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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
박정은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평점 :

2022-105 《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박정은 지음/한빛비즈)》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위한 인문학
신이 온 우주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사회를 만들었다. 언어와 문명을 만들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졌다. 역사의 시간은 항상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였고,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꾸었고, 탐욕스럽고 잔인한 통치에 좌절하기도 했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면서 품었던 희망은 이십여 년이 지나면서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과학기술과 결합한 정보통신 기술이 이루어낸 4차산업혁명의 시대는 공유와 연대의 세상을 꿈꾸게 하였다. 그러나 사회적 자본과 가치는 양극화되었고 지구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인간은 지구라는 세계의 왕관을 제 손으로 머리에 올렸지만, 이제 그 왕관을 견디는 시험에 들고 있다. 이 시험에서 인간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지혜로운 사람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새 교훈을 얻을 것이고, 티끌 같은 이익에만 눈먼 사람은 점점 빨라지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탐욕으로 함께 죽음의 골짜기로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미국 홀리네임즈대학 영성학 교수이자 수녀인 저자는 이 죽음과 혼돈의 시대에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질문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성은 무엇인지, 인간의 행복은 무엇인지.
먹고살기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에게 낯설지만 진정성 있는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이다.
지금의 나는 일상을 비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시인이라고 부른다. 사회적 시인은 일상에서 고통받는 다른 인간에게 인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언어의 연금술사가 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인간이 인간에게 예의를 갖출 줄 알고, 나의 일상을 충만하게 느끼고 지구의 모든 이들이, 서로 느끼는 결은 다르더라도, 저마다의 충만한 일상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소망해야 한다. 우리는 비범한 일상에서 사람 냄새 나는 시를 노래해야 한다. 조금은 낮은 마음으로. -<2장 일상 속의 비범> 중에서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민낯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며 ‘미국도 별거 아니네.’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가?’를 생각한다. 뉴스에 등장하는 총기 사건을 보며 우리나라는 총기 자유화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보다는 우리 사회의 혐오와 모멸감을 주는 갑질의 문화를 생각한다.
저자가 사는 동네에 자주 보인다는 노숙자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나라는 노숙자가 별로 없다는 생각보다 자본주의의 비인격성을 생각해본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죽음의 적나라함과 불쾌함은 인간이 생명과 생의 의미에 집착하게 한다. 죽음 앞에서 비로소 우리는 본질적인 것과 사소한 것을 알게 된다. 코로나로 어느새 죽음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우리 마음에는 땅거미가 지고 이내 얼굴에는 수심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럼에도 생을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는 죽음을 마주해야 한다. -<5장 메멘토 모리> 중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줌으로 수업을 운영했다. 기술의 발달로 원격수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줌을 통해 정보의 바다를 유영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그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 과학기술은 연대와 공동 작업에 도움을 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니까.
우리가 줌을 통해 보는 것은 나의 고유한 방식이나 프레임이라는 것, 그래서 다른 사람은 또 그 사람 나름의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상황을 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사는 곳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지금 내 주변에서 마음이 아픈 사람은 누구인지, 내가 손 내밀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 살펴보는 마음씨가 더 중요하다. 세상은 진화하고 기술은 발전하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아니 나의 마음도 점점 넓게 열리고 있을까?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기에 우리는 이제 너무 서로 가깝게 살고 있다.
오늘도 샌프란시스코에 새로 지은 멋진 빌딩 앞에 누워버린 이름 모를 누군가를 지나치면서, 한국의 대도시 어느 구석 옥탑방이나 고시원 단칸방에서 저마다 투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민족이나 국적을 떠나 이 지구촌의, 나의 이웃임을 생각한다. -<10장 이주, 난민, 디아스포라> 중에서

세계화 글로벌 시대에 들이닥친 코로나는 자본주의라는 고속열차를 타고 지나치느라 해결하지 못하고 못 본 척했던 문제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 앞에는 제한된 자원, 분배되지 않은 경제구조, 무한경쟁이 낳은 인간성의 피폐, 기술력의 발전만큼이나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거대하고, 공통적인 문제가 가득하다.
속도만 높이다가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만 쌓아나갈 뿐이다. 이제 잠시 정리하고 돌아볼 때다. 인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삶의 소소한 경험을 표현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웃,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인간은 나와 너가 함께 할 때 존재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편안하고 효율적인 것, 그리고 빠른 것만을 찾을 때, 손에는 껍데기만 남을지도 모른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매일 매일 경쟁하면서, 누군가를 딛고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의 인생에는 무엇이 남을까. 조금 더디더라도 나를 따라오는 사람이 있고 그 동행을 기다려주는 여유가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외롭고 또 쓸쓸한 곳은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사는 동네를 한 바퀴만 돌아보아도 우리는 금방 알게 된다. 어느 담장 돌 틈새로 피어난 이름 없는 풀꽃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낸다는 사실을 말이다. 매일 출군하는 길가에 심어진 길가에 심어진 가로수에 무심하게 인사를 건네는 정도만 되어도 알 수 있다. 우리 마음에 길이 하나 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 아파트 앞 한구석에서 푸성귀를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네기만 해도, 우리는 인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우리의 삶은 한층 따사롭다는 진실을 알 수 있다. -<맺는말>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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