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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과 균형 - 한국경제의 새로운 30년을 향하여
김용범 지음, 권순우 정리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 현직 정책실장이 말하는 한국경제의 미래 전략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자 현 이재명 정부 정책실장이 쓴 《격변과 균형》(창비)은 이 단호한 진단에서 출발한다. 코로나19 위기는 단순한 보건 문제가 아니라, 금융·경제·사회 전반을 뒤흔드는 ‘복합위기’였다. 저자는 이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미해결 과제와 겹쳐진 구조적 불안으로 규정하며, 한국경제가 새롭게 직면한 전환의 길을 탐색한다.
책은 1부 ‘격변’과 2부 ‘균형’으로 나뉜다. 1부는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작동 원리와 팬데믹 전야까지의 글로벌 금융질서를 정리한다. 그리고 팬데믹이 불러온 다섯 가지 구조적 변화를 제시한다. 인플레이션의 귀환, 양극화 심화, 미·중 갈등 격화, 디지털 전환 가속화, 탄소중립 전환. 저자는 이를 단순한 경기변동이 아닌, ‘뉴 노멀’조차 무력화하는 근본적 격변으로 해석한다.
2부는 한국경제가 직면한 과제와 해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복합위기에 대비한 재정정책의 재정립, 확장재정과 재정건전성 사이의 균형, 그리고 양극화 해소가 핵심이다. 특히 노인빈곤 문제를 풀기 위해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월 20만 원을 추가 지급하는 한시적 노령연금을 제안하는 대목은 현실적이면서도 도발적이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과 가상자산 규율체계 선진화를 다루며, 2017년 가상자산 대책이 급격히 수정된 과정을 최초 공개해 정책 현장의 생생함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탄소중립 실행계획은 국가적 사활이 걸린 과제로 제시되며, 제조업 경쟁력과 기후 대응의 균형을 모색한다.

이 책의 힘은 저자가 34년간 정책 현장에서 쌓은 경험에 있다. 단순히 이론을 해설하는 책이 아니라, 실제 정책이 어떻게 기획되고 집행되는지를 보여주는 ‘실전 매뉴얼’에 가깝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미지의 바다와 같고, 과거의 해도로는 항해할 수 없다. 저자는 이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좌초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한 나침반으로 ‘새로운 균형’을 제시한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구체적 정책 제안이 풍부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마주할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저항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또한 제시된 해법이 구조적 전환을 이끌 근본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넘어, 이 책은 복합위기 시대 한국경제가 직면한 난제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실행 가능한 방향성을 제시한 드문 저작임은 분명하다.

《격변과 균형》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위기를 분석하고 대응 역량을 키우며, 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복원력을 중시하는 ‘새로운 균형’은 향후 한국경제의 핵심 철학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실장으로서 저자의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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