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 아주 작은 영양소가 촉발한 미스터리하고 아슬아슬한 500년
스티븐 M. 사가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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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9 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스티븐 M. 사가 지음/한빛비즈)

아주 작은 영양소가 촉발한 미스터리하고 아슬아슬한 500

광고의 주인공을 차지하는 3B가 있다. Beauty, Baby, Beast.

중년의 아저씨를 노리는 광고는 따로 있으니 바로 영양제 광고다. 만성피로, 스트레스, 갱년기성 장애 등 다가오는 노년에 저항하는 젊은 중년의 꿈을 이루어주는 영양제.

영양제 광고의 주인공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시작이 바로 비타민C였다.

비타민C 한 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건강을 챙기는 기초가 되었다. 우리 몸속의 항산화 작용을 하고 면역체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비타민C의 정확한 효능은 몰라도 그저 몸에 좋은 약 또는 보조제 정도로 알고 있었다.

 

비타민C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영양소이다. 그런데 인간은 비타민C를 체내에서 만들어내는 능력을 상실했고, 음식 섭취를 통해 비타민C를 얻어왔다. 책을 읽으며 건강보조제 정도로만 생각하던 비타민C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영양소였다는 사실을 읽고 놀라움을 느꼈다.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과학 시간에 괴혈병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배운 기억이 떠올랐다. 그 괴혈병으로 가장 고생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있어야만 하는 선원이나 해군들이었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은 수개월 동안 신선한 과일과 채소 없이 지내야 했고 결국 비타민C 결핍으로 괴혈병에 걸린 환자가 흔해졌다. 그들 대부분은 팔다리와 잇몸이 부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이 괴혈병의 치료법을 발견한 사람은 바로 탐험가로 유명한 바스쿠 다가마였다. 괴혈병에 걸린 그의 선원들이 아프리카 해안에서 오렌지를 열심히 먹고 건강을 회복했다. 이러한 지식을 얻었음에도 본격적인 항해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사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본질적으로 당대 의사와 관료는 비타민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질병을 설명하는데 진부한 통념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괴혈병이 영양결핍에서 비롯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는 데는 무려 400년이 소요되었다. -<들어가며> 중에서

 

부족한 병참으로 인해 해적과 다름없던 영국 해군의 비참한 현실로 인해 괴혈병으로 희생된 인명만 300년에 걸쳐 100만 명이 넘는다.

1746년 군의관으로 해군에서 활동한 제임스 린드는 괴혈병으로 고통받는 선원 12명을 선별해서 실험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괴혈병을 주제로 첫 논문을 쓰고 발표했다. 그의 논문은 질병에 과학적으로 접근한 첫 시도로서 널리 인정받는다.

길버트 블레인은 해군에서 괴혈병을 정복한 공로를 인정받는 인물이다. 블레인은 괴혈병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전염병학이라는 과학 분야를 창시했다. 블레인은 18세기 의료 환경을 고려해 질병 치료법이 아닌 예방법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스코르브산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도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비타민C의 화학명이라 한다. 괴혈병scurvy을 방지anti한다는 의미다.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의 어원은 a(없다)+scorbutus(괴혈병)+ic(형용사형)+acid()이다.

 

비타민C를 정제한 공로를 인정받는 인물은 생화학자 얼베르트 센트죄르지였다. 우연히 그의 아내가 손님에게 대접한 파프리카. 그는 따분한 손님을 피해 파프리카를 들고 연구실로 들어가 비타민C의 분자구조를 규명할 수 있도록 헥수론산을 결정화했다. 센트죄르지는 비타민C를 발견한 공로로 193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파프리카가 비타민C의 보고였다는 우연까지 합쳐지면서 과학 연구에 운이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우리는 쉽게 인물의 배경과 업적에 휘둘리는 경험을 한다. 노벨상 수상자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가진-그것도 두 개나- 과학자의 주장이라면 그의 주장에 비판적 시각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라이너스 폴링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괴혈병 예방에 필요한 몇 밀리그램이 아니라 몇 그램의 비타민C를 매일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타민C 메가도스(비타민C를 권장 섭취량보다 과용량으로 복용하는 요법)를 지지하는 분위기를 통해 비타민은 거대 산업이 되었다.

 

폴링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았으나 그의 비타민C 메가도스 주장은 결실을 보았다. 비타민C의 성공으로 비타민과 영양제 산업이 폭발적으로 확장했다. 이 산업이 정부의 규제를 피해 매출 약 52조 원 규모로 성장한 사례는 과학과 정치의 관련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과학이 얼마나 빈번하고 폭넓게 무시되는지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되었던 1700년대의 현실과 비교하면 현재의 과학의 수준과 그 과학을 바탕으로 한 현재의 우리 생활 수준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비타민C라는 영양소의 연구 과정을 통해, 과학의 역할과 함께 그 과정에서 보였던 실패와 한계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학의 영역은 가치중립적이라고 배웠는데 그 영역에도 사람이 손을 대는 순간 가치가 개입되는 현실들을 보았다. 이는 현재와 같은 과학의 연구 절차나 윤리가 제정되기 전의 이전 시대에서만 일어나는 한계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과학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온 힘을 기울이는 과학자의 열정과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성원을 보낸다. 그러나 맹목적인 성원, 무비판적 맹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과정 그리고 방향에 관한 우리의 관심과 비판이 필요하다.

과학은 진보와 퇴보를 반복하는 과정이고, 과학이 밝혀낸 진리는 언제나 잠정적 진리이기 때문이다.

 

비타민C500년 역사에는 용기와 냉정, 뛰어난 통찰과 어리석음, 그리고 뜻밖의 행운이 담긴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생생한 등장인물로 가득하다. 이 역사에는 떠돌이 선원, 북극 탐험가, 돈 한 푼에 벌벌 떠는 관료, 말라리아모기가 득실대는 정글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과학자, 분자생물학의 최신 도구를 활용하는 연구자 등 각양각색 개성을 지닌 이색적인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수백 년 전 선조들이 저지른 실수를 똑같이 반복한 사례이다. -<머리말 / 과학은 가끔 퇴보도 한다>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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