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도 떠나지 않습니다 - 코드블루 현장에 20대 청춘을 바친 중환자실 간호사의 진실한 고백
이라윤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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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9 저는 오늘도 떠나지 않습니다(이라윤 지음/한빛비즈)

코드블루 현장에 20대 청춘을 바친 중환자실 간호사의 진실한 고백

국가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험한 현장을 지키며 노고를 아끼지 않는 우리 사회의 지킴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군인과 소방관 그리고 간호사.

우리나라에서 현장을 떠난 자격증이 가장 많은 것이 간호사 자격증이라 한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과 현장에서의 실무를 모두 접고 현장을 떠날 때는 그 노력과 경험과 보람을 뛰어넘는 고통과 고난이 있었으리라. 우리가 미루어 짐작만 하던 간호사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간호사 중에서도 중환자실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다.

이 책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생사의 전쟁터로 출근한 간호사, 2,936일간의 단단하고 아린 기록이다.

 

첫 장부터 코드블루가 뜨고 외과계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심정지 상황의 모습이 그려진다. 독자야 문자를 통해 상황을 그려보지만, 현장의 의료진에게는 하나의 생명이 꺼져버리는 아슬아슬하고 심각한 순간이다. 하나의 실수도 한순간의 방심도 허락되지 않는 엄중한 공간이다.

중환자들이 모여 있는 중환자실은 갑자기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이다. 중환자실의 의료진에겐 24시간 중 어느 시간대든 상관없이 일어나고, 어떤 일이든 생명을 지켜야 하는 곳, 그곳이 바로 저자의 공간이다.

 

코드블루는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 출동을 명령하는 응급 코드다. 코드레드는 화재, 코드화이트는 전산 마비, 코드핑크는 유괴 상황을 의미한다.

 

늘 뛰어다녀도 시간이 모자라는 곳, 화장실을 하루에 한 번 갈 수 있을까 말까 하는 곳, 순간순간마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당하는 곳. 그럼에도 매일 죽음을 보아야만 하는 곳. 그곳에서의 저자의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취업이 잘 되기 때문에 간호학과를 선호하고, 월급 받아 가면서 일하는데 간호사에게 사명감이나 봉사심을 갖다 붙이는 것이 거북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환자 앞에서 긴장을 놓지 않고, 화장실도 참아가며 일하는 것은 바로 그 사명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같은 3교대여도 간호사와 다른 직종의 근무는 좀 다르다. 다른 직종은 나름의 루틴을 갖고 교대하지만, 간호사의 3교대에는 루틴이 없다. 예상할 수 없기에 매번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어디까지인가 한계치를 시험하게 된다.

부작용은 남들과 다른 시차를 살아가는 동안 몸속 호르몬 주기가 깨진다는 것이다. 저자도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갑상선 수치가 정상 범위에서 벗어났다. 일하기 전보다 몸무게도 15kg이나 늘고, 다이어트를 해서 줄이면 다시 늘어나기를 반복했다.

 

20대와 30대에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가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책임을 다해나가느라 온 힘을 다 쏟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고 보면 그때가 참 어렸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죽음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다시 보게 된다는 저자는 인생에서 돈 주고도 배우지 못할 값진 경험을 했다고도 이야기한다. 그 값진 경험을 글로 정리해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중환자실에서 하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활동을 알게 되었고, 그 직을 지켜내기 위해 희생하고 있는 것들을 확인했으며, 그 희생이 결코 허투루 사라지지 않고 개인에게는 성장으로 환자에게는 새로운 생명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살펴보았다.

 

간호사가 되던 날부터 나의 눈물샘은 폭발했다. 우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었다. 혼나서 속상했고, 생각만큼 잘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속상했다. 매일 나의 무지함을 마주했다. 매일 스스로 못남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나는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져야만 했다. 무거운 책임감에 비해 나의 능력은 초라했다. 중략지금 그 어려웠던 밤을 기억한다. 그 밤들을 이겨낸 나를 기억한다. 그때의 내가 안타까우면서도 도망가지 않고 나만의 답과 길을 찾기 위해 울었던 밤을 기억한다. -<나의 눈물을 기억한다> 중에서

저자는 간호사가 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간호사가 되지 않았다면 더 후회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의료 현장, 병원을 다루는 TV 드라마나 미니시리즈 인물이 보여주는 것 이면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가 나의 읽어 내려가는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환자의 고통과 환자를 지키기 위해 고생하는 저자의 고통과 번아웃에서는 내 마음도 함께 쓰러지는 기분이었다.

한없이 울었고, 좌절했고, 작아졌지만 환자를 살리기 위해, 지키기 위해 다시 일어섰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흔히 하는 얘기로 진상 보호자를 만나게 됐을 때의 경험은 진상 학부모를 만났을 때의 경험과 비슷하다.

가끔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까지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인성을 운운하면서 왜 자신의 인성은 되돌아보지 않는 것인지. 어쩌다가 우리는 이런 대접을 받아도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이 된 건지 싶다. 자랑스럽다가도 가끔은 이 일이 참 힘이 빠진다. -<가끔은> 중에서

 

평소 간호사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국민이 많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그 박수는 더욱 뜨거워졌다. KF94 마스크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방호복까지 착용하고 활동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를 대신해 전쟁을 치르며 피 흘리는 용사들의 모습이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일상을 회복하면서 우리는 그때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있나 보다. ‘우리 사회는 우리의 영웅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용기를 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한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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