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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세계사 - 뺏고 싶은 자와 뺏기기 싫은 자의 잔머리 진화사
도미닉 프리스비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3월
평점 :

2022-4 《세금의 세계사(도미닉 프리스비 지음/한빛비즈)》
민주공화국을 유지하는 성스러운 의무이면서도 어떡하던 피하려고 하는 올가미 같은 세금.
세금의 역사가 바로 이 책의 주제다.
그런데 그 역사가 두 갈래다.
세금 자체의 등장과 변화, 한 갈래와 새로운 세금의 등장이나 변동이 눈덩이 효과를 일으켜서 벌어진 세계사의 사건들이 또 한 갈래다.
코미디언이자 금융전문가인 저자의 해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도 역사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을 확인하는 즐거움으로 지루하지 않게 읽어내려간 책이다.
근대 프랑스에서 기원하였고 영국 명예혁명의 불씨가 된 난로세. 주택, 빛, 창문에 대한 세금인 창문세와 “빛에 매기는 미친 세금”인 유리세 등 재정을 채우기 위한 어이없는 세금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금의 전형적인 라이프 사이클이 이렇다. 세금은 대개 필요 때문에, 예를 들어 전쟁 자금 조달을 위해 법으로 제정된다. 임시세로 시작되었다가 영구세로 바뀐다. 도입될 때는 적은 금액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진다. 거두어들인 세수의 대부분은 낭비되거나 납세자들이 원치 않는 곳에 사용된다. 진저리가 난 시민들이 결국에 반대운동이나 저항운동, 심지어 반란을 일으켜 세금을 없애려 하지만 정부는 대처가 늦고 폐지할 생각도 없다.
저자는 시민들이 세금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세금이라는 틀로 과거, 현재, 미래를 보면 왜 세상은 이런 모습인지, 과거에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그리고 미래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고 주장한다.
세금이 문명의 성격을 결정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이 책의 곳곳에 소개된 역사적 사건을 통해 증명된다. 조세제도가 국가의 운명, 즉 국민의 번영과 빈곤, 자유와 억압, 만족감과 불만을 결정한다.
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전쟁은 세금으로 시작된다. 정복자의 목적은 세원이 되는 토지, 노동력, 생산물 그리고 이익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정복자들은 먼저 약탈하고 다음은 세금을 거두어간다. 전쟁을 끝내려면 세금을 없애야 한다.

기독교를 탄생시킨 예수의 생애와 죽음 전반에 세금이 연관되어 있고, 이슬람 제국의 형성과 부흥에도 세금이 깊게 관련되어 있다.
로마제국이나 그리스, 대영제국과 미국 등 위대한 문명 초기에는 적은 세금과 작은 정부가 있고 멸망할 때는 많은 세금과 큰 정부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고 이 지적은 14세기 위대한 철학자인 이븐 할둔의 주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라는 식민지 대륙의 목소리는 영국의 군주가 부과한 세금에 맞서 일어난 13대 주의 주장이었다. 또한 미국은 자신들을 위한 전쟁에서만 승리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대영제국 식민지 전체를 대표한 싸움에서 승리했고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 후 대영제국의 몰락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원인은 졸속으로 밀어붙인 세금이었고, 결과는 낮은 세금을 국가 이념으로 삼은 미합중국의 탄생이었다.
프랑스 대혁명 역시 기형적인 세금 제도가 불씨가 되어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다.
‘노예제도 폐지를 둘러싼 갈등에서 발생한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링컨 대통령의 북부군이 승리했다.’ 이렇게 학교에서 배웠는데, 책의 내용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되었다. 노예제는 관세, 연방 예산 집행, 국경 수비, 동일한 영토 접근권, 국유지 매각처럼 남과 북의 의견이 다른 것 중 하나였다. 분리 독립과 전쟁을 촉발한 것은 바로 불평등한 세금이었다. 링컨과 북부는 남부의 부를 북부를 위해 사용하고 싶어 했다. 남부 사람들이 대부분 부담하는 관세가 북부 주민들을 위해 사용된다는 사실, 즉 그렇게 오랫동안 단물을 뽑아먹던 차에 남부가 탈퇴하겠다니 북부가 참지 못했다.
노예제 폐지, 인권 등으로 북부의 명분은 위대하고 고상하게 포장되고 남부는 타락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사실은 양측 모두 경제적 이익을 위해 싸운 것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전 세계는 더 많은 세금에 시달린다. 소수에 불과하던 미국 내의 소득세 대상자가 국민의 75%로 올라간다. 미국의 참전으로 연합군이 승리했다고 하는데, 새로운 소득세가 있었기에 참전할 수 있었다. 차입 이외에 미국 정부의 가장 큰 수입원은 이제 소득세가 차지하게 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큰 정부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늘었던 세금은 전쟁 후에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지 않고 오히려 높은 수준에서 고착되었다. 높은 세율이 계속 유지된 것은 전쟁 중에 정부가 차관, 재건 및 보훈 등 큰 비용이 수반되는 업무를 벌였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에 많은 지출을 동반하는 정책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현시대는 엄청난 수준의 세금과 채무 외에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도 이례적이다. 인플레이션은 특별나게 나쁜 세금이다. 국민에게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고, 잘 드러나지도 않으며 이해도 잘 안 되는 인플레이션 세는 거위가 소리 없이 털을 뽑히는 것과 같다. 인플레이션은 국민의 부를 정부로 이전시키는 효과가 있다.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정보사회에서의 세금정책도 거론한다. 긱 경제와 디지털 노마드족의 확대가 고용세와 급여세의 감소를 불러오고 세금 징수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로봇이나 자율자동차에 대한 과세에 관해서도 논의한다.
국경 없는 디지털 세계의 등장이 가져올 새로운 세상에서의 세금은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세계화한 무형의 디지털경제에 대한 조세 표준이 완비되어야 국제적으로 동일한 조세제도가 확립될 것으로 본다. 그때까지는, 각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한 파편적인 조세제도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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