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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디스럽션, 파괴적 혁신을 넘어 - 블루오션 창시자의 새로운 혁신 전략
김위찬.르네 마보안 지음, 권영설 옮김, 김동재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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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움직이고 모든 것을 부숴라.”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초기에 내세운 이 모토는 지난 20여 년간 혁신의 상징처럼 회자되었다. 넷플릭스가 블록버스터를 몰락시키고,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대체하며, 우버가 택시업계를 흔든 사례들은 파괴적 혁신을 대표하는 성공 스토리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늘 사회적 비용이 뒤따랐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무너진 지역 공동체, 늘어나는 불평등. 혁신은 정말 파괴와 동의어여야만 하는 걸까?
《블루오션 전략》으로 경영사상에 큰 전환을 이끌었던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는 《비욘드 디스럽션》에서 이 질문에 대한 새로운 대답을 제시한다. 저자들이 내놓은 개념은 “비파괴적 창조(nondisruptive creation)”다. 이는 단순히 파괴적 혁신의 반대말이 아니라, 혁신과 성장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핵심은 기존 산업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 개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진동 감지기를 개발해 음악 공연의 문을 연 뮤직낫임파서블(M:NI), 금융 소외 계층에 소액 대출을 제공하며 98%라는 높은 상환율을 기록한 그라민은행, 누구나 한 번쯤 써본 3M의 포스트잇, 가정 안에서 아이들의 학습을 가능하게 만든 〈세서미 스트리트〉 모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존 시장을 대체하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고통 없는 ‘포지티브섬 성장’을 실현했다.


책의 1부는 왜 비파괴적 창조가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파괴적 혁신이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으며 사회적 조정 비용을 낳았다면, 비파괴적 창조는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이익을 동시에 높인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AI와 스마트 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 비파괴적 창조는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차창 와이퍼, 라이프 코칭, 김치냉장고, 산후조리원 같은 일상의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혁신은 반드시 파괴를 동반해야 한다는 통념이 여기서 깨어진다.
2부에서는 비파괴적 창조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된다. “체스판 밖으로 뛰쳐나와라”,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지 마라”, “창의력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같은 원칙들은 관점의 전환을 촉구한다. 이어서 비파괴적 기회를 어떻게 발견하고, 평가하고,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지 단계별 프로세스를 제공한다. 특히 기존의 가정들을 깨고 재구성하는 접근은 실무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실질적 도구로 다가온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들이 파괴와 비파괴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방식은 상황에 따라 서로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조직은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양쪽을 병행함으로써 더 큰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으로 기존 우주산업을 뒤흔드는 동시에 상업용 우주여행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결국 《비욘드 디스럽션》은 《블루오션 전략》의 연장선이자 확장판이다. 블루오션 전략이 경쟁 없는 시장을 여는 데 집중했다면, 이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고통 없이 모두가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 혁신과 사회적 번영이 함께 갈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파괴와 사회적 고통을 겪는 일 없이 모두가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저자들의 메시지는 이상적이지만, 다양한 사례와 방법론 덕분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다가온다.
책은 마지막에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꿈꾸는 혁신은 무엇을 무너뜨리는가, 아니면 무엇을 함께 세워가는가?” 변화와 불안의 시대에, 이 질문은 기업 리더뿐 아니라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모든 이에게 나침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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