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미원조 - 중국인들의 한국전쟁
백지운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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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1 항미원조(백지운 지음/창비)

중국인들의 한국전쟁

19506·25사변 또는 한국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되어 UN군의 참전으로 전황을 역전하고 통일을 앞두고 있다가 중공군의 개입으로 끝내지 못하고 휴전에 이른 전쟁으로 기억된다. 동시에 우리 민족 간의 최대의 비극이고 분단으로 인한 피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해전술, 1·4 후퇴 등 단편적으로만 기억되는 중공군(중국인민지원군)의 활동이 한국전쟁 대부분을 차지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19501025일부터 29개월 동안, 한반도에 들어온 중국인민지원군의 수는 연인원 240만을 넘었고, 최대 규모가 주둔했던 19535월경에는 135만에 달했다. 한국전쟁 대부분이 사실상 중공군과의 싸움이었다.

 

동족상잔의 비극이자 전쟁 이후 독재자들의 단골 구호였던 반공·멸공 논리의 배경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흐릿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이 바라보는 한국전쟁의 모습은 어떨까?

항미원조.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도운 전쟁. 중국인들이 부르는 한국전쟁의 명칭이다.

중국인들의 항미원조전쟁 속의 한국 역시 극히 희미하다. 중국 현대사에서 항미원조전쟁은 여러 이유로 억눌려왔다. 그러다 최근 미·중 대결 국면을 계기로 중국 내 항미원조전쟁에 대한 금기가 일거에 걷히면서 대대적으로 소환되고 있다.

 

70년 가까이 지속된 미·중의 적대적 공조 체제와 1950년대 말에 시작된 중소 갈등, 이 두 요소가 중국에서 항미원조전쟁이 정치적 금기가 되는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이다.

이 두 요소가 인민공사, 대약진, 문화대혁명, 그리고 개혁개방으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굴곡과 뒤얽히면서, 항미원조전쟁은 오랫동안 중국 대중들로부터 기억의 유배상태였다.

 

저자는 2장에서 오랜 금기와 망각의 상태에 방치되었던 항미원조전쟁이 2000년대 들어 귀환하는 과정을 2000~2010년대 작품들을 통해 살펴본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영화를 통해 항미원조전쟁이 중국 대중에게 귀환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그 작품들은 국가의 일방적인 이데올로기 주입에 의한 회고가 아니고, 오랫동안 이 전쟁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애도할 길이 막혀있던 기층의 목소리와 시선이 묻어있는 이야기들이다.

 

상감령은 한국전쟁에서 19521014일부터 1125일까지, 북한의 김화군 오성상 남쪽의 537 598고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격전의 현장이다. 불과 3.7제곱킬로미터의 작은 산지에서 43일간 피아 10만 명이 싸워 3~4만 명의 희생을 초래한 혈투였다. 이를 바탕으로 한 소설 상감령1953년 쓰였고, 1956년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영화 상감령1964년에 나온 영화 영웅아녀와 더불어 항미원조전쟁을 그린 양대 정전(正傳)으로 기억된다.

 

바야흐로 중국에서 항미원조 서사는 건국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미중 대결 기류를 타고 국가주의와 애국주의가 고양되는 악성 환경은 오랫동안 냉궁에 유폐되었던 항미원조전쟁의 기억이 가정과 극장, 인터넷 스트리밍 등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지난 세기 국민국가의 역사의 불편한 퍼즐 조각이었던 항미원조는 이제 국가의 기초를 놓은 입국지전(立國之戰)’으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3승리한 전쟁의 안과 밖> 중에서

 

개혁·개방 시대에도 숨죽인 외교를 펼쳐야 했던 1980년대에는 덩샤오핑이 제창한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춰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면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가 외교정책의 기조가 되었다.

1990년대 중국 외교가에선 책임대국론(責任大國論)’이 제기됐다. 97년 장쩌민 국가주석은 대국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다고 선언했다. 덩샤오핑의 오랜 도광양회 기조에서 벗어나 필요한 역할은 한다유소작위(有所作爲)’로의 변신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시진핑 이후 더욱 팽창한다. 시 주석은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을 선언하며, 공동부유, 인류 운명공동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다룰 것을 주창하였다. 시 주석의 외교정책을 전량외교라 칭하는데, 전랑 외교는 성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무력과 보복 등 공세적인 외교를 지향하는 중국의 외교 방식을 가리킨다. 이는 중국의 인기 영화 제목인 '전랑(戰狼·늑대 전사라는 뜻)'에 빗대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중국의 외교 전략을 지칭한다.

 

항미원조의 귀환은 1970년대 이후 미중 데탕트를 계기로 형성된 미중 공조 체제의 역사적 시한이 다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 갈등에서 시작하여 바이든 정부에서 전면화된 미중 대결의 정치 공간으로, 사라졌던 항미원조의 기억이 대대적으로 소환되고 있다.

 

한국전쟁을 복수의 당사자들이 함께 반추하는 것, 각자의 현재에서 자기고발을 각오하는 것, 각자의 어둠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작업을 통해 비로소 과거의 (어쩌면 현재도 그러한) ‘과 대화할 길이 열릴 것이며, 진정으로 종전을 논할 정동적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이미 역사화되었다고 생각했던 냉전이 부단히 현재로 살아 돌아오는 지금, 지연시켜온 냉전의 극복을 진정으로 재사유하는 길이기도 하다. -<303 스포트라이트가 밝힌 것과 덮은 것> 중에서

 

국제 협력을 통한 평화와 인권의 확대는 영원한 과제로만 남을 운명인가. 세계는 다시 새로운 냉전의 시대로 빠져들고 있다. 힘 빠진 미국과 힘을 키운 중국의 갈등은 결국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실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여파로 전 세계는 혼돈과 충격에 빠지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가장 큰 충격과 피해를 보는 국가는 바로 한국이다. 중국의 강경하고 급격한 변화와 그 대응이 필요한 지금, 그 원인과 배경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연구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항미원조 #백지운 #창비 #한국전쟁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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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생을 아이처럼 살 수 있다면 - 두려움 없이 인생에 온전히 뛰어드는 이들의 5가지 비밀
존 오리어리 지음, 백지선 옮김 / 갤리온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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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0 다시 인생을 아이처럼 살 수 있다면(존 오리어리 지음/갤리온)

두려움 없이 인생에 온전히 뛰어드는 이들의 5가지 비밀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인물이 바로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인 이지선 교수다. 대학교 4학년 재학 당시에 오빠의 차로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 차량이 일으킨 7중 추돌교통사고를 당한다. 차량에 붙은 불로 인해 전신 55%3도 화상을 입고, 생사를 오가는 부상을 겪었다.

한강성심병원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까지 오가면서 40번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는데, 특히 심한 화상을 입은 손가락 8개의 마지막 마디를 마디와 연결되는 관절 부위에서 절단했다. 20대 초반의 여성이 감당하기 어려운 신체적 심리적 충격에도 굳건히 일어서서 한동대 교수를 거쳐 올해부터 모교인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이야기는 KBS <인간극장>을 통해 알려졌으며, 삶에 관한 희망의 아이콘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인 존 오리어리는 이지선 교수보다 더한 사고를 당했다. 9살의 나이에 발생한 끔찍한 화재 사고로 피부 대부분이 녹고, 손가락 열 개를 모두 잃었다. 전신 3도 화상, 생존 가능성 0%를 뚫고 삶을 회복하기까지 저자의 삶을 향한 투쟁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기적의 상징이 된 저자는 온 파이어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세계 최고의 강연가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사망선고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삶의 지혜와 원칙을 담은 전작의 내용에 더해, 자신의 강연과 연구 결과를 통해 도출한 삶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법을 전하고 있다.

 

감탄하는 삶을 위해 5가지 감각 되살리기

경이감 / 기대감 / 몰입 / 소속감 / 자유

 

장래 희망이나 꿈을 묻지 않는 나이가 어른이 된 나이라고들 한다. 꿈이 없는 일상을 반복하는 사람들, 무기력한 삶을 반복하는 사람들, 새로운 아이디어나 도전보다 오로지 안정만을 추구하는 사람들, 바쁜 일상에서 보람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속에 나도 들어있지 않을까? 저자는 숨만 쉬고 있지 죽은 사람과 다르지 않은, 마치 좀비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기쁨과 설렘을 선물하는 5가지 패키지 방법을 제시한다.

 

경이감 / 질문하고, 궁금해하고, 열정적으로 탐구하고, 혁신적 사고와 무한한 가능성을 낳는 기회와 답, 해결책을 끈질기게 찾는 감각. /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라

기대감 / 모험이 기다리고 있으며 근사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굳은 확신을 품고 미래를 기다리는 감각. / “처음 경험했을 때의 강렬한 감동을 되찾아라

몰입 / 사방에 널린 생의 선물을 음미할 수 있도록 주변 세상에 완전히 집중하고 몰두하는 감각. / “매 순간 완전히 몰입하는 집중력을 길러라

소속감 / 나 자신이 가치 있고, 어딘가에 속하며, 퍼즐에 없어서는 안 될 조각이라는 확신이 들 때 느껴지는 위안과 평화, 기쁨의 감각. / “타인을 진심으로 받아들여라

자유 /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인생에 모든 걸 거는 감각. / “경기장 밖에 머물지 마라.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

 

아침에 일어나면서 , 잘 잤다!”라고 해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오늘은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 지도 언제였을까?

우리 삶을 흔들어놓는 다섯 가지 감각, 경이감, 기대감, 몰입, 소속감, 자유가 바꾸어 놓는 새로운 인생의 의미와 기쁨.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첫 번째 감각인 경이감을 회복한다면 현재 자신의 행동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더 나은 길은 없을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이다. 남들이 하는 말을 당연시하지 않고 그 말이 진실인지 파헤지게 된다. 어릴 때처럼 다시 혁신가, 발명가, 예술가, 과학자가 된다. 집중적으로 그 힘을 쓸 의지만 있다면 세상을 바꿀 힘이 내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이감에 다시 불을 붙이면 강력한 믿음과 확신이 되살아나고,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

 

남과 비슷하게 사는 건 남다른 생각을 하는 법을 잊어버리는 최고의 방법이다.

더 나은 길은 있다. 언제나.

호기심과 모험심을 억누르지 말고 한계를 거부하거나 극복하라.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고 두려움을 극복하면 인생의 길목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놀라운 일을 기대하라. 아름다움을 기대하라. 멋진 일을 기대하라. 기쁨을 기대하라. 그리하면 보이는 것과 이후에 일어날 일이 극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잠든 기대감을 흔들어 깨우자.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모험을 즐기자.

 

일상의 기쁨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건 눈앞의 일에 집중하지 않는 행위다.

한 번에 모든 일을 다 하려 하지 말자. 한 번 잡은 일에는 깊이 몰두하는 연습을 하자. 그리고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자.

 

인생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둘 때는 경쟁하고 이길 때가 아니라 무대에 올라 모두 쏟아부을 때다. 물론 쉽지 않다. 고통이 따른다. 넘어지고 실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살아 있음을 느낄 것이다. 감탄하는 삶을 살 자유를 얻을 것이다.

 

나에게 주신 신의 선물, 오늘.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만 빠져 있다면 선물은 사라지고 만다. 온전히 선물에만 집중하는 어린아이처럼 그 오늘을 온몸과 에너지로 부딪힌다면 두 배 세 배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새롭고 설레는 오늘이 계속된다면 선물이 보물이 되는 인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다시인생을아이처럼살수있다면 #존오리어리 #갤리온 #웅진지식하우스 #온파이어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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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 아주 작은 영양소가 촉발한 미스터리하고 아슬아슬한 500년
스티븐 M. 사가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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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9 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스티븐 M. 사가 지음/한빛비즈)

아주 작은 영양소가 촉발한 미스터리하고 아슬아슬한 500

광고의 주인공을 차지하는 3B가 있다. Beauty, Baby, Beast.

중년의 아저씨를 노리는 광고는 따로 있으니 바로 영양제 광고다. 만성피로, 스트레스, 갱년기성 장애 등 다가오는 노년에 저항하는 젊은 중년의 꿈을 이루어주는 영양제.

영양제 광고의 주인공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시작이 바로 비타민C였다.

비타민C 한 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건강을 챙기는 기초가 되었다. 우리 몸속의 항산화 작용을 하고 면역체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비타민C의 정확한 효능은 몰라도 그저 몸에 좋은 약 또는 보조제 정도로 알고 있었다.

 

비타민C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영양소이다. 그런데 인간은 비타민C를 체내에서 만들어내는 능력을 상실했고, 음식 섭취를 통해 비타민C를 얻어왔다. 책을 읽으며 건강보조제 정도로만 생각하던 비타민C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영양소였다는 사실을 읽고 놀라움을 느꼈다.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과학 시간에 괴혈병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배운 기억이 떠올랐다. 그 괴혈병으로 가장 고생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있어야만 하는 선원이나 해군들이었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은 수개월 동안 신선한 과일과 채소 없이 지내야 했고 결국 비타민C 결핍으로 괴혈병에 걸린 환자가 흔해졌다. 그들 대부분은 팔다리와 잇몸이 부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이 괴혈병의 치료법을 발견한 사람은 바로 탐험가로 유명한 바스쿠 다가마였다. 괴혈병에 걸린 그의 선원들이 아프리카 해안에서 오렌지를 열심히 먹고 건강을 회복했다. 이러한 지식을 얻었음에도 본격적인 항해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사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본질적으로 당대 의사와 관료는 비타민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질병을 설명하는데 진부한 통념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괴혈병이 영양결핍에서 비롯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는 데는 무려 400년이 소요되었다. -<들어가며> 중에서

 

부족한 병참으로 인해 해적과 다름없던 영국 해군의 비참한 현실로 인해 괴혈병으로 희생된 인명만 300년에 걸쳐 100만 명이 넘는다.

1746년 군의관으로 해군에서 활동한 제임스 린드는 괴혈병으로 고통받는 선원 12명을 선별해서 실험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괴혈병을 주제로 첫 논문을 쓰고 발표했다. 그의 논문은 질병에 과학적으로 접근한 첫 시도로서 널리 인정받는다.

길버트 블레인은 해군에서 괴혈병을 정복한 공로를 인정받는 인물이다. 블레인은 괴혈병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전염병학이라는 과학 분야를 창시했다. 블레인은 18세기 의료 환경을 고려해 질병 치료법이 아닌 예방법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스코르브산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도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비타민C의 화학명이라 한다. 괴혈병scurvy을 방지anti한다는 의미다.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의 어원은 a(없다)+scorbutus(괴혈병)+ic(형용사형)+acid()이다.

 

비타민C를 정제한 공로를 인정받는 인물은 생화학자 얼베르트 센트죄르지였다. 우연히 그의 아내가 손님에게 대접한 파프리카. 그는 따분한 손님을 피해 파프리카를 들고 연구실로 들어가 비타민C의 분자구조를 규명할 수 있도록 헥수론산을 결정화했다. 센트죄르지는 비타민C를 발견한 공로로 193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파프리카가 비타민C의 보고였다는 우연까지 합쳐지면서 과학 연구에 운이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우리는 쉽게 인물의 배경과 업적에 휘둘리는 경험을 한다. 노벨상 수상자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가진-그것도 두 개나- 과학자의 주장이라면 그의 주장에 비판적 시각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라이너스 폴링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괴혈병 예방에 필요한 몇 밀리그램이 아니라 몇 그램의 비타민C를 매일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타민C 메가도스(비타민C를 권장 섭취량보다 과용량으로 복용하는 요법)를 지지하는 분위기를 통해 비타민은 거대 산업이 되었다.

 

폴링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았으나 그의 비타민C 메가도스 주장은 결실을 보았다. 비타민C의 성공으로 비타민과 영양제 산업이 폭발적으로 확장했다. 이 산업이 정부의 규제를 피해 매출 약 52조 원 규모로 성장한 사례는 과학과 정치의 관련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과학이 얼마나 빈번하고 폭넓게 무시되는지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되었던 1700년대의 현실과 비교하면 현재의 과학의 수준과 그 과학을 바탕으로 한 현재의 우리 생활 수준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비타민C라는 영양소의 연구 과정을 통해, 과학의 역할과 함께 그 과정에서 보였던 실패와 한계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학의 영역은 가치중립적이라고 배웠는데 그 영역에도 사람이 손을 대는 순간 가치가 개입되는 현실들을 보았다. 이는 현재와 같은 과학의 연구 절차나 윤리가 제정되기 전의 이전 시대에서만 일어나는 한계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과학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온 힘을 기울이는 과학자의 열정과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성원을 보낸다. 그러나 맹목적인 성원, 무비판적 맹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과정 그리고 방향에 관한 우리의 관심과 비판이 필요하다.

과학은 진보와 퇴보를 반복하는 과정이고, 과학이 밝혀낸 진리는 언제나 잠정적 진리이기 때문이다.

 

비타민C500년 역사에는 용기와 냉정, 뛰어난 통찰과 어리석음, 그리고 뜻밖의 행운이 담긴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생생한 등장인물로 가득하다. 이 역사에는 떠돌이 선원, 북극 탐험가, 돈 한 푼에 벌벌 떠는 관료, 말라리아모기가 득실대는 정글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과학자, 분자생물학의 최신 도구를 활용하는 연구자 등 각양각색 개성을 지닌 이색적인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수백 년 전 선조들이 저지른 실수를 똑같이 반복한 사례이다. -<머리말 / 과학은 가끔 퇴보도 한다>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조금수상한비타민C의역사 #스티븐사가 #한빛비즈 #비타민C #과학의역사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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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중년을 오해했다 - 두 번째 50년을 시작하는 청춘들에게
박성주 지음 / 담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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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8 우리가 중년을 오해했다(박성주 지음/담다)

두 번째 50년을 시작하는 청춘들에게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마다 덜컥 느끼던 충격. 4자로 바뀔 때의 긴장과는 비교가 안되는 충격과 불안이 5자로 바뀌면서 찾아왔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났는데도 계속인 걸 보니 잠깐 왔다가는 충격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묘한 불안에 빨리 적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만난 책이 바로 우리가 중년을 오해했다란 에세이집이다.

30대와 40대와는 다른 50대의 특징을 분석한 책이 아니다. ‘100세 시대에 50대는 어린아이 수준이니 열심히 준비해서 새롭고 멋진 삶을 살아야 한다.’라는 방향이 정해진 그런 글이 아니었다.

베이비붐 시대의 끝자락에 태어난 동년배 작가의 이야기들을 통해 그땐 그랬지.’와 같은 편안함과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느꼈다.

 

이미 다 커 버린 아이들과는 할 말이 별로 없고, 아내는 늘 바쁘다. 집에서는 주도권을 잃었다. 연세 많으신 부모님과의 대화도 한두 마디뿐이다. 서먹하다. 편한 옷차림으로 동네를 다니기도 어색하고, 낮에 그렇게 어슬렁거리는 것도 편치 않아 잘 움직이지 않는다. 재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이 부러운 것은 단순히 월급 때문만이 아니다. -<68년생 박성주> 중에서

 

책의 첫 번째 꼭지에서, 퇴사하고 난 50대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놓았다. 명함에 들어 있던 직책을 내려놓으니 자신의 가치를 상실한 듯 느끼는 허망함. 그러나 작가는 그냥 그대로 무릎 꿇지는 않는다.

 

나이는 중년이지만 청춘의 패기로 일어서자. 아직은 그래도 된다. -<68년생 박성주> 중에서

 

콩나물시루 같았던 교실과 연합고사와 학력고사의 입시전쟁을 치르고 들어간 대학에서 처음 맛본 최루탄의 맵고 오바이트 나는 아픈 기억들.

대학을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입사했다는 작가의 이야기와 교사로 보낸 나의 생활도 그리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50이 넘었다는.

주머니는 비었지만, 마음은 넉넉한 내 형편 또한 은퇴하고 여행작가를 꿈꾸는 작가와 닮은 꼴이 아닐까.

 

인생도 마치 편지 쓰기와 같아서 자고 일어나면 후회되기도 하고, 실수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쳐쓰기를 하듯 다시 시작하면 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고 선생님도 그랬다. 내가 부모가 되고 선생이 되어 보니 알겠다. 그들이 용기를 내어 다시 시작했듯이 나도, 우리도 다시 쓰면 된다. -<어서 와, 중년은 처음이지> 중에서

 

50이 넘도록 열심히 살았는데 뭐 하나 제대로 내놓을 만한 것이 없는 인생이라 주눅 들기 쉬운 우리에게 작가가 보내는 응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남들 시선에 불안하기 하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님을 알아차려야 한다. 불안은 바위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안개와 같은 것이다. 그 불안에 얽매이지 않고 용기를 내 일상을 흔들림 없이 살아갈 때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던 불안이 안개처럼 엷어질 것이다.

어느 여행자가 말했다.

여행은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라고. -<여기서 행복할 것> 중에서

 

태어나서 20년 가까이는 좋은 대학과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퍼붓는다. 새로 시작하는 50년을 위해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내 인생을 내 맘대로 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고, 그냥 생각만 하고 있던 어떤 걸 경험할 수도 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

 

인생의 다음 마디가 언제 생기게 될지 기대된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여유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나이가 되더라도 충분히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터무니없다고 생각되는 것부터 도전해 보자. 어리바리했던 초등학생 아이는 간데없고, 군데군데 흰머리에 주름 가득한 중년이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별다를 건 없다.

그 시절 한 아이가 있었던 것처럼 지금 한 중년이 이렇게 있다. -<한 아이 그리고 한 중년> 중에서

 

여행을 통해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삶의 의미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작가의 모습이 여러 곳에 드러난다. 일상에서 벗어나 즐기러 가는 여행에서 배우는 삶의 의미들. 여행과 인생의 묘한 조합들이 글의 재미를 높여주고 작가의 메시지에 공감하게 한다.

 

KTX에서 역방향으로 앉은 적이 있다. 창밖 풍경이 멀어지는 걸 오래도록 바라보는 게 좋았다. 다가올 시간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것도 좋다. 앞으로 남은 여름휴가를 위해(아직 많이 남아 있겠지만) 지난날을 돌아보고 또 새롭게 용기를 내어 남은 인생을 달려 보자.

인생 여정은 미리 짜인 패키지가 아니다. 얼마나 남았든 우리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스스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모두 자유여행을 하는 중이다. -<여름휴가에 대한 단상> 중에서

 

누구나 알듯이 이제 50은 이전의 50이 아니고, 오늘의 중년은 과거의 중년이 아니다. 퇴직이나 은퇴가 노후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이고 도전이다. 강요당하고 내몰려서 어쩔 수 없이 하는 도전이 되지 않기를,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스스로 선택하는 도전이 되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가중년을오해했다 #박성주 #담다 #두번째50#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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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 - 미처 몰랐던 진짜 내 모습 찾기 프로젝트
윤슬 지음 / 담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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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7 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윤슬 지음/담다)

미처 몰랐던 내 모습 찾기 프로젝트

저자는 스스로를 기록 디자이너로 정의한다. 우리는 기록이라면 무언가 공식적인 자료나 역사적 사실을 남기는 활동을 떠올린다. 별 볼 일 없는 나 자신의 이야기는 거창하지도 않고 기록할 만한 무언가가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소소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또한 디자인한다는 발상이 매력적이다. 거대 담론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오직 하나 자신의 이야기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세상을 좀 더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의 시작일 것이다.

 

글쓰기는 삶을 껴안는 방법이며, 삶을 사랑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윤슬, 글쓰기가 필요한 시간

 

책장을 넘기며 작가 자신에 대한 솔직한 고백에 많이 놀랐다. 자신의 재능이나 성취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들은 제법 보았는데, 첫 장부터 본인의 어중간함을 이야기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출판사 대표에, 무려 17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 스스로가 자신을 어중간하다고 표현을 한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지위를 갖고 있다. 그에 따른 역할을 수행하며 최선을 다하며 생활한다. 각각의 역할마다 1등을 꼽는다면 우리는 저 멀리 서 있을 것이다. 1등만이 가치 있는 세상이라면 우리는 과연 가치 있는 존재일까?

그에 대한 작가의 답은 어중간한 것을 잔뜩 모은 사람 중의 으뜸이다.

운동회에서 하는 달리기 시합처럼 출발점과 결승점이 하나라면 1등은 당연히 한 명뿐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서의 출발점과 결승점을 모두 다 다르다. 그래서 각 사람마다의 결승점에 도착하면 모두 1등이 될 수 있다.

 

Best는 은유적 표현이다. 최대한 단순화하자면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와 자꾸 비교하려는 마음을 대신하는 표현이다. Only 역시 은유적 표현이다.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위해 살지 않고 나다움을 향해 노력하겠다는 다짐 같은 것이다. -윤슬

 

대중매체나 SNS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활동이나 멋진 여행 사진, 비싼 명품 사진들에 눈길을 빼앗기고 마음이 기우는 경험을 한다. 그들의 일상이 항상 그렇지는 않다는 걸 안다. 가장 멋진 사진을 고르고 또 포토샵을 해서 올렸을 것임도 알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을 제자리에 갖다 놓지 못하면 그 마음은 우리에게서 멀리 떠내려간다. 점점 더 멀리 떠내려가는 마음은 우리의 일상을 남루하게 만들어 놓는다.

그러나 우리의 하루와 우리의 가치는 그렇게 쉽게 평가받을 만한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각각 자신의 가치와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 가치와 기준을 타인에 맞추고 생활하다 보면 나의 기준이 흔들리게 되고 아름답고 의미 있는 생활을 잃어버리게 된다.

 

즐겁고 매력적이고 짜릿하고, 흥분하게 만드는 순간을 즐기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온종일, 일 년 내내라면 그 사람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음식의 맛을 내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재료가 아닐까? 아무리 풍미를 자극하는 향신료를 뿌린 들 원재료가 신선하지 않고 제맛을 잃는다면 그 음식에 대한 좋은 평가는 있을 수 없다.

 

자연에는 리듬이 있고, 흐름이 있다. 거창한 변화가 눈에 띄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마치 단계를 거치듯 하나의 과정이 다른 과정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결말이 되면서 유지적으로 연결된다.

나의 삶도 비슷한 것 같다. 나만의 리듬이 있고, 흐름으로 살아가는 중이며,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큰 그림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다. 앞으로 어떤 리듬으로 어떤 세계를 그려 낼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게 있다면,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리듬을 익히거나 마음을 얻기 위해 세계를 옮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내 삶에 대해서만큼은 주인공이 되기를 고집할 것이다. -<내가 만들어가는 무늬> 중에서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일상과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작지만 단단한 사람,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아도 물질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 도움이 필요한 자리에 먼저 나서는 사람, 함께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표현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자주 그리고 주위에서 보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성공 비결은 단순하다. 매일 한 시간 책을 읽고, 매일 한 시간 글을 쓰고, 매일 한 시간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기획하는 활동을 한다. 평범한 일을 특별하게 하자!

-작가가 자신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제작한 포스트잇에 실린 문장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Best를버리니Only가보였다 #윤슬 #담다 #기록디자이너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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