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중년을 오해했다 - 두 번째 50년을 시작하는 청춘들에게
박성주 지음 / 담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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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8 우리가 중년을 오해했다(박성주 지음/담다)

두 번째 50년을 시작하는 청춘들에게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마다 덜컥 느끼던 충격. 4자로 바뀔 때의 긴장과는 비교가 안되는 충격과 불안이 5자로 바뀌면서 찾아왔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났는데도 계속인 걸 보니 잠깐 왔다가는 충격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묘한 불안에 빨리 적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만난 책이 바로 우리가 중년을 오해했다란 에세이집이다.

30대와 40대와는 다른 50대의 특징을 분석한 책이 아니다. ‘100세 시대에 50대는 어린아이 수준이니 열심히 준비해서 새롭고 멋진 삶을 살아야 한다.’라는 방향이 정해진 그런 글이 아니었다.

베이비붐 시대의 끝자락에 태어난 동년배 작가의 이야기들을 통해 그땐 그랬지.’와 같은 편안함과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느꼈다.

 

이미 다 커 버린 아이들과는 할 말이 별로 없고, 아내는 늘 바쁘다. 집에서는 주도권을 잃었다. 연세 많으신 부모님과의 대화도 한두 마디뿐이다. 서먹하다. 편한 옷차림으로 동네를 다니기도 어색하고, 낮에 그렇게 어슬렁거리는 것도 편치 않아 잘 움직이지 않는다. 재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이 부러운 것은 단순히 월급 때문만이 아니다. -<68년생 박성주> 중에서

 

책의 첫 번째 꼭지에서, 퇴사하고 난 50대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놓았다. 명함에 들어 있던 직책을 내려놓으니 자신의 가치를 상실한 듯 느끼는 허망함. 그러나 작가는 그냥 그대로 무릎 꿇지는 않는다.

 

나이는 중년이지만 청춘의 패기로 일어서자. 아직은 그래도 된다. -<68년생 박성주> 중에서

 

콩나물시루 같았던 교실과 연합고사와 학력고사의 입시전쟁을 치르고 들어간 대학에서 처음 맛본 최루탄의 맵고 오바이트 나는 아픈 기억들.

대학을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입사했다는 작가의 이야기와 교사로 보낸 나의 생활도 그리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50이 넘었다는.

주머니는 비었지만, 마음은 넉넉한 내 형편 또한 은퇴하고 여행작가를 꿈꾸는 작가와 닮은 꼴이 아닐까.

 

인생도 마치 편지 쓰기와 같아서 자고 일어나면 후회되기도 하고, 실수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쳐쓰기를 하듯 다시 시작하면 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고 선생님도 그랬다. 내가 부모가 되고 선생이 되어 보니 알겠다. 그들이 용기를 내어 다시 시작했듯이 나도, 우리도 다시 쓰면 된다. -<어서 와, 중년은 처음이지> 중에서

 

50이 넘도록 열심히 살았는데 뭐 하나 제대로 내놓을 만한 것이 없는 인생이라 주눅 들기 쉬운 우리에게 작가가 보내는 응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남들 시선에 불안하기 하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님을 알아차려야 한다. 불안은 바위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안개와 같은 것이다. 그 불안에 얽매이지 않고 용기를 내 일상을 흔들림 없이 살아갈 때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던 불안이 안개처럼 엷어질 것이다.

어느 여행자가 말했다.

여행은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라고. -<여기서 행복할 것> 중에서

 

태어나서 20년 가까이는 좋은 대학과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퍼붓는다. 새로 시작하는 50년을 위해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내 인생을 내 맘대로 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고, 그냥 생각만 하고 있던 어떤 걸 경험할 수도 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

 

인생의 다음 마디가 언제 생기게 될지 기대된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여유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나이가 되더라도 충분히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터무니없다고 생각되는 것부터 도전해 보자. 어리바리했던 초등학생 아이는 간데없고, 군데군데 흰머리에 주름 가득한 중년이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별다를 건 없다.

그 시절 한 아이가 있었던 것처럼 지금 한 중년이 이렇게 있다. -<한 아이 그리고 한 중년> 중에서

 

여행을 통해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삶의 의미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작가의 모습이 여러 곳에 드러난다. 일상에서 벗어나 즐기러 가는 여행에서 배우는 삶의 의미들. 여행과 인생의 묘한 조합들이 글의 재미를 높여주고 작가의 메시지에 공감하게 한다.

 

KTX에서 역방향으로 앉은 적이 있다. 창밖 풍경이 멀어지는 걸 오래도록 바라보는 게 좋았다. 다가올 시간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것도 좋다. 앞으로 남은 여름휴가를 위해(아직 많이 남아 있겠지만) 지난날을 돌아보고 또 새롭게 용기를 내어 남은 인생을 달려 보자.

인생 여정은 미리 짜인 패키지가 아니다. 얼마나 남았든 우리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스스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모두 자유여행을 하는 중이다. -<여름휴가에 대한 단상> 중에서

 

누구나 알듯이 이제 50은 이전의 50이 아니고, 오늘의 중년은 과거의 중년이 아니다. 퇴직이나 은퇴가 노후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이고 도전이다. 강요당하고 내몰려서 어쩔 수 없이 하는 도전이 되지 않기를,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스스로 선택하는 도전이 되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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