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위로 - 답답한 인생의 방정식이 선명히 풀리는 시간
이강룡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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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1 과학의 위로(이강룡 지음/한빛비즈)

답답한 인생의 방정식이 선명히 풀리는 시간

학력고사 세대의 문과 출신 사회 교사. 과학이란 단어 앞에서 스스로를 변명하는 말이다.

80 인생이니 100세 시대니 하는 세상에서 6년에 불과한 중고등학교 시간 동안 수학과 과학에서 받은 인상이 평생을 가는 기분이다. 수학을 쫌하는 이과 출신들이 모르는 이름 모를 그 쫄림. 독서하는 생활을 시작한 뒤로 과학책들은 마치 숙제처럼 여겨졌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강조했다. 나에게 호기심이란 사회현상에 대한 궁금증이나 해결방식에 대한 궁리였다. 그 호기심을 자연현상에 발휘한 것이 수학과 과학이리라.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에 지레 겁을 먹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클래식에 관심이 없다고 클래식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추상 미술에 관심이 없다고 추상 미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처음처럼 시작해보기로 했다. 마치 과학이란 주제를, 과학이란 영역을 처음 마주한 것처럼.

 

이번 책 역시 시작은 그랬다. 아무리 책 제목을 과학의 위로라 지었어도 위로가 되지 않는 느낌. 심지어 첫 장의 제목이 <1: 빛과 입자>라니. 책 멀미가 살짝 올라오는 느낌을 누르며 눈에 힘을 주고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갔다.

나의 각오를 시험하듯 첫 번째 챕터의 시작부터 무한급수가 등장하고 처음 들어보는 천문학자의 이름들이 등장한다. 한 문장 한 문장 앞의 내용과 연관 지어 이해해 나간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세팅되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쉬워진다. 뭘 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괴로운 법이다.

무한처럼 여겨지는 막연한 문제를 구체적인 유한한 문제로 전환하는 것은 처세 측면에서 보아도 아주 중요하고도 유용한 기술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듯안 커다란 고민도 사고를 전환하면 유한한 문제로 바뀐다. 먼저 문제를 구체화하여 쪼개볼 필요가 있다. -<1·빛과 입자> 중에서

 

과학의 탐구원칙은 과학적 원리를 잠정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껏, 새로운 발견과 새로운 원칙을 이루기 위해 지난한 연구를 하는 중인 과학자가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칙이나 발견이 마치 진리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까지의 발견과 법칙들이 절대불변이라면, 현재의 연구자들은 헛수고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인생에 절대적 진리가 없는 것처럼 과학에도 절대적 진리는 없다. 이를 통해 과학에서도 인문학에서도 개방성과 다양성이 필수적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마흔이 넘어 과학 공부를 스스로 시작할 수 있는 바탕에는 지적 호기심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에 관한 호기심은 인문학으로 자연에 관한 호기심은 과학으로 펼쳐진다. 인문학에 일가를 이룬 저자는 바로 과학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에 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태도가 인간다움을 유지하게 하는 힘이라고 믿는다.

 

우리 주변을 보면 셈에 밝은 사람이 있는데, 잘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이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셈에 밝지 않아도 좋은 삶을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멋진 삶을 사는 방법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법인 400가지보다는 많을 것이다. 좋은 삶이란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도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살면서 알쏭달쏭하고 고통스럽고 난해한 문제를 만났다면? 답을 미지수로 놓고 가능한 방정식을 찾아보면 된다. 그렇지만 인생에 드라마틱한 해피엔딩이 찾아오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오랜 세월 애를 썼는데도 안 풀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게 인생인 것을. 인생은 정답 맞히기가 아닌 난제 풀이 과정이다. -<3·과학과 수학> 중에서

 

이 책을 통해 과학의 원리와 법칙이 인문학이 탐구하는 인생의 진리와 연결되는 묘한 장면을 목격했다. 과학이라고 하는, 그동안 안전거리를 멀리 두고 지냈던 주제와 영역에 관한 관심과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또한 인문학자가 쓴 과학책을 읽은 이과생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과학자가 쓴 인문학책도 읽고 싶다.

 

우리는 흔히 기억이 나의 뇌를 활용하는개인의 활동이라고 여기기 쉬운데, 실은 기억이라는 활동 대부분이 타인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타인과 교류하면서 우리는 공통 경험에 대한 기억을 무의식중에 조금씩 교정한다. 집단 전체의 구성원들과 더 많이 접촉할수록 원래 사건에 가까운, 업데이트된 기억을 얻게 된다. 공감대가 이루어진다는 말이 바로 그런 집단 기억의 다른 표현이다. 기억은 소통이며 관계의 산물이다. 바로 삶 자체다. -<4·우주와 인간> 중에서

 

매년 421일은 과학의 날이다. 학교에서 과학 관련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질 때마다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었다. 올해부터는 어떤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는지 관심을 갖고 참여해보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과학의위로 #이강룡 #한빛비즈 #과학의쓸모 #인문학과과학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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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딥 - 한계를 향해 한계 없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쿠팡의 성공 법칙
박선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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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0 다이브 딥(박선희 지음/RHK)

한계를 향해 한계 없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쿠팡의 성공 법칙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재능이 있고 성공의 가능성이 큰 선수를 보면 하는 말이 있다. “재미있는 선수네.” 쿠팡이 바로 그 재미있는 선수다!!

 

쿠팡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이고 나스닥 상장기업이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해서 지칭하는 말이다. 기저귀나 티슈, 생수를 배달하는 기업의 기업 규모가 1조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하니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 쿠팡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커진 그리고 커나가는 기업이다.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쓴 사람은 없다는 쿠팡.

물론 나도 쿠팡 단골손님이다. 마트에 직접 가는 때도 있지만, 쿠팡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 책은 동아일보경제부 저자인 저자가 본인의 고객 경험을 바탕으로, 쿠팡이란 기업의 성공 법칙을 찾기 위한 취재의 결과물이다.

 

내가 가진 것은 꿈과 근거 없는 자신감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김범석 의장

 

2010년 김범석 의장이 쿠팡을 창업하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아마존과 닮은 쿠팡의 속도전과 고객 집착일 것이다. 농구를 즐겼던 하버드 중퇴생 김 의장은 쿠팡을 선도 사업자의 자리에 올려놓기 위해 가장 중시한 것이 바로 속도였다.

이 회사는 시작부터 빨랐고, 계속해서 빠를 수밖에 없었다.

 

사회 행복에 기여하는 기업이란 가치를 쿠팡 기업 활동의 핵심으로 삼았다. 여기서 사회 행복이란 고객의 행복이자 직원의 행복을 가리킨다. , 고객과 직원의 행복을 바탕으로 전체 사회 행복에 기여하는 회사를 만들면 성장은 당연히 따라오게 될 것이었다.

 

쿠팡 역시 소비자들의 진짜 동기를 파악한 뒤에 로켓배송을 만들 수 있었다. 단지 배송은 택배사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반복하는 온라인 쇼핑몰과 수십 번 전화해도 통화 연결음만 나는 택배사, 한참 뒤에 찌그러진 상태로 도착하는 택배 상자가 너무 당연한 일상이었기 때문에 고객들조차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로켓배송이 등장한 뒤에야 알게 됐다. 그들이 원했던 건 빠르고 정확한 배송이었다.

 

아마존의 베이조스가 주창한 고객 집착 Customer obsessed’는 쿠팡의 원칙을 넘어, 신조가 되었다.

고객 중심은 고객 만족과 함께 회사의 마진을 균형적으로 추구하며 사업을 운영햐 가지만 고객 집착은 고객의 기쁨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며,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사업 모델과 업무 관행을 구축한다.

 

쿠팡은 고객 집착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창업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일관되게 밀어붙였고 기술 투자와 로켓배송이란 독보적 물류 체계를 통해 경쟁사들이 더 이상 따라오기 힘든 another level로 성장하고 있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위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게 될 손정의 회장과의 첫 만남에서 세상에 없던 완벽한 엔드 투 엔드서비스를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그의 비전은 고객이 어디서 어떤 물건을 주문하든 몇 시간 내, 궁극적으론 실시간으로 배송해 주는 것이었다. 아마존도 못해본 엄청난 시도라고 생각한 김의장에게 손 회장이 내뱉은 첫 말은 이랬다.

꿈이 너무 작다. 더 큰 꿈을 꿔봐라.”

소프트뱅크 송정의 회장은 총 3조 원 넘는 막대한 자금을 쿠팡에 쏟아부어 오늘날 쿠팡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이템 마켓은 여러 판매자가 같은 상품을 등록했을 때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하나의 대표 상품인 아이템 위너만 상품 페이지에 노출돼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아마존이 바이박스란 이름으로 먼저 시행하고 있던 제도다.

아이템마켓을 런칭한 이후 쿠팡은 모든 소셜커머스 딜을 공식적으로 종료시켰다. 20108월 창업 이후부터 달고 있던 소셜커머스란 꼬리표를 마침내 떼어 낸 것이었다.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들겠다는 쿠팡의 시도는 물류에서는 로켓배송으로, 디스커버리 측면에서는 아이템마켓을 통해 상호보완적으로 완성됐다. 명실상부한 아마존 모델로의 진화는 로켓배송으로 출발해 아이템마켓으로 완성됐다.

 

다이브 딥은 가장 작은 것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고야 마는 쿠팡 특유의 천착을 표현한 문구다. 이 원칙이 흥미로운 건 쿠팡 조직문화의 또다른 중요한 축인 속도와 완전히 배치된다는 데 있다. 쿠팡은 리더십 원칙에서 다이브 딥만큼이나 가차 없는 우선순위 Ruthless Prioritization와 긴급성 Move with urgency을 강조한다. 한 회사의 리더십 원칙에 거침없는 속도감과 가장 작은 디테일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공존한다. 다이브 딥은 쿠팡이란 조직의 경쟁력을 설명해 주는 모순적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한 축이다. 이 이질적이면서도 모순적인 두 가치가 충돌하며 빚어낸 결과물이 쿠팡의 정언명령과도 같은 고객 감동의 순간인 와우’ Wow인 셈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다이브딥 #박선희 #RHK #쿠팡 #경제경영 #인사이트 #산업유통 #유니콘기업 #조직문화 #이커머스 #책리뷰 #북스타그램 #RHK북클럽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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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반쪽사 - 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옮김 / 블랙피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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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7 과학의 반쪽사(제임스 포스켓 지음/블랙피쉬)

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했던가? 빼어난 과학기술과 항해술로 신대륙을 탐험하고 패권을 휘두르던 나라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자국의 문화와 기술로 세계를 경영했던 제국주의 국가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으로 온 인류를 절멸의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던 나라들의 공통점이 있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식민지를 경영했던 패권 국가들이라는 것이다.

 

암흑의 중세를 헤치며 지동설을 비롯한 과학적 법칙을 발견해나가던 과학 혁명의 시대를 거쳐서 인류는 이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게 된다. 과학을 바탕으로 한 번영의 시대, 인간의 이성과 과학적 탐구를 통한 인류사의 대변혁의 주인공은 유럽의 과학자들이었고, 범위를 조금 더 넓히더라도 주요 패권국의 과학자들이었다. 이러한 일반적인 역사의 서술은 과연 타당한가?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화가 시작되면서, 과학 혁명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그 너머 더 넓은 세계의 연관성을 살필 필요성이 생겼다. 우리는 자연사, 의학의 발전과 지리적 발견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만든 스페인제국의 정치적, 상업적 목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탐험가들이 귀중한 식물과 광물을 찾는 동안 식민지가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기 위해 지도를 활용했다.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고 식민지화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지식적 측면뿐만 아니라 과학이 행해지는 방식에 대한 변화를 촉발했다. -<1장 신대륙에서> 중에서

 

과연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 것인가? 할아버지의 그 이전 할아버지 때부터 살던 땅에 누군가 찾아와 이곳을 내가 발견했소!’라고 한다면 얼마나 어이가 없겠는가?

이 어처구니없는 일에서 세계사는 질주를 시작한다. 과학의 역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식민지를 통해 들어오는 수많은 자원과 재료들은 새로운 사회를 운영하는 거름이자 씨앗이자 양식이 되었다.

문제는 그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약탈과 착취를 정당화하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식민지로 약탈당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의 과학적 업적과 문화와 역사를 훼손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1부 과학 혁명 1450~1700

2부 제국과 계몽주의 1650~1800

3부 자본주의와 갈등의 시대 1790~1914

4부 이데올로기 전쟁과 그 여파 1914~2000

 

535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 속에는 근대과학이 발달한 사례들이 꼼꼼하게 제시되어 있다. 단순한 과학사의 주요한 발전이 아니라 전 세계 문화적 교류에 의한 발달 사례들이 기록되어 있어서 세계의 각 지역에 대한 이해와 그 지역 문화와 과학과의 관계도 함께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물론 이러한 문화적 교류는 오늘날의 세계화와는 다른 점이 있는데, 그 교류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상당히 착취적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과학의 보다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하고자 애썼다. 지중해의 해적들에게 붙잡힌 오스만제국의 천문학자, 남아메리카의 농장에서 약초를 캐는 아프리카 출신의 노예, 베이징을 공격한 일본군으로부터 도망친 중국 물리학자, 그리고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서 혈액 샘플을 모으는 멕시코의 유전학자까지. 이러한 개인은 비록 오늘날 대부분 잊혔지만 현대 과학의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이 책은 바로 역사책에 없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시작하는 글>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은 우리의 자랑거리이지만, 서양인들이나 대부분 사람은 구텐베르크를 먼저 기억한다. 최초의 발명이나 발견보다 누가 더 많이 활용하고 전파해서 인류 역사에 영향을 더 많이 미쳤느냐가 역사의 기준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과 그 기록이나 사실 자체를 무시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계몽주의 시기의 과학사를 어떻게 특징지어야 할까? 전통적으로 계몽주의는 이성의 시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몽주의 시대는 제국의 시대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제국과의 연관성은 폭력이나 그에 따른 착취와 함께 계몽주의 과학의 발전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이 점은 18세기의 가장 중요한 두 과학인 천문학과 자연사 분야에도 해당된다. 제국이 없었다면 아이작 뉴턴은 노예 무역상들이 항해하면서 관측한 결과에 의존해 운동 법칙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제국이 없었다면 칼 폰 린네는 생물학적 분류 체계를 발전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체계 역시 유럽의 제국들이 팽창하는 동안 아시아와 아메리카에서 수집한 식물 정보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4장 자연의 경제> 중에서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 상식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노예무역이 정당한 경제활동이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갖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부정하는 사람이 없다.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갖고 보니 과거의 역사가 부끄럽게 느껴져서 무시하는 것,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전의 과학 역사를 수정해야 할 때다.

 

우리가 과학 시간에 배웠던 무수한 법칙들을 발견하고 연구한 과학자들 그리고 과학 분야의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 그들 말고도 인류의 과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비유럽 과학자들의 공헌을 세세히 기록한 역사책이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그들의 공헌도는 크다. 역사는 온전한 기록이어야 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과학의반쪽사 #제임스포스켓 #블랙피쉬 #과학 #역사 #과학사 #패권전쟁 #타임즈추천도서 #네어처추천도서 #해외언론추천도서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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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엄마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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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4 나의 마지막 엄마(아사다 지로 지음/다산북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요로 고향의 봄이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지금의 아이들도 이 노래를 부를까? 이 책을 읽으며 들던 생각이다.

아파트 단지가 고향이고 어릴 적 즐기던 놀이가 모바일이나 컴퓨터 게임인 세대는 고향의 봄이라는 동요를 모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바로 고향의 봄과 어울리는 세대가 느끼는 오늘의 향수를 그린 소설이다.

 

유나이티드 카드 프리미엄 클럽의 연회비는 32만엔 311만 원

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나이티드 홈타운 서비스 이용료는 12일에 50만엔 486만 원

세계 최고의 스테이터스. 당신에게, 고향을.

 

사람이 사는 집보다 비어 있는 집이 더 많은 시골의 어느 마을로 세 명의 주인공이 방문한다. 그 방문은 1박에 50만 엔의 이용료가 붙는 <유나이티드 홈타운 서비스>.

세계 최고 수준의 리조트가 아니라 일본의 전형적인 산골 마을에서 불편한 시설에서의 하룻밤에 그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서비스다.

그곳에는 맛나고 정겨운 시골 음식을 대접하고 손님을 자식처럼 여기는 특별한 위로를 제공하는 엄마와 마을 분들이 있다.

 

무로타 치요라는 사람이 가상의 어머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네 편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런 사람이 진짜 어머니면 어떻고 가짜 어머니면 어떤가.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에게 버림을 받아도, 아내와 딸들이 떠나도, 예금의 절반이 사라져도, 이 요새 같은 낡은 집과 어머니가 있는 한 자신을 괜찮다고 여겨졌다. -p.98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명은 모두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60대의 중년 혹은 보기에 따라 노년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전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이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났고,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진로에서 최선을 다하고 이제 노년을 준비하는 나이에 이르렀다.

 

연 매출 1조 원 레토르트 식품기업의 사장인 독신의 마쓰나가 도오루.

무로타 세이이치는 40년의 직장생활을 마치는 정년퇴직과 함께 아내가 이혼을 통보했다. 32년이나 부부로 살아온 아내는 퇴직금과 예적금의 절반과 함께 떠났다.

고가 나쓰오는 간호사인 엄마와 일찍 타계하신 의사 아빠의 영향으로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60세가 되도록 독신으로 지냈다.

 

독신 사회와 레토르트식품은 관계가 없지 않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편리해지면 생활의 불편함이 없어지며 오히려 고독의 대가로 얻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모든 게 끝난다. 모든 게 귀찮게 여겨진다. 적어도 마쓰나가 도오루의 경우 귀찮다는 것이 진심이다. -p.214

 

어떻게 보면 역할극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인물들은 모두 <홈타운 서비스>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성인용 테마파크를 체험하는 듯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은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 자신의 실제 고향이 아니고 자신의 실제 엄마가 아닌 엄마를 실제로 믿게 된다는 것이다.

 

마쓰나가 치요가 되었다가 무로타 치요가 되었다가 고가 치요가 되었던 그들의 (가상의) 엄마의 부고에 그들의 마음의 고향을 급하게 찾게 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고객들이자 치요씨를 엄마라고 부르던 사람들은 엄마에게 느꼈던 공감으로 남매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어머니가 이토록 사랑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스러웠으니까. 자식들이 이토록 어머니를 사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각자가 부자연스러웠으니까.

인구의 지역적 편재와 부의 지역 격차라는 사회적 문제는 현상이다. 번영이 곧 행복이라고 규정한 것이 먼저다. 그 과오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리고 부자연스러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그런 이야기였음을 고가 나쓰오는 겨우 깨달았다. -p.384

 

엄마가 기다리는 시골집과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그리고 엄마가 들려주는 잠자리 이야기에는 그들을 위로하고 지탱해주는 삶의 지혜가 있고 특별한 무엇이 있다.

편리함으로 무장한 도시 생활에서 사람들은 왜 지쳐나가고, 자연으로 돌아와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할까? 호모 사피엔스가 자연에서 출발했음을 도시에 살면서 잊었던 사람 가운데 나도 있을 것이다. 고향이란 단어를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감동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의마지막엄마 #아사다지로 #다산북스 #특별한위로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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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하는 나날들 -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 이유진 옮김 / 북트리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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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3 조율하는 나날들(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북트리거)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책 표지에 쓰여있는 영문 제목의 이미지가 흐릿하기도 하고 또렷하기도 하다.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은 렌즈를 끼고 보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의 저자가 세상과 자기 자신을 볼 때의 시각을 표현한 것이리라.

저자는 조현병을 갖고 있다.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 병과는 달리 제거할 수 있거나 신체의 일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현병은 저자를 저자 자체를 덮치고 있다고 표현해야 한다.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정신과 몸 전체를 지배, 장악하고 있다.

 

이전에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리던 것이 2011년 조현병으로 바뀌었다. 이전 병명이 사회적 이질감과 거부감을 일으켜 환자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한다는 이유였다. 과연 병명이 바뀌었다고 우리는 조현병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환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게 되었을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면서도 그들과의 사회생활을 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조현병은 정신질환 중에서도 특히 치명적이다. 암처럼 전이하는 것이 아니라 치매처럼 덮친다고 표현한다. 세상의 모든 혼란과 갈등과 불행을 똘똘 말아 한 사람의 뇌에 집어넣은 것과 같다. 초기에 조발성 치매라고 불린 것이 그 이유다.

조현이란 한자어는 기타 줄이나 바이올린 줄 같은 줄을 조율한다는 뜻이다. 악기의 줄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았을 때 이상한 소리가 나고, 연주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를 환자의 상태로 표현한 것이다.

 

예일대에 입학하고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것도 모자라 미시간대 석사학위를 가진 인물에 대한 평가는 매우 높을 것이다. 심지어 미국 공영방송인 NPR은 그의 소설 천국의 국경2016최고의 책으로 선정했고, 2017년 문학잡지 그랜타에서 뽑은 ‘40세 미만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 21에 속하는 작가라면.

그런데 그가 조현병 환자라면?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들을 주위 사람들의 눈에서 사라진, 죽지 않았지만 죽은 사람들로 취급한다.

 

창의적인 소설가이자 정신병 환자인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스스로 이야기한다. 그에게 자신과 자신의 병은 역사이고 신화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역사와 신화 속에서 저자가 벌이고 있는 투쟁의 기록이다.

그리고 어떻게를 묻는 이 탐구의 여정에서 꺼내고 싶은 옛이야기가 있다. 거인 반고는 알 모양의 구름 속에서 자고 있었다. 알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의 피와 뼈와 살로 세상을 창조하였다. 북유럽 신화에서 신은 말한다. “빛이 있으라.” 이미르는 얼음에서 태어난 소의 젖을 먹었다. ‘이것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이것은 왜 일어났을까?’를 묻는 또 다른 방식이다. 더 나아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일까?’를 묻는 또 다른 방식이기도 하다. -<진단: 이것은 어떻게 생겨났고, 나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 중에서

 

이 책의 작가 에즈메이 웨이준 왕은 대만계 미국인으로 그의 부모가 먼저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민 2세대다. 이력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화려하다. 17살의 나이로 예일대 2005학년도 입학생이 되었지만, 정신질환을 이유로 퇴학을 당했다. 그러나 그는 스탠퍼드로 대학을 옮기고 졸업한 후 스탠퍼드대 뇌 영상 연구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조현병 환자로 살며 명문대를 졸업하고 순수예술 석사학위를 따고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정확히 저자는 조현정동장애를 갖고 있다. 저자는 조현정동장애를 양극성장애와 조현병의 몹쓸 결합으로 태어난 아이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조현정동장애는 기분 삽화를 포함해야 하므로 조현병과 조증, 혹은 조현병과 우울증이 결합한 결과일 수 있다.

 

조현병 환자 또는 그 가족과 관련된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쉽게 사람들은 그들을 가둬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자발적 입원을 당하는 사례도 실제로 빈번하다. 그러나 이런 현실과 상황은 모두 이른바 비장애인인 정상인이라는 사람들의 기준으로 정해진다. 이런 현실에 대한 환자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이들에게, 세상은 언제라도 우리를 가두어 놓을 수 있는 새장으로 가득한 곳이다.

만약 자살만이 유일한 해결책처럼 느껴져서 자발적으로 정신병동에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앞으로는 죽을 때까지 그 편견이 만든 새장에 갇히지 않기를 바란다. 몇 년이 지나서 생각해도, 세 번의 비자발적 입원은 전부 다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내 의지에 반하여 정신병동에 갇혀 있었던 경험이 무서운 트라우마로 남았을 뿐이다. -<병동에서> 중에서

 

노벨상을 탄 존 내쉬처럼 조현병 환자 중 특출난 재능을 가진 인물에 집중하는 영웅적인 이야기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의 조현병은 우울증이나 강박장애와 같은 정신질환 진단에 관한 서사와는 다르다. “대체되고 삭제되는 질병이다.

처음에는 마음도 착하고 행동도 훌륭한 선한 인물이었다가 정신증의 횡포에 시달리면서 점차 뒤틀려 버리고 이내 고약한 것들로 가득 채워지기 쉬운 사람으로 변한다. 마침내 사악한 생각과 행동이 그와 한 몸이 되고,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이 책을 읽었다고 조현병과 그 병을 가진 사람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작가 스스로 이야기하는 자신의 상태를 통해 조현병 환자의 내면을 경험하는 기회가 생겼다.

책을 읽어 내려가기가 힘들었다. 어려운 의학용어와 약물의 이름들 병증과 관련한 명칭과 여러 단체의 이름 등등. 지식이나 개념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것만이 아니다.

원인을 알아내야만 처방이나 처치가 가능할 텐데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작가의 상태나 병증이 심해지면서 육체적으로도 허물어지는 상황 등이 나에게 고통으로 전달되었다.

그럴 때마다 정신줄을 잡아야만 했다. I need to hold it together.

 

자신의 안과 밖에서 자신을 흔들고 있는 병과 부정적인 상황과 인식들. 작가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당당히.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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