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마지막 엄마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3월
평점 :

2023-24 《나의 마지막 엄마(아사다 지로 지음/다산북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요로 ‘고향의 봄’이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지금의 아이들도 이 노래를 부를까? 이 책을 읽으며 들던 생각이다.
아파트 단지가 고향이고 어릴 적 즐기던 놀이가 모바일이나 컴퓨터 게임인 세대는 ‘고향의 봄’이라는 동요를 모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바로 ‘고향의 봄’과 어울리는 세대가 느끼는 오늘의 향수를 그린 소설이다.
유나이티드 카드 프리미엄 클럽의 연회비는 32만엔 311만 원
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나이티드 홈타운 서비스 이용료는 1박 2일에 50만엔 486만 원
세계 최고의 스테이터스. 당신에게, 고향을.
사람이 사는 집보다 비어 있는 집이 더 많은 시골의 어느 마을로 세 명의 주인공이 방문한다. 그 방문은 1박에 50만 엔의 이용료가 붙는 <유나이티드 홈타운 서비스>다.
세계 최고 수준의 리조트가 아니라 일본의 전형적인 산골 마을에서 불편한 시설에서의 하룻밤에 그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서비스다.
그곳에는 맛나고 정겨운 시골 음식을 대접하고 손님을 자식처럼 여기는 특별한 위로를 제공하는 엄마와 마을 분들이 있다.

‘무로타 치요’라는 사람이 가상의 어머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네 편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런 사람이 진짜 어머니면 어떻고 가짜 어머니면 어떤가.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에게 버림을 받아도, 아내와 딸들이 떠나도, 예금의 절반이 사라져도, 이 요새 같은 낡은 집과 어머니가 있는 한 자신을 괜찮다고 여겨졌다. -p.98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명은 모두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60대의 중년 혹은 보기에 따라 노년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전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이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났고,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진로에서 최선을 다하고 이제 노년을 준비하는 나이에 이르렀다.
연 매출 1조 원 레토르트 식품기업의 사장인 독신의 마쓰나가 도오루.
무로타 세이이치는 40년의 직장생활을 마치는 정년퇴직과 함께 아내가 이혼을 통보했다. 32년이나 부부로 살아온 아내는 퇴직금과 예적금의 절반과 함께 떠났다.
고가 나쓰오는 간호사인 엄마와 일찍 타계하신 의사 아빠의 영향으로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60세가 되도록 독신으로 지냈다.

독신 사회와 레토르트식품은 관계가 없지 않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편리해지면 생활의 불편함이 없어지며 오히려 고독의 대가로 얻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모든 게 끝난다. 모든 게 귀찮게 여겨진다. 적어도 마쓰나가 도오루의 경우 귀찮다는 것이 진심이다. -p.214
어떻게 보면 역할극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인물들은 모두 <홈타운 서비스>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성인용 테마파크를 체험하는 듯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은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 자신의 실제 고향이 아니고 자신의 실제 엄마가 아닌 엄마를 실제로 믿게 된다는 것이다.
마쓰나가 치요가 되었다가 무로타 치요가 되었다가 고가 치요가 되었던 그들의 (가상의) 엄마의 부고에 그들의 마음의 고향을 급하게 찾게 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고객들이자 치요씨를 엄마라고 부르던 사람들은 엄마에게 느꼈던 공감으로 남매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어머니가 이토록 사랑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스러웠으니까. 자식들이 이토록 어머니를 사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각자가 부자연스러웠으니까.
인구의 지역적 편재와 부의 지역 격차라는 사회적 문제는 현상이다. 번영이 곧 행복이라고 규정한 것이 먼저다. 그 과오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리고 부자연스러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그런 이야기였음을 고가 나쓰오는 겨우 깨달았다. -p.384
엄마가 기다리는 시골집과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그리고 엄마가 들려주는 잠자리 이야기에는 그들을 위로하고 지탱해주는 삶의 지혜가 있고 특별한 무엇이 있다.
편리함으로 무장한 도시 생활에서 사람들은 왜 지쳐나가고, 자연으로 돌아와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할까? 호모 사피엔스가 자연에서 출발했음을 도시에 살면서 잊었던 사람 가운데 나도 있을 것이다. 고향이란 단어를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감동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의마지막엄마 #아사다지로 #다산북스 #특별한위로 #함께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