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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없는 전쟁 - 두려움도 분노도 없는 AI 전쟁 기계의 등장
최재운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1월
평점 :

“20초 동안 표적 하나를 확인할 뿐이었다.”
2023년 가자지구. 이스라엘군의 AI 시스템 ‘라벤더’가 작성한 살생부를 보며, 한 장교가 생사여탈권을 행사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남성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클릭 한 번. 폭격이 시작된다. 이것이 최재운이 《인간 없는 전쟁》에서 보여주는, 이미 도래한 AI 전쟁의 민낯이다.
AI 시대를 논할 때 우리는 흔히 편익과 효율, 경제 성장을 먼저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은 가장 어두운 곳, 전쟁터를 응시한다. 우크라이나 들판에 광섬유 케이블이 깔리고, 엣지 AI가 장착된 드론 떼가 통신 없이 스스로 판단하며 날아다닌다. 챗GPT와 같은 LLM은 작전 참모 역할을 수행하고, SNS와 알고리즘은 인지전의 무기가 된다. 이제 전쟁은 총을 든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기술 모두가 전쟁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묵시록적 비관론에 머물지 않는다. 대신 냉정하게 묻는다. “로봇이 사람을 쏜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기계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
AI가 의사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을지라도 환자에 대한 공감은 인간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생명을 빼앗는 결정에는 “그 무게를 통감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특히 인상적인 개념은 자동화 편향이다. AI가 그럴듯한 설명과 함께 틀린 답을 제시했을 때, 의료 전문가의 정답률이 23.6%까지 급락했다는 연구 결과는 섬뜩하다. 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결과는 치명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기술의 상당 부분이 국가가 아니라 일론 머스크, 팔란티어 같은 민간 기업의 손에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적 통제 밖에서 전쟁의 양상이 결정되고 있다.

판결·진단·평가·공격 결정처럼 책임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영역을 떠올리면, 교실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일조차 가볍지 않다는 사실이 겹쳐진다. 기술이 대신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인간에게 남는 역할은 오히려 더 무거워진다.
책은 AI 정렬, 킬 스위치, 투명한 프로세스 같은 기술적 해법을 제시하지만, 저자 스스로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인정한다. 대신 시민의 역할을 강조한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경로를 의식적으로 벗어나 보고, AI 기술이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묻고, 기업과 정부에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하라고 말한다.

“문제는 발생할 것이다.”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나 인간은 늘 시행착오를 거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 책은 그 출발점이다. 장강명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이 우리 시대의 ‘버섯구름’이 되어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AI 시대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다.
AI는 이미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결정하고, 무엇에 책임질지 선택해야 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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