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위로 - 답답한 인생의 방정식이 선명히 풀리는 시간
이강룡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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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1 과학의 위로(이강룡 지음/한빛비즈)

답답한 인생의 방정식이 선명히 풀리는 시간

학력고사 세대의 문과 출신 사회 교사. 과학이란 단어 앞에서 스스로를 변명하는 말이다.

80 인생이니 100세 시대니 하는 세상에서 6년에 불과한 중고등학교 시간 동안 수학과 과학에서 받은 인상이 평생을 가는 기분이다. 수학을 쫌하는 이과 출신들이 모르는 이름 모를 그 쫄림. 독서하는 생활을 시작한 뒤로 과학책들은 마치 숙제처럼 여겨졌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강조했다. 나에게 호기심이란 사회현상에 대한 궁금증이나 해결방식에 대한 궁리였다. 그 호기심을 자연현상에 발휘한 것이 수학과 과학이리라.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에 지레 겁을 먹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클래식에 관심이 없다고 클래식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추상 미술에 관심이 없다고 추상 미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처음처럼 시작해보기로 했다. 마치 과학이란 주제를, 과학이란 영역을 처음 마주한 것처럼.

 

이번 책 역시 시작은 그랬다. 아무리 책 제목을 과학의 위로라 지었어도 위로가 되지 않는 느낌. 심지어 첫 장의 제목이 <1: 빛과 입자>라니. 책 멀미가 살짝 올라오는 느낌을 누르며 눈에 힘을 주고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갔다.

나의 각오를 시험하듯 첫 번째 챕터의 시작부터 무한급수가 등장하고 처음 들어보는 천문학자의 이름들이 등장한다. 한 문장 한 문장 앞의 내용과 연관 지어 이해해 나간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세팅되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쉬워진다. 뭘 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괴로운 법이다.

무한처럼 여겨지는 막연한 문제를 구체적인 유한한 문제로 전환하는 것은 처세 측면에서 보아도 아주 중요하고도 유용한 기술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듯안 커다란 고민도 사고를 전환하면 유한한 문제로 바뀐다. 먼저 문제를 구체화하여 쪼개볼 필요가 있다. -<1·빛과 입자> 중에서

 

과학의 탐구원칙은 과학적 원리를 잠정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껏, 새로운 발견과 새로운 원칙을 이루기 위해 지난한 연구를 하는 중인 과학자가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칙이나 발견이 마치 진리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까지의 발견과 법칙들이 절대불변이라면, 현재의 연구자들은 헛수고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인생에 절대적 진리가 없는 것처럼 과학에도 절대적 진리는 없다. 이를 통해 과학에서도 인문학에서도 개방성과 다양성이 필수적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마흔이 넘어 과학 공부를 스스로 시작할 수 있는 바탕에는 지적 호기심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에 관한 호기심은 인문학으로 자연에 관한 호기심은 과학으로 펼쳐진다. 인문학에 일가를 이룬 저자는 바로 과학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에 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태도가 인간다움을 유지하게 하는 힘이라고 믿는다.

 

우리 주변을 보면 셈에 밝은 사람이 있는데, 잘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이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셈에 밝지 않아도 좋은 삶을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멋진 삶을 사는 방법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법인 400가지보다는 많을 것이다. 좋은 삶이란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도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살면서 알쏭달쏭하고 고통스럽고 난해한 문제를 만났다면? 답을 미지수로 놓고 가능한 방정식을 찾아보면 된다. 그렇지만 인생에 드라마틱한 해피엔딩이 찾아오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오랜 세월 애를 썼는데도 안 풀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게 인생인 것을. 인생은 정답 맞히기가 아닌 난제 풀이 과정이다. -<3·과학과 수학> 중에서

 

이 책을 통해 과학의 원리와 법칙이 인문학이 탐구하는 인생의 진리와 연결되는 묘한 장면을 목격했다. 과학이라고 하는, 그동안 안전거리를 멀리 두고 지냈던 주제와 영역에 관한 관심과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또한 인문학자가 쓴 과학책을 읽은 이과생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과학자가 쓴 인문학책도 읽고 싶다.

 

우리는 흔히 기억이 나의 뇌를 활용하는개인의 활동이라고 여기기 쉬운데, 실은 기억이라는 활동 대부분이 타인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타인과 교류하면서 우리는 공통 경험에 대한 기억을 무의식중에 조금씩 교정한다. 집단 전체의 구성원들과 더 많이 접촉할수록 원래 사건에 가까운, 업데이트된 기억을 얻게 된다. 공감대가 이루어진다는 말이 바로 그런 집단 기억의 다른 표현이다. 기억은 소통이며 관계의 산물이다. 바로 삶 자체다. -<4·우주와 인간> 중에서

 

매년 421일은 과학의 날이다. 학교에서 과학 관련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질 때마다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었다. 올해부터는 어떤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는지 관심을 갖고 참여해보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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