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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요리사 - 다섯 대통령을 모신 20년 4개월의 기록
천상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평점 :
2023-112 《대통령의 요리사(천상현 지음/쌤앤파커스)》
다섯 대통령을 모신 20년 4개월의 기록
푸른 기와집, 영어로 The Blue House, 청와대. 단순한 건물의 이름이 아닌 우리나라 최고 권력기관이자 대통령의 공간.
그곳의 주인인 다섯 대통령의 음식을 책임진 천상현 청와대 총괄조리팀장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를 통해 청와대 담장 너머로 알려지지 않았던 대통령들의 입맛과 그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유도선수 버금가는 대식가였던 김대중 대통령의 별미 ‘불도장’, 수더분한 입맛의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사랑했던 보양식 ‘토속촌 삼계탕’,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한 추억과 사연이 담긴 소울푸드 ‘돌솥간장비빔밥’, 나물 반찬을 넘기게 내놔도 20g 정량만을 드신 ‘인간 저울’ 박근혜 대통령, 바쁜 점심은 늘 한 그릇 요리로 해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효자동메밀국수’…. 그 밖에 송이 향이 가득했던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만찬, 현대판 기미상궁으로 불리는 청와대 검식관과 해외 순방길에서 밥상을 차린 잊지 못할 후일담까지. 또 하나의 드라마로 남을 북악산 담장 너머 푸른 기와 이야기, 그리고 영광스러운 그날의 역사적 순간들. -천상현
87년 6월 항쟁 이후 개헌으로 우리나라 대통령 임기는 5년 단임제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까지 8명이 그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현 대통령의 결정으로 개방된 청와대는 이제는 관광지처럼 변했지만, 이전까지는 절대 권력의 정점에 해당하는 매우 지엄하고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다. 뉴스에나 잠깐씩 비춰지는 그곳의 일상은 항상 비밀스러웠고, 근무자의 입을 통해 나오는 정보도 거의 차단되었다.
8명의 대통령 중 다섯 명의 식사를 20년 넘게 책임진 저자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린다.
토목공학 전공자였던 저자는 대학 졸업 이후 다른 일을 해볼 요량으로 이 일 저 일 찾아 헤맸다. 친구의 권유로 보험 영업을 해보았지만, 자기 적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만 확인했다. 우연한 기회로 신라호텔 중식당에 취직하게 된다. 중식 요리를 해본 적도 없고, 자격증도 하나 없는데 요리사의 길에 들어선 저자, 이 우연이 그의 천직이 되었다.
불판, 칼판, 면판, 전표로 분업화가 되어있는 중식 요리를 각 파트별로 거치며 제대로 요리를 배울 기회를 잡았다.
중식 웍을 쓰는 사람을 추천해달라는 주문이 저자에게 기회를 주었고 1998년 4월 8일 자로 청와대 요리사로 발령받는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기였다.
청와대 요리사는 평균 대통령 한 분의 임기인 5년 동안 무려 5천 끼 이상을 요리해야 한다. 매끼 조금이라도 새로운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대통령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밥상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삼시세끼는 요리사만의 일은 아니다. 검식관과 비서관 그리고 주방 팀을 관리하는 지배인 역할의 운영관과 그 밖의 관저 전기시설 정리원 등 여러 분야의 인원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팀을 이루기에 가능하다.
조선시대 기미상궁의 역할과 비슷한 것이 검식관이다. 대통령이 먹을 식재료를 사전 검사하는 것에서부터 완성된 음식을 시식하는 일까지 담당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소울푸드 중 하나는 단연 ‘흑산도 홍어’다. 그것도 삭힌 홍어가 아닌 활홍어만 찾아 드셨다. 큰아드님이 한 달에 한두 번 직접 공수해준 덕분에 흑산도산 홍어로 요리를 할 수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연세에 비해 놀라운 대식가였고, 중식코스를 선호했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중식요리는 단연 ‘불도장’이었다. 입맛이 없거나 기력이 떨어지는 때면 어김없이 불도장을 청하셨다.
퇴근길에 불쑥 관저 주방에 들어와서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하던 노무현 대통령.
비 오는 주말에는 충청도 ‘막걸리’와 ‘해물파전’을 청하던 대통령은 홀에서 서빙하던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했다.
일요일 아침은 주방 식구들도 집에서 식사하고 천천히 나오게 하라고 일요일 아침은 직접 라면을 끓여 드신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뿐만 아니라 휴가로 찾은 지역이나 외부 식당에서도 국민과 소탈한 인사를 나누었다.
배고픈 어린 시절을 경험한 탓인지 쌀밥에 대한 애착이 유독 강했던 이명박 대통령.
그래서인지 청와대에서 생활할 때도 평범한 한식 메뉴를 선호했다.
늘 혼자 식사하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금 남다른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했다는 저자.
육류보다 채식을 선호해서 나물과 샐러드를 좋아했다. 매일 다양한 나물을 내어드려도 딱 20g씩만 먹는 ‘인간 저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식성은 여러모로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했다. 다양한 종류의 국밥과 한국식 매운탕을 선호했는데 특히 사골우거지국밥은 문재인 대통령의 소울푸드라 할 만했다.
저자가 청와대에 근무하는 동안 총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시절. 남북정상회담에 따르는 정상만찬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정치의 연장이다. 또 소통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대통령마다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그 대통령이 즐겼던 음식의 레시피가 소개된다.
김대중 대통령의 부용게살수프, 노무현 대통령의 주말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돌솥간장비빔밥과 논현동닭강정, 박근혜 대통령의 어향가지덮밥, 문재인 대통령의 효자동메밀국수
김대중 대통령 “여러분들 덕분에 매일 맛있는 밥을 먹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배부르게 잘 먹었으니 오늘은 이만하면 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나한테는 이 음식이 입맛 없을 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이 귀한 걸 어디서 구하셨어요? 참 고맙게 잘 먹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일이 바쁜 점심에는 밥상을 소박하게 차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대통령의 권력도 5년 기한의 비정규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고생하다 보면 체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에 기력이 쇠하나 보다.
대통령이 즐기던 음식이 아닌 죽을 청하거나 평소보다 식사량이 많이 줄어들면 요리사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대통령 대부분이 임기 초기에는 왕성하게 드시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진 증거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산해진미를 드실 수 있는 분들이지만 다섯 분의 소울푸드는 모두 소박하기 그지없는 음식들이었다.
대통령들의 주문은 대개 당신들의 추억 속 음식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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