로그램씩 감량하거나, 주말에 가족을 위해 맛있는 쿠키를 굽는 것도 좋다. 그저 조금씩 꾸준하게 성공을 경험하고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어느샌가 확신하게 된다.

운이 성공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성공이 운을 부르는 거구나.’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부자들은 훨씬 부지런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고 있는 사이, 그들은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 오늘도 크고 작은 성공을 늘리고 있다. -<돈을 부르는 물상 연습> 중에서

 

저자는 운을 믿든 믿지 않던 성공을 위해서라면 운을 신경 쓰라고 한다.

그래야 운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의지를 발휘해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런 사람들이 운을 키워 큰 부자가 된다는 것이다.

운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자신을 잘 알고 귀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을 찾아오지, 함부로 대하거나 홀대하면 저 멀리 떠나가 버린다.

 

자신의 에너지를 읽어내 성공한 사람 이야기가 소개된다. 타고난 에너지를 파악하기 위해 명리학을 공부하라는 이야기도 있다. 모두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라는 이야기다. 자기 비하도 아니고 조건 없는 자기만족도 아니라 자기 자신의 성격과 역량과 비전을 제대로 연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로또를 사야만 당첨이 된다. 나를 알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나의 감정과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을 때, 그때 기회가, 저자의 이야기대로 한다면 운이 오지 않겠는가?

 

자기 삶의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오늘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 이 과정을 반복하여 나의 루틴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뒤죽박죽 엉킨 삶의 고민과 갈등 속에서 성공을 위한 루틴을 세우기 위한 키는 바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우선순위만 차분하게 정해도 인생은 크게 달라진다. 운은 이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운의심리학 #유민지 #쌤앤파커스 ##심리학 #책추천 #함께성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