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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숙제 -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경제학자의 제언
한지원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3월
평점 :

2022-11 《대통령의 숙제(한지원 지음/한빛비즈)》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경제학자의 제언
경제 및 노동 운동 전문가인 저자가 내놓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제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우리의 정치 현실이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귀한 비판과 제언이다. 민주시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민주 사회, 민주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전략 수립과 집행에 시간이 모자라다.
문재인 정부를 분석하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통령제가 갖는 제도적 한계와 그에 따른 한국 민주주의의 실패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먹고살기 바쁜 상황에서 한가롭게 민주주의 타령이나 하고 있냐는 비판에 단호하게 민주주의가 경제를 담는 그릇임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발전과 경제적 성과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민주주의의 타락은 경제적 침체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그 예시로 드는 나라가 바로 일본과 이탈리아다.

87년 6월항쟁으로 군부독재의 장기집권을 저지하고 9차 개헌을 이루었다. 대통령의 임기를 5년 단임제로 하고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 등을 폐지하여 장기독재의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그러나 현행 헌법 아래에서도 정경유착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상존하고 있음은 박근혜대통령 탄핵심판의 판결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가을부터 시작된 촛불혁명은 적폐청산을 외쳤지만 청산된 것은 오직 박근혜 개인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촛불세력의 요구는 국정농단의 필요조건이었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혁이 아니라, 국정농단을 일으킨 정치 세력을 일소해보겠다는 ‘진영’논리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진영 청산론으로 편향된 적폐청산 사업은 극단적 진영 갈등으로 번졌다.
저자는 촛불정부가 헌법재판소 판결문에도 나와 있는 국정농단의 원인을 왜 무시했는지 프랑스 혁명의 교훈에서 찾고 있다. 새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압도적 지지는 국정 농단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새 집권 세력의 입지를 다지는 데 사용됐다. 마치 프랑스혁명에서 나폴레옹과 그의 사촌 나폴레옹 3세가 대중적 지지를 업고 황제로 등극했던 것처럼 말이다.

정적을 청산하기 위한 민주주의, 내 진영을 모으기 위한 민주주의는 폭력과 지대의 교환을 재생산하는 한국의 두 제도, 제왕적 대통령제와 재벌을 개혁하지 못한다. 제도적으로 결함이 있는데 규범마저 엉망이다 보니, 대통령은 권한 남용과 부패를 피하지 못한다. 재벌은 정경유착으로 지대를 키우며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이승만 시대에 설정된 민주주의의 경로 의존성이 정말로 무서우리만큼 한국을 지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2장 대통령 잔혹사> 중에서
이명박, 박근혜는 제도적으로 보장된 제왕적 권력에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을 더한 사례였다. 두 대통령의 권위적인 통치 스타일이 대통령 권력의 모호한 경계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치 스타일 측면에서는 이전의 권위적 성격을 탈피했다. 그런데 스타일과 별개로 대통령 권력은 더 커졌다는 게 문제였다. 청와대 규모는 이전 정권보다 커졌고, 낙하산으로 불리는 엽관제의 오남용도 줄지 않았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문재인 정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여론이 곧 민주주의이며, 여론이 과학적 진리보다 우위에 있다는 믿음 말이다. 소득주도성장을 채택한 이유도 그 내용이 대중의 선호에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죄악세는 죄가 될 수 없는 것을 ‘억울-남탓’의 프레임으로 죄로 만든 것이다. ‘억울-남탓’의 경제정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다. 분노한 대중을 정치적으로 동원하는 데 주목할 뿐이다.
여론의 지배를 받는 정부는 경제정책에서 치명적 문제를 일으킨다.
첫째, 여론이 과학에 앞선다는 믿음으로 현실에서 작동할 수 없는 정책을 밀어붙인다.
둘째,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보다 ‘억울-남탓’의 프레임으로 대중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동원하려고 한다.
셋째, 현재 유권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음 세대를 착취하는 정부 빚을 무분별하게 늘린다. -<3장 경제학에 반대하는 정치> 중에서

우리가 역사를 통해 얻어야 하는 시사점은 반일과 친북이 아니다. 세계정세의 변화를 냉정하게 과학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점과 시대변화의 골든타임을 절대 허비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의 발전 방향은 세계 경제, 대외 관계에 관한 과학적 분석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여론과 감정에 지배되는 민주주의는 세계와 경제라는 제약을 만나면 국민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4장 역사에 복수하는 정치> 중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개혁 과제 4가지
*저성장·불평등 시대에 적합한 민주주의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지대 동맹을 이완시키기 위한 개혁
*동아시아 안보 위기에 대응하는 민주주의
양약고구. 몸에 좋은 약이 쓰다고 했다. 3만 불 언저리에서 비틀거리는 우리의 민주 사회에 대한 저자의 신랄한 비판을 제대로 수용하여 건설적인 미래 전략이 수립되기를 바랄 뿐이다. 비틀거리는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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