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평점 :

2023-115 《타국에서의 일 년(이창래 지음/RHK)》
노벨 문학상 수상의 잠재력을 지녔다고 주목받는 저자를 이전까지는 몰랐다. 소설가들의 소설가라는 김연수 작가의 추천이 나의 눈길을 끌면서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파도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문장이 독자를 더 먼 곳까지 가게 한다. 이창래는 이창래를 다시 썼다. 읽으며 많이 놀랐다. -김연수(소설가)
이 작품의 주인공 틸러는 뉴저지 출신의 20세 대학생으로 1/8, 12.5%가 한국계다. 그러나 작가는 미국의 주류가 아니란 점을 강조하지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읽어달라고 손짓하지도 않는다. 그저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장치인 것 같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차이 혹은 그 너머의 차별을 느끼도록 서술한다.
소설은 두 개의 큰 줄기를 이룬다.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 퐁과의 만남과 아시아 중국 선전에서 겪는 인생 최대의 위기 그리고 밸과 빅터 주니어를 만나 새로운 가족을 이루며 사는 시간

“틸러와 퐁은 열정적으로, 때로는 무모하게 세계에 뛰어들어 삶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찾습니다. 이들은 매 순간 새로운 영역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마치 탐험가처럼요.” -이창래
그 시간은 주인공의 결핍을 메우며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다. 그 시간의 곳곳에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혐오가 도사리고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의 허약함에 두려워하고 동시에 지켜내야 함을 알면서 지켜낼 힘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불신을 조금씩 지워가며 주인공은 성장한다.
주인공의 가장 강한 캐릭터는 바로 결핍이다. 어린 시절 떠나버린 엄마
그 고통을 아들이 느끼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버지 클라크. 유명한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월급쟁이로 일하던 아버지.
한 번도 책임지지 않았던 주인공의 배경에는 부모의 자리를 홀로 지내며 아내의 빈 자리를 아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가 존재한다. 그러던 틸러가 인생의 대변혁을 거친 후 쫓기는 모녀를 책임지는 자리에 서게 된다.

작고 값비싼 대학교에서 2학년을 지내다가 고향 ‘던바’로 돌아온 주인공. 대학생 틸러가 공식적인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가지 전에 던바에서 몇 주쯤 시간을 보내게 됐다.
식당에서 접시닦이로 아르바이트하던 틸러는 캐디 일을 하는 지인의 부탁으로 임시로 캐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 퐁을 만난다.
글로벌 거대 제약 회사 베이더가스의 실험실 화학자였던 또 다른 주인공인 퐁은 틸러에겐 또 하나의 아버지만큼 영향을 주는 인물이다.
아내 미노리와 두 딸이 있는 퐁은 ‘WTF Yo!’를 비롯해 던바에 가게를 여러 개 운영하며 지역의 투자자들에겐 보스의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퐁과 그의 투자자들이 건곤일척의 사업 기회를 잡았다.
특별한 건강 음료인 자무. 인도네시아에서 여드름, 요통, 변비, 불면증, 열과 오한, 류머티즘, 당뇨, 심지어 장기와 혈액에 생기는 암도 치료할 수 있다는 개인별 조제가 가능한 신비의 음료. 그 음료를 대량 생산해서 세계화를 시킨다는 사업 계획.
그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 바로 드럼 카파고다. 그가 있는 선전으로 퐁과 그의 핵심이 틸러와 함께 방문하게 된다. 그곳까지의 여정과 그곳에서 만나는 인물은 스포가 돼서 밝힐 수 없음이 안타깝다.
그것에서 틸러는 인생의 위기이자 의미를 경험하게 된다.

틸러는 밸과 빅터 주니어를 홍콩 국제공항의 푸드코트에서 처음 만났다.
서른 몇 살쯤 된 아줌마와 그녀의 여덟 살짜리 아들 그리고 대학생 나이 주인공의 만남.
전 남편의 범죄와 관련해 미국의 증인보호 프로그램 아래 있는 모자. 그들은 남의 시선을 끌지 않아야만 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틸러는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 연상의 여인과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고 있다.
주인공이 ‘스태그노(액체가 고여 흐르지 않는 상태)’라고 부르는 지역에 머무르고 있다.
너무나 평범해서 특이한 사람은 절대 살지 않으려 하는 곳, 인구도 꽤 많아서 눈에 띄지 않고 살 수 있는 곳.
그곳에서 빅터의 놀라운 요리 재능이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면서 불안한 일상을 보내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결코 알지 못했던 어렵고 극단적인 시련을 마주하면 어떨까요.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이창래
‘스무 살 대학생이 평범해 보이는 가정이나 학교를 떠나 자아를 찾고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다.’라는 이 간단한 한 줄을 이렇게나 두꺼운 책으로 이야기하는 작가의 능력에 경탄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작가는 단지 그 박수에 만족하지는 않을 듯하다. 퐁의 사업에 주인공 틸러와 함께 뛰어들어 처음 방문하는 도시와 새로운 인물들을 경험하고, 새롭고 더 큰 도전 끝에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들과 함께하기를 바라지는 않을까?
‘스무 살짜리의 성장소설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의 인생도 성장하기를 바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타국에서의일년 #이창래 #RHK #소설스타그램 #소설추천 #책스타그램 #북리뷰 #RHK북클럽 #책읽는샘 #함께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