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하는 나날들 -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 이유진 옮김 / 북트리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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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3 조율하는 나날들(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북트리거)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책 표지에 쓰여있는 영문 제목의 이미지가 흐릿하기도 하고 또렷하기도 하다.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은 렌즈를 끼고 보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의 저자가 세상과 자기 자신을 볼 때의 시각을 표현한 것이리라.

저자는 조현병을 갖고 있다.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 병과는 달리 제거할 수 있거나 신체의 일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현병은 저자를 저자 자체를 덮치고 있다고 표현해야 한다.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정신과 몸 전체를 지배, 장악하고 있다.

 

이전에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리던 것이 2011년 조현병으로 바뀌었다. 이전 병명이 사회적 이질감과 거부감을 일으켜 환자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한다는 이유였다. 과연 병명이 바뀌었다고 우리는 조현병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환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게 되었을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면서도 그들과의 사회생활을 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조현병은 정신질환 중에서도 특히 치명적이다. 암처럼 전이하는 것이 아니라 치매처럼 덮친다고 표현한다. 세상의 모든 혼란과 갈등과 불행을 똘똘 말아 한 사람의 뇌에 집어넣은 것과 같다. 초기에 조발성 치매라고 불린 것이 그 이유다.

조현이란 한자어는 기타 줄이나 바이올린 줄 같은 줄을 조율한다는 뜻이다. 악기의 줄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았을 때 이상한 소리가 나고, 연주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를 환자의 상태로 표현한 것이다.

 

예일대에 입학하고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것도 모자라 미시간대 석사학위를 가진 인물에 대한 평가는 매우 높을 것이다. 심지어 미국 공영방송인 NPR은 그의 소설 천국의 국경2016최고의 책으로 선정했고, 2017년 문학잡지 그랜타에서 뽑은 ‘40세 미만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 21에 속하는 작가라면.

그런데 그가 조현병 환자라면?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들을 주위 사람들의 눈에서 사라진, 죽지 않았지만 죽은 사람들로 취급한다.

 

창의적인 소설가이자 정신병 환자인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스스로 이야기한다. 그에게 자신과 자신의 병은 역사이고 신화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역사와 신화 속에서 저자가 벌이고 있는 투쟁의 기록이다.

그리고 어떻게를 묻는 이 탐구의 여정에서 꺼내고 싶은 옛이야기가 있다. 거인 반고는 알 모양의 구름 속에서 자고 있었다. 알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의 피와 뼈와 살로 세상을 창조하였다. 북유럽 신화에서 신은 말한다. “빛이 있으라.” 이미르는 얼음에서 태어난 소의 젖을 먹었다. ‘이것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이것은 왜 일어났을까?’를 묻는 또 다른 방식이다. 더 나아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일까?’를 묻는 또 다른 방식이기도 하다. -<진단: 이것은 어떻게 생겨났고, 나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 중에서

 

이 책의 작가 에즈메이 웨이준 왕은 대만계 미국인으로 그의 부모가 먼저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민 2세대다. 이력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화려하다. 17살의 나이로 예일대 2005학년도 입학생이 되었지만, 정신질환을 이유로 퇴학을 당했다. 그러나 그는 스탠퍼드로 대학을 옮기고 졸업한 후 스탠퍼드대 뇌 영상 연구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조현병 환자로 살며 명문대를 졸업하고 순수예술 석사학위를 따고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정확히 저자는 조현정동장애를 갖고 있다. 저자는 조현정동장애를 양극성장애와 조현병의 몹쓸 결합으로 태어난 아이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조현정동장애는 기분 삽화를 포함해야 하므로 조현병과 조증, 혹은 조현병과 우울증이 결합한 결과일 수 있다.

 

조현병 환자 또는 그 가족과 관련된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쉽게 사람들은 그들을 가둬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자발적 입원을 당하는 사례도 실제로 빈번하다. 그러나 이런 현실과 상황은 모두 이른바 비장애인인 정상인이라는 사람들의 기준으로 정해진다. 이런 현실에 대한 환자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이들에게, 세상은 언제라도 우리를 가두어 놓을 수 있는 새장으로 가득한 곳이다.

만약 자살만이 유일한 해결책처럼 느껴져서 자발적으로 정신병동에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앞으로는 죽을 때까지 그 편견이 만든 새장에 갇히지 않기를 바란다. 몇 년이 지나서 생각해도, 세 번의 비자발적 입원은 전부 다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내 의지에 반하여 정신병동에 갇혀 있었던 경험이 무서운 트라우마로 남았을 뿐이다. -<병동에서> 중에서

 

노벨상을 탄 존 내쉬처럼 조현병 환자 중 특출난 재능을 가진 인물에 집중하는 영웅적인 이야기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의 조현병은 우울증이나 강박장애와 같은 정신질환 진단에 관한 서사와는 다르다. “대체되고 삭제되는 질병이다.

처음에는 마음도 착하고 행동도 훌륭한 선한 인물이었다가 정신증의 횡포에 시달리면서 점차 뒤틀려 버리고 이내 고약한 것들로 가득 채워지기 쉬운 사람으로 변한다. 마침내 사악한 생각과 행동이 그와 한 몸이 되고,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이 책을 읽었다고 조현병과 그 병을 가진 사람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작가 스스로 이야기하는 자신의 상태를 통해 조현병 환자의 내면을 경험하는 기회가 생겼다.

책을 읽어 내려가기가 힘들었다. 어려운 의학용어와 약물의 이름들 병증과 관련한 명칭과 여러 단체의 이름 등등. 지식이나 개념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것만이 아니다.

원인을 알아내야만 처방이나 처치가 가능할 텐데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작가의 상태나 병증이 심해지면서 육체적으로도 허물어지는 상황 등이 나에게 고통으로 전달되었다.

그럴 때마다 정신줄을 잡아야만 했다. I need to hold it together.

 

자신의 안과 밖에서 자신을 흔들고 있는 병과 부정적인 상황과 인식들. 작가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당당히.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조율하는나날들 #에즈메이웨이준왕 #북트리거 #조현병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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