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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평점 :

2023-110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강지나 지음/돌베개)》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아이들이 좋아서 교직에 들어선 많은 선생님이 있다. 그중에는 나도 있고, 이 책의 저자도 있다. 나는 계속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저자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 선택의 원인은 바로 가정형편이 어려워 힘들어하는 아이들이었다.
부모의 경제력이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여러 가지로 보고된 바가 있다. 입시 경쟁과 시험 성적이 강조될수록 그 부분은 커지게 된다.
가난을 겪는 학생들의 삶에서 공부나 성장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어른들이나 학생들이나 자신의 생존과 안전의 욕구를 위해서 공동체의 질서나 문화는 쉽게 무시되었고 공동체성이 사라진 곳에서는 ‘정의’나 ‘교육’의 논리보다는 ‘힘’의 논리가 횡행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처한 다양한 가족 상황 속에서 좌충우돌을 겪고 있었고, 가난은 삶의 곤란함을 넘어서 때로는 무기가 되고 도구로도 이용되고 있었다. -<들어가며> 중에서
저자는 고등학교 영어 교사의 길을 떠나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빈곤 대물림에 대한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 청소년과 가족들을 만났다. 2016년 논문을 끝낸 후, 이들이 어른이 된 이후의 삶까지 계속 따라가는 책을 쓰기고 했고, 그때의 여섯 명 청소년과 ‘특성화고 현장실습과 진로’라는 연구하며 만난 두 명, 그렇게 여덟 명의 청(소)년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열일곱 살의 작고 마른 단발머리 소녀 소희. 매우 냉소적이고 세상일에 달관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 가출을 종종하던 시절이었다. 자신의 삶과 현 상황에 대해 매우 우울해했고 암울한 상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저는 자살…. 살고 싶어하지 않은 애예요. 세상이 정말 무섭고…. 사람이 무서워요. 저를 알게 되면 다 떠날 것 같은, 그런 게 좀 심해요. 그래서 막 죽는 상상을 해요. -<우울을 견디는 삶, 소희> 중에서
오늘의 빈곤은 부모로부터 온 것이지 아이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빈곤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내일을 꿈꾸라는 소리는 너무나 허망하다. 특히 패자부활전이 없는 나라에서 세습된 빈곤에 노출된 아이들은 그 하루하루를 지내기에도 허덕이기 일쑤다.
중학교 중퇴 후 가출과 동거, 비행을 거듭하다가 소희는 내팽개쳐두었던 삶을 스스로 추스르기 시작했다. 모두 어릴 때부터 혼자서 자기 일을 알아서 하던 자생력 덕분이었다. 열일곱 살에 우연한 계기로 마음을 먹고 중학교 검정고시를 봐서 통과했다. 친구들이 도와주고 문제집을 몇 번 푼 게 다였지만 거뜬히 통과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내가 세 번째 인터뷰를 했을 때에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고등학교 검정고시와 대입 시험을 치렀다. 그만큼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우울을 견디는 삶, 소희> 중에서
자본주의의 고도화는 이익의 자본집중을 가져오고, 계층의 유연성이 떨어지게 된다. 계층의 고착화가 심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상대적 빈곤은 매우 높은 단계에 도달했고, 빈곤은 세습되고 있다.
각자도생의 사회, 사회적 연대의 해체 등으로 빈곤층의 삶은 점점 극단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그 최고의 피해자는 바로 빈곤 청소년들이다.

이른바 자기 앞가림을 해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대견함’을 느끼고 지나치기엔 우리 사회의 지원과 준비가 너무나 누추하다. 복지국가를 지원하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란 구호는 이 책의 주인공들에겐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이야기다.
가난하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재화가 없음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고 사회적 존재가 일상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래서 빈곤층이 전략적 사고나 내면의 강인한 힘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현의 ‘도움 요청’과 ‘성찰하는 힘’은 가난한 상황 속에서도 예너지를 생존에만 다 쏟아붓지 않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사회적 존재 가치를 보듬고, 어떻게 자아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는지 하나의 훌륭한 전략을 보여준다. -<슈퍼 긍정의 에너지, 지현> 중에서
가난한 가족일수록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들이 취약하기 때문에 ‘비정상가족’일 가능성이 높고 가난한 가족의 청소년들은 상당수가 바로 여기에 속한 약자들이다. 정상가족의 배타성이 높은 사회일수록 가난한 가족의 청소년들은 소외감과 열패감을 경험한다.
또한 우리는 가난한 가정의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해 너무 쉽게 낙인을 찍는다.
불우한 가정에서 성장한 청소년이 가난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의미할까? 모든 어려움을 딛고 대학에 합격하는 것? 좋은 일자리라고 불리는 정규직에 취직하는 것? 정규직은 아니라도 시간과 임금 면에서 여유를 얻는 것? 열심히 빚을 갚고 안정된 삶을 사는 것? 이상의 모든 것을 이루면 그 후로는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일까?
여전히 살림은 가난했고 아픈 어머니의 간병에 돈을 치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은 가난한 청년이 되었다. 아무런 기반도 없이 취직하자마자 바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수정은 가난을 벗어날 디딤돌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빈곤의 늪, 수정> 중에서

저자가 만난 탈학교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삶의 궤도를 걷는 친구들에 비해 인간관계가 좁고 특정 부류에 국한되어 있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상황은 사회적 자본의 형성을 제한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기회 자체를 차단한다. 실제로 가난한 가정의 청소년 혹은 탈학교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고 사회로 나아갈 때 이들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지지체계는 매우 빈약했다.
우리는 쉽게 청소년과 희망을 연관 짓는다. 청소년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기 때문에 그렇고, 청소년기는 자신의 성인기를 준비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빈곤 청소년들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에게 일상은 희망이 아닌 ‘피로’이며, 그들의 내일은 절망일 뿐이다. 절망 속에서 희망의 씨앗을 틔우는 일은 어른의 몫이고, 사회의 몫이다.
건강한 사회란 ‘개인의 안락’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한다.
처음 만날 때는 열예닐곱 살의 청소년이었던 이들이 지금은 서른 즈음의 청년이 되었다.-강지나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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