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반쪽사 - 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옮김 / 블랙피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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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7 과학의 반쪽사(제임스 포스켓 지음/블랙피쉬)

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했던가? 빼어난 과학기술과 항해술로 신대륙을 탐험하고 패권을 휘두르던 나라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자국의 문화와 기술로 세계를 경영했던 제국주의 국가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으로 온 인류를 절멸의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던 나라들의 공통점이 있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식민지를 경영했던 패권 국가들이라는 것이다.

 

암흑의 중세를 헤치며 지동설을 비롯한 과학적 법칙을 발견해나가던 과학 혁명의 시대를 거쳐서 인류는 이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게 된다. 과학을 바탕으로 한 번영의 시대, 인간의 이성과 과학적 탐구를 통한 인류사의 대변혁의 주인공은 유럽의 과학자들이었고, 범위를 조금 더 넓히더라도 주요 패권국의 과학자들이었다. 이러한 일반적인 역사의 서술은 과연 타당한가?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화가 시작되면서, 과학 혁명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그 너머 더 넓은 세계의 연관성을 살필 필요성이 생겼다. 우리는 자연사, 의학의 발전과 지리적 발견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만든 스페인제국의 정치적, 상업적 목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탐험가들이 귀중한 식물과 광물을 찾는 동안 식민지가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기 위해 지도를 활용했다.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고 식민지화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지식적 측면뿐만 아니라 과학이 행해지는 방식에 대한 변화를 촉발했다. -<1장 신대륙에서> 중에서

 

과연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 것인가? 할아버지의 그 이전 할아버지 때부터 살던 땅에 누군가 찾아와 이곳을 내가 발견했소!’라고 한다면 얼마나 어이가 없겠는가?

이 어처구니없는 일에서 세계사는 질주를 시작한다. 과학의 역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식민지를 통해 들어오는 수많은 자원과 재료들은 새로운 사회를 운영하는 거름이자 씨앗이자 양식이 되었다.

문제는 그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약탈과 착취를 정당화하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식민지로 약탈당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의 과학적 업적과 문화와 역사를 훼손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1부 과학 혁명 1450~1700

2부 제국과 계몽주의 1650~1800

3부 자본주의와 갈등의 시대 1790~1914

4부 이데올로기 전쟁과 그 여파 1914~2000

 

535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 속에는 근대과학이 발달한 사례들이 꼼꼼하게 제시되어 있다. 단순한 과학사의 주요한 발전이 아니라 전 세계 문화적 교류에 의한 발달 사례들이 기록되어 있어서 세계의 각 지역에 대한 이해와 그 지역 문화와 과학과의 관계도 함께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물론 이러한 문화적 교류는 오늘날의 세계화와는 다른 점이 있는데, 그 교류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상당히 착취적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과학의 보다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하고자 애썼다. 지중해의 해적들에게 붙잡힌 오스만제국의 천문학자, 남아메리카의 농장에서 약초를 캐는 아프리카 출신의 노예, 베이징을 공격한 일본군으로부터 도망친 중국 물리학자, 그리고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서 혈액 샘플을 모으는 멕시코의 유전학자까지. 이러한 개인은 비록 오늘날 대부분 잊혔지만 현대 과학의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이 책은 바로 역사책에 없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시작하는 글>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은 우리의 자랑거리이지만, 서양인들이나 대부분 사람은 구텐베르크를 먼저 기억한다. 최초의 발명이나 발견보다 누가 더 많이 활용하고 전파해서 인류 역사에 영향을 더 많이 미쳤느냐가 역사의 기준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과 그 기록이나 사실 자체를 무시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계몽주의 시기의 과학사를 어떻게 특징지어야 할까? 전통적으로 계몽주의는 이성의 시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몽주의 시대는 제국의 시대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제국과의 연관성은 폭력이나 그에 따른 착취와 함께 계몽주의 과학의 발전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이 점은 18세기의 가장 중요한 두 과학인 천문학과 자연사 분야에도 해당된다. 제국이 없었다면 아이작 뉴턴은 노예 무역상들이 항해하면서 관측한 결과에 의존해 운동 법칙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제국이 없었다면 칼 폰 린네는 생물학적 분류 체계를 발전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체계 역시 유럽의 제국들이 팽창하는 동안 아시아와 아메리카에서 수집한 식물 정보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4장 자연의 경제> 중에서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 상식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노예무역이 정당한 경제활동이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갖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부정하는 사람이 없다.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갖고 보니 과거의 역사가 부끄럽게 느껴져서 무시하는 것,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전의 과학 역사를 수정해야 할 때다.

 

우리가 과학 시간에 배웠던 무수한 법칙들을 발견하고 연구한 과학자들 그리고 과학 분야의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 그들 말고도 인류의 과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비유럽 과학자들의 공헌을 세세히 기록한 역사책이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그들의 공헌도는 크다. 역사는 온전한 기록이어야 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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