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인생의 맛 -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
벤저민 호프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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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9-030 <곰돌이 푸, 인생의 맛(벤저민 호프 지음/더퀘스트)>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

곰돌이 푸가 전해주는 도가철학의 지혜

 

우리가 알고 있는 곰돌이 푸는 귀엽기만하고 꿀단지만 좋아하는 녀석이다.

아이들의 동화책에서 보았던 푸의 질문과 대답들은 모두 장난이거나 웃음거리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마주하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역시 우리의 곰돌이 푸는 예사 곰돌이가 아니었다.

노장철학으로 해석해보니 곰돌이 푸는 거의 신선의 수준이었다.

무위자연(無爲自然).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노력하는 것을 바른 것으로 여기며 성장했다.

사회에 진출해서도 역시 마찬가지.

성실하고 노력하는 자세는 모든 사람들의 칭찬거리였고,

그 칭찬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열심이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행복한가?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잘 파악하고 있는가?

가장 본질적인 질문에는 에둘러 피해가기 바쁘다.

잠시 바쁘다는 일들 미루고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이 책은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도가철학은 삶의 여러 상황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남들 눈에는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긍정적인 것들로 변화시킨다. 도가철학에 따르면 신맛과 씁쓸한 맛은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부질없이 간섭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삶은 본래 달콤하다. 삶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한다면 말이다.

 

다듬지 않은 통나무라는 개념의 핵심은 사물이 본래의 단순한 상태에 머무를 때 그 사물이 본래 지닌 자연스러운 힘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그 단순성이 변하면 사물의 자연스러운 힘도 쉽게 손상되거나 손실된다.

()’은 도가철학의 기본 원리로서 본연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지닌 사물은 물론이고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아니, 곰에게도 적용된다. 곰돌이 푸야말로 다듬지 않은 통나무의 전형이다.

의 상태에서 우리는 단순하고 고요한 것, 자연스럽고 평범한 것을 즐길 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일들을 충동적으로 하고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푸는 머리가 좋지는 않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 푸는 엉뚱한 행동을 하는데 결과는 항상 좋지.”

 

학자들의 학문적 지식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우리의 경험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과 경험은 항상 같은 언어로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험 속에서 얻는 지식이 그렇지 않은 지식보다 더 귀중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보기에 대부분의 학자들은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더 쌓을 필요가 있다. 잔디밭을 거닐고, 동물에게 말을 걸어봐야 한다.

 

<커틀스턴 파이>라는 노래의 첫 번째 연을 읽어보자. “파리는 새가 될 수 없지만, 새는 날 수가 있어.” 지극히ㅣ 단순하다. 당연한 소리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날마다 이 단순한 법칙을 어기고 네모난 못을 둥근 구멍에 끼워 맞추려 하는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놀랍다. 그들은 만물은 그저 자기의 본성을 따른다라는 명백한 현실을 무시하며 살아간다.

 

일병장수 무병단명 一病長壽 無病短命. 자기에게 어떤 병이 잇는지 알고 자기를 돌보는 사람이 자기가 아주 건강하다고 믿고 약한 부분을 무시하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뜻이다. 적어도 이런 의미에서는 어떤 약점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그 약점을 인식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우리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그 한계와 사이좋게 지내게 된다. 그 한계는 더 이상 우리를 방해하고 괴롭히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우리의 한계를 무시할 때, 한계는 우리를 방해하고 괴롭힌다. 대개의 경우 한계를 인정하면 그것이 오히려 강점이 되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의 본성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그 특성을 발견한 이상, 그 특성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특성을 아예 없애고 싶은가? 그 특성을 다른 것으로 변화시키고 싶은가? 그 특성을 우리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하고 싶은가? 바로 위의 두 가지는 본성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아주 실용적인 접근법이다. 이렇게 접근할 때 우리는 그 변화된 특성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의 목록에 추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알려진 것들을 제거하려고 애쓰는 대신에 그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우리 안에는 없애야 할 것들과 변화시켜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들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지나치게 무자비하거나, 지나치게 전투적으로 달려들 필요는 없다. 쓸모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이런 단점들의 대부분은 스스로 변화할 것이며, 어떤 단점들은 우리가 길을 가면서 누그러뜨릴 수 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자신의 내적 본성을 인식하고 신뢰하며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미운 오리 새끼 안에 백조가 있다면, 통통 튀는 티거 안에는 길눈이 밝아 친구들을 구해주는 능력이 있다.

 

숲의 가장자리에 이를 무렵에 시냇물은 다 자라서 거의 강이 되었어. 이제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처럼 뛰어다니지도, 팔짝팔짝 뛰지도, 콸콸거리지도 않고 훨씬 느릿느릿 움직였단다. 이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거든. 시냇물은 서두를 필요 없어. 언젠가는 그곳에 닿을 테니까하고 중얼거렸지. -도가철학을 실천하는 데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개념인 무위無爲’.

 

무위를 실천하는 것은 둥근 구멍에는 둥근 못을 집어넣고 네모난 구멍에는 네모난 못을 집어넣는 것이다.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힘들게 노력할 필요도 없다. 이기적인 욕망은 둥근 못을 네모난 구멍에 넣고 네모난 못을 둥근 구멍에 억지로 넣으려고 낑낑댄다. 똑똑한 머리는 애초에 맞지 않는 구멍에 못을 집어넣는 기막힌 방법을 생각해내려고 애쓴다. 지식은 둥근 못이 둥근 구멍에 맞고 네모난 구멍에는 맞지 않는 이유를 알아내려고 애쓴다. 무위는 애쓰지 않는다. 무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위는 그저 일을 한다. 그리고 무위가 일을 할 때는(어떤 일이든 간에) 뭔가를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일은 잘 된다.

무위를 실천하는 사람은 상황에 순응하고 자기 직관에 귀 기울인다. ‘이 일을 하기에 좋은 때가 아니로군. 저 길로 가는 게 낫겠어하는 식으로 말이다.

 

바쁨 고돔(크리스토퍼 로빈이 곧 옴을 잘못 쓴 것)‘궁극의 보상이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니까 우리는 그 보상을 손에 넣기 위해 평생 미치광이처럼 일해야 한다고 최선을 다해 우리를 설득한다. 그 궁극의 보상은 항상 우리가 지금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시간 절약에 대한 인류의 집착이 문제인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시간 절약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우리는 시간을 쓸 수 있을 뿐이다. 다만 그 시간을 현명하게 쓸 수도 있고 어리석게 쓸 수도 있다. 바쁨 고돔에게는 시간이 하나도 없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너무 열심히 시간을 써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쁨 고돔은 11초를 아끼려고 애쓰다가 결국 자기 시간 전부를 헛되이 써버린다.

우리가 시간을 들여 우리 주변의 것들을 즐기고 살아있음을 고마워할 때, 우리에게는 더 이상 바쁨 고돔이 될 시간이 없다.

 

우리가 삶의 주도권을 쥐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지니는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믿음을 가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오직 우리 안에 있는 힘을 믿고 그 힘을 활용하자. 우리가 남을 모방하거나 남과 경쟁하지 않고 우리 안의 힘을 활용할 때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한다.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당신 자신과 당신이 지금 가진 것을 진정으로 고마워하는 데서 시작하라. 당신은 진정으로 불행해지고 싶은가? 불만을 품는 데서 시작하라. 노자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두 팔을 벌려야 껴안을 수 있을 만큼 굵은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자라났고,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지혜와 행복과 용기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어 고리 모양으로 계속 순환한다. 지혜와 행복과 용기는 끝이면서 시작이다.

 

텅 빈 마음은 새가 노래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지식과 똑똑함으로 가득 찬 마음은, ’어떤 종류의새가 노래하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한다. 마음이 가득 차면 자기 귀를 통해 듣지 못하고 자기 눈을 통해 보지 못한다. 지식과 똑똑함은 불필요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지식과 똑똑함과 추상적인 생각들로 흐려진 마음은 자기 바로 앞에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마워하고 활용하는 대신 중요하지 않은 것들, 또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을 추구한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아울, 래빗, 이요르, 푸가 함께 살고 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아울과 래빗의 길을 선택했다. 이제 우리는 이요르처럼 그 결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불평을 통해 얻는 건 없다. 우리가 똑똑하다면 푸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그 길은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우리에게 소리친다. 어린아이의 마음에서 나온 목소리를 들으라고. 때로는 그 목소리를 듣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그 목소리는 중요하다. 그 목소리가 없다면 우리는 숲속에서 영영 길을 찾지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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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의 정치학 도란스 기획 총서 4
정희진 외 지음 / 교양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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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9 <미투의 정치학(정희진 엮음/교양인)>

이 책은 미투 운동을 둘러싼 여러 이론과 실천의 주제들을-성적 자기결정권, 한국 사회의 남성 문화와 현실 정치의 남성 연대, 정치와 선거 문화, 매체의 윤리, 사법부 성인지 의식, 젠더 폭력의 개념과 인식론 등- 분석한다. 권김현영, 정희진의 글이 미투 운동과 한국 남성 문화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한채윤, 류인의 글은 성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질문한다.

 

2018129일 한 여성 검사의 검찰 조직 내 성폭력 피해 고발 이후 정계, 문화예술계, 스포츠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미투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남성 중심적 성 문화를 뿌리째 뒤흔들어 일상의 혁명을 촉구하는 매우 급진적인 운동이다. 호주제 폐지 운동 이후 이렇게 전 세대의 여성들이 고르게 지지한 운동은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투 운동은 법과 제도, 사회 질서 전반에 성차별적 통념이 얼마나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말하기이후 피해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은 여전히 너무 크고,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거의 진전이 없다. 용기 있는 목소리가 근본적인 사회 변화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

 

검찰 조직 내 성폭력, 안희정 전 충남 도지사 사건,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처럼 오랫동안 수많은 피해 여성을 양산하면서도 침묵과 방조로 지속되던 문제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미투는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여성의 목소리 자체를 여성 상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투 역시 그랬다. 하지만 미투는 여성 스스로의 인권 의식이 높아진 결과이며, 초기 미투의 가해자들이 모두 막강한 권력을 가진 유명 인사이거나 피해 여성의 숫자가 은폐 불가능할 정도로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회가 여성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허락했는가 아닌가 혹은 여성이 그것을 쟁취했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다. 권리를 행사하는 순간, 행사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큰 피해(해고나 사회적 매장’)가 기다린다면 누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겠는가. 심각한 육체적 훼손이 동반되는 성폭력 사건이나 아동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저항은 더 큰 신체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때 여성이 자기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강하게 저항하지 않으면동의한 것인가?

 

사실, 미투는 젠더 질서의 소립자일 뿐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부장제 사회의 기본 질서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통제가 없다면, 여성의 노동에 대한 남성과 국가의 착취가 없다면 사회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가부장제 질서의 축도인 여성에 대한 폭력 구조를 해부하지 않으면 미투는 일시적 스캔들이거나 인간성을 의심케 하는 잔인하고 예외적인 뉴스로 치부될 것이다.

 

미투 혁명’.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 혁명보다 더 정확한 명명은 없을 것이다. 모든 혁명은 미완이라는 의미에서, 곳곳에 반동이 매복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사회 구성원에게 충격과 격세지감을 안겨주었다는 면에서, 혼란 속에서는 늘 장사꾼과 밀정이 활보한다는 의미에서……모두 그렇다. 준비된 혁명은 없다. 언어도 제도도 구비되지 않은 혁명, 대안 없는 혁명, 매번 실패하기 때문에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미투는, 혁명이 분명하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젠더 질서에서 나온다. 그래서 피해자가 신문을 받는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폭력적인 상황은 가해자(피의자)에게 해야 할 질문을 피해자에게 하는 경우다. 성폭력 범죄가 그렇다. 조사를 가장한 피해자 비난, 피해자에 대한 호기심, 통념에 근거한 여론 재판은 법적 심판 이전의 일상 문화다. 피해자는 목숨을 건 저항이 얼마나 단호하고 절절했는지, 특히 자신이 얼마나 피해자다웠는지 최대한 증명해야 한다.

 

 

춘향이 어떤 사람인지가 아니라 춘향의 어머니의 직업(신분)이 더 우선시되고, 춘향에게 지킬 정조가 있는지 여부는 춘향의 결정이 아니라 춘향 주변의 남자들의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셈이다. 정조를 지켜야 할 주체로는 춘향이 호명되지만, 정조가 춘향에게 속해 있지는 않다.

 

반성폭력 운동가들은 성폭력을 다루는 법의 태도를 바꾸려면 형법상의 보호법익부터 바꾸어야 하는 것을 알았다. 기존의 보호법익인 정조권을 대체할 새로운 권리 개념이 필요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성적 자기결정권(性的自己決定權)’이다.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르기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동의를 구하려고 했는지가 아니라 피해자가 가해자 스스로 포기할 정도로 강력하게 저항했는지, 거부했는지를 더 중요시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의문의 궁색한 답은 범죄 성립의 예외 규정으로 피해자의 승낙을 다루는 형법 제24조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강간죄에서 만약 피해자가 정조를 지키려고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면, 가해자가 정조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자신의 정조를 양도한 것이므로 범죄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한다. 동의할지, 거부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곧 성적 자기결정권이 아니다. 피해자는 애당초 동의와 거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성폭력은 춘향에게 동침을 요구할 요량으로 변학도가 춘향을 억지고 관아로 불렀을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섹스와 젠더를 구분하고 그 개념을 모색하는 작업은 서구의 제2 물결 페미니즘의 발달과 궤를 같이했다. 섹스, 즉 생물학적 몸/성은 타고나며 변화하지 않는다고 해도, 젠더, 즉 사회적 역할, 행동 양식 등은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다는 것이 이 공식의 핵심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가사노동을 해야 함여성으로 태어남의 필연적 귀결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실천의 효과다. 페미니즘은 이 공식을 통해 여성이 겪는 억압을 권력의 문제로 재구성했다.

 

섹스와 젠더의 관계에는 규칙이 없다. 하지만 이성애-이원 젠더를 규범으로 삼는 사회에서 섹스와 젠더는 필연적 관계로 인식된다. 현대 사회에서 트랜스젠더퀴어가 겪는 트랜스 혐오 폭력은 섹스-젠더의 필연적 관계를 자연화(naturalization)하는 문화적 배경에서 발생한다.

 

여성이 겪는 폭력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여성이어야 해서, 여성으로 환원되면서 발생하는 폭력은 아닌지 재검토해야 한다. 젠더 폭력 개념을 재해석하는 나의 작업은 새로운것이 아니다. 이 작업은 한국에서 진행 중인 성폭력 개념 정의를 둘러싼 논쟁의 연속선상에 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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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 - 성장 신화를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
홍성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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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8 <수축사회(홍성국 지음/메디치)>

성장 신화를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

 

수축사회란?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정치, 경제, 환경을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이 기초 골격이 바뀌고 인간의 행동규범, 사고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 저자는 성장을 낙관할 수 있던 팽창사회가 끝이 나고 사회 시스템이 수축사회로 돌이킬 수 없는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수축사회라는 개념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사회를 예측하고 설명한다. 과거의 성장 중심의 팽창사회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특히 60년대 이후 고속성장의 길에 서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성장은 경제의 기준과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변화하는 세계적 변화에 시의적절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의 사회는 이전의 각자도생과 양극화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될 것이다. 사회적자본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선한 공동체의 건설이 우리의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

미래에 집중하고 사회 전체가 공감하는 사회적 비전의 수립이 필요하다.

 

세상이 수축하기 시작한 이유는 인구 감소와 생산성의 획기적 증대로 공급과잉이 상시화되었고, 역사상 최고 수준의 부채와 양극화로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과거 팽창사회와 정반대 환경이 고착된 것이다.

20세기까지는 인구가 늘면서 과학기술발전, 민주주의 확산같은 시민권의 성장으로 물질적 부와 정서적 안정이 동시에 가능한 팽창사회였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인구 감소, 과학기술 발전, 개인주의가 서로 얽히는 화학작용을 거쳐 수축사회로 향하고 있다.

인구구조 전환, 과학기술 발전, 개인주의라는 기초 환경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4차산업혁명과 만나면서 역사상 최고 수준의 공급과잉과 부채, 그리고 양극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 대전환과 이에 대한 잘못된 대응이 결합하면서 이제 세계는 탈출이 어려운 수축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수축사회의 5가지 특징

원칙이 없다: 이기주의

모두가 전투 중: 입체적 전선

눈앞만 바라본다: 미래 실종

팽창사회를 찾아서: 집중화

심리게임: 정신병동

 

우리는 현재의 저성장과 갈등을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 갈등의 제로섬전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발견된다.

수축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각국의 모습과 가장 중요한 4가지 변수(세계경제, 4차산업혁명, 중국, -G2 패권대결)는 독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수축사회를 강화시키거나 가끔은 완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전체로서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패권이 위험하다

유럽: EU 안의 제로섬

후발개도국: 빈곤의 악순환

 

혼돈에 빠진 21세기를 뷰카VUCA’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뷰카란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첫 글자를 결합한 용어다. 이제 뷰카는 4차산업혁명 사회의 기초 환경으로 굳어지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 선사한 새로운 기기들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반대로 뷰카의 혼돈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 전체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중국 위기론의 본질. 중국이 수축사회로 향하고 있다는 5가지 증거

규모의 비경제

저출산·고령화, 사회안전망 미비

과잉투자 후유증

부채 위험

권위주의 정부의 함정

중국 비관론을 제시하는 학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길게 공산당과 시진핑 정권의 개발독재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5가지 요인

빈곤 탈출로 인정받다

이직 쓸 무기가 많다

감시사회, 정권유지 능력이 뛰어나다

공산당의 숨은 능력(집단의지와 학습성)

이미 국제사회의 중요한 플레이어

 

저자는 수축사회의 해법으로 공동체 전체의 번영을 위한 이타주의와 세계적 차원의 도덕혁명을 제시한다. 이기주의에 기반한 모든 이데올로기, 생활방식 등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결론은 수축사회를 피할 수 없으므로 인류는 살아가는 방식을 모두 바꿔 선한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사회적자본이다. 사회적자본이란 사람들이 공통의 목적을 위해 조직 내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회적자본이 충만한 사회는 사회적 신뢰가 높아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권력과 부의 집중을 방지하는 공정한 열린사회를 지향한다. 여기서 키워드는 개방, 자율, 반독점, 협업 등과 같은 가치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가동되는 기초적인 문화적 환경이다.

 

수축사회를 돌파하는 5가지 원칙

1 원칙을 세우고 지켜라

원칙은 상식이다

누군가 당신을 보고 있다

ESG로 정직한 사회성을 높여라(사회 환원·복지·배당정책)

2 미래에 집중하라

멀리 보는 새가 독식한다!

정책을 예측하라

연결해야 보인다!

3 창의성이 답이다.

우선은 선택과 집중

디자인과 브랜드가 핵심 무기다

4 남다른 무기를 개발하라

정치적 감각을 키워라

독점을 피하라

게임을 분할하라

반대 트렌드를 읽어라

5 사람을 조심하라

전문가는 없다

미래형 리더가 필요하다

조직문화가 곧 사회적자본이다

 

사회적 갈등과 관련해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 갈등 수준이 높은 국가들의 특성이다. 터키, 멕시코, 그리스, 칠레, 포르투갈,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적자본이 미성숙한 상황에서 경제개발을 서두르거나 냉전 종식 후 사회주의 진영에서 시장경제로 체제 전환을 단행한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로 주목할 사실은 사회갈등이 강해지면 총제적으로 사회 기반이 무너져 내린다는 점이다.

문제의 본질이 사회 양극화에 있고, 이에 대한 저항을 세대갈등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국에서의 갈등이 보인다.

사회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은 역시 사회적자본을 확충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가 늑대인 수축사회에서 갈등 수준을 낮추면서 대안을 마련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한다. 사회적자본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법치, 계약, 상호부조, 다양성 등이 상식으로 유지될 때 축적된다. 또한 개인의 영역을 넘어 전체로서의 사회를 조망해야 한다.

 

52시간 근로, 최저 임금 인상, 청탁 금지법, 미투 운동. 4가지 변화가 정착되면 한국의 사회문화 수준이 서구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면서, 동시에 추가적인 경제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4가지 정책을 풀어보면 모든 직장에서 일한 만큼 보상받고, 재충전과 자기발전 시간이 주어지며, 인연(학연, 지연, 혈연)에 의존하지 않는 합리적 조직문화와 상거래가 자리 잡으면서, 여성이 존중받는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경제학자 폴 새뮤멀슨은 행복을 소유와 욕망의 함수로 표현했다. 소유를 늘리거나 욕망을 줄이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행복 = 소유(성취, 소비) / 욕망(탐욕, 기대)

소유를 강조한 분자는 팽창사회적 성격이 강하다. 분자를 좀 더 넓게 판단하면 자유, 시장경제, 효율성 등과 같은 이데올로기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의 4차산업혁명, 보호무역, -G2 패권대결, 혁신 등은 모두 분자를 키우려는 시도다. 즉 팽창사회형 행복 추구 방식이다.

반면 분모인 욕망을 조절하는 것은 2008년 전환형 복합위기 이후 나타난 수축사회의 모습이다. 평등, 분배, 효과성을 이데올로기로 삼으면서 공정 사회, 포용 성장, 지속 가능성, ESG, 소확행, 미니멀리즘 등을 주장하는 건 욕망을 줄이자는 시도다. 다르게 표현하면 사회적자본의 확충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이미 우리 사회는 수축사회형으로 바뀌면서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분자를 키우고 분모를 줄이려는 노력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수축사회 진입을 늦추기 위한 5가지 핵심 관점

1 수축사회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2 입체적 혁명이 필요하다.

3 사회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틀(생태계)로 여겨 현상을 살피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4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

5 사회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비전이 필요하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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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진심 - 노회찬 유고산문
노회찬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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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7 <노회찬의 진심(노회찬 지음/사회평론)>

노회찬 유고산문 2004년부터 2018년까지의 기록

 

2018723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수사 도중 우리에게 친근했던 그가 떠났다.

그의 정치 인생과 어울리지 않는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된 의혹 중이었다.

그의 돌연한 선택에 많은 국민들은 아쉬움을 표현한다.

그의 빈소에는 정, 관계의 인사들이 찾았지만 주목을 받은 분들은 일반 시민들이었다. 노동자, 농민, 직장인, 빈민, 학생들 등등 전국에서 7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조문을 했다.

그들의 표현 속에 그의 인생이 있다.

 

강자에 맞서 약자들을 대변하던 정치인.

 

2004년 초선의원인 노회찬. 그때부터 2018년까지 스스로 남긴 기록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 벌써 10년을 훌쩍 넘긴 기록들이지만 당시의 혼란했던 정치, 사회 상황들의 오롯이 떠오른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과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노무현대통령과 박근혜대표. 권위주의와 기득권에 대항하던 그의 노력. 정의롭고 민주적인 국가, 서민이 주인이 되는 국가를 세우고 싶었던 그의 열정과 활동들이 아쉽게 전달된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글을 통해 만날 수 있어 다행이기도 하다.

매일매일 정직하게 일하고, 이름 없이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우리는 이렇게 걸어왔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않고

길이 없으면 만들면서 걸어왔다.

 

의원회관에 불 켜진 방이 꽤 많다 2004912일 일요일 종일 비 내리다

열린우리당은 여론조사상의 지지율 때문에 아직 정신이 없는 상태다. 추석이 다가올수록 이 인기 없는 국가보안법 철폐국면을 피하고자 고심이다. 일요일 시장방문도 시선돌리기에 다름 아니다. 국가보안법 철폐는 시선돌리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56년 된 악법을 없애는 데 출혈무리가 없을 수 없다. 맞을 각오를 하고 국민들을 설득해도 부족할 판에 흙탕물 한 점 묻히지 않고 역사적 과제를 해결하려 한다.

 

한국에서 노동운동은 아직 독립운동이다. 2004914일 화요일 맑음

한국에서 노동운동은 아직 독립운동이다. 대한민국에서 민주노동당 활동도 아직은 독립운동이다. 세상이 불온시하고 언제 불이익 당할지 모르고 겁이 나서 함께 하기 두려운 독립운동이다.

차별과 불평등으로부터의 독립.

예속과 굴종으로부터의 독립.

인간다운 세상, 제 발로 우뚝 서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독립.

 

흙손을 잡는데 가슴이 뭉클하다 20041023일 토요일 맑음

현재와 같은 국정감사제로는 이벤트 국감, 한건주의 국감을 피하기 어렵다. 한 달 전부터 준비한다 하더라도 시험을 앞둔 벼락치기 공부를 벗어나기 힘들다. 구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언론도 마찬가지다. 폭로와 한건주의를 비난하면서도 한 건과 대형폭로를 찾아 헤맨다. 이벤트 정치를 비판하면서도 의원들의 이벤트를 부추긴다. 학력보다 시험성적이 중요하고 그래서 입시경쟁이 점점 가열되는 교육풍토와 흡사하다.

 

어머님의 신문스크랩 20200715일 금요일 맑음

어느 날 갑자기 고향집을 방문한 아들로부터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으며 노동운동의 길을 걷겠다는 이실직고를 들으신 다음 날부터 어머님은 아들이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으며 도대체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운동의 현실이 어떤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문기사를 빠짐없이 읽고 관련기사는 오려놓고 두 번, 세 번 읽으시고, 책방에 가서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도 구해다 읽으셨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1년에 1권씩 10년 세월이 흐르는 사이 열 권의 스크랩북으로 완성되어갔다.

 

나에게 묻는다 2008418일 금요일 맑음

시인 안도현이 우리에게 물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오늘 나는 나에게 묻는다.

너를 거부한 사람들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 너는 그들에게 한 번이라도 희망이 된 적이 있느냐

 

첫 날 첫걸음을 무명용사탑으로 정한 뜻은 201478일 흐리고 비

첫 날 첫걸음을 무명용사탑으로 정한 것은 이름 있는 사람 앞에 줄 서는 정치가 아니라 이름 없는 사람들을 주인으로 모시는 정치를 펼치겠다는 다짐의 뜻이다. 이름 없이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건강한 다리가 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다.

 

언젠가 촛불마저 꺼져도 광장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201736일 맑음

황교안 권한대행과 노회찬 의원은 경기고 동기동창으로 알려져 있지만 각각 보수와 진보, 공안검사와 노동운동가라는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노 의원이 삼성떡값검사폭로로 의원직을 상실한 안기부X파일사건 당시, 수사팀을 지휘한 사람은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습니다. 2013214일 노회찬 의원은 대법원 파기환송심 결과 의원직을 상실했고, 전날인 213일 황교안은 박근혜정부 초대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습니다.

 

<그의 말은 희망이었고, 이제 역사가 되었다 어록>

50년 된 삼겹살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 / 2004. 3. 20.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님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이제 저희가 만들어가겠습니다. 50년 묵은 정치, 이제는 갈아엎어야 합니다. 50년 동안 같은 판에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판이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KBS <생방송 심야토론-급변하는 민심 어떻게 볼 것인가>

 

청소가 먼지에 대한 보복입니까? / 2018. 1. 2.

어떤 사람들은 적폐청소 그만해라. 피곤하다라고, 혹은 적폐청산이란 미명하에 정치보복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하는데요. 청소를 할 때는 청소를 해야지 청소하는 게 먼지에 대한 보복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되겠습니까. 적폐청산은 보복이 아니라 잘못된 시대를 엎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큰 조카 노선덕 씨에게 남긴 말 / 2018. 7. 27.

(‘하루는 고민이 있어 큰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려 간 적이 있다는 노선덕 씨에게)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지 당장 알 수 없을 때에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라.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유족 추도사 중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를 흐린 하늘이군요. 그렇다고 해가 뜨지 않은 건 아닙니다.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희망이 없다고 말하지 맙시다. 희망은 태양처럼 이미 있습니다. 다만 내 눈에 잠시 안보일 뿐입니다. 희망찬 하루를 보내시길!!! / 2009. 7. 7.

 

분노는 짧지만 희망은 깁니다. 분노는 뜨겁지만 물도 끓일 수 없습니다. 희망은 종유석입니다. 흘린 땀과 눈물이 하루하루 만들어가는 돌기둥입니다.

벗들이여, 희망의 하루를 만드소서! / 2009. 12. 1.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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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 - 기시미 이치로의 사랑과 망설임의 철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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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6 <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기시미 이치로 지음/책읽는수요일)>

기시미 이치로의 사랑과 망설임의 철학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가 말하는 사랑과 연애와 결혼의 진실은 바로 사랑이란 서로 도와 행복해지는 것!”

 

우리 인생의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해야 마땅한 사랑에 대한 잔잔하고 진실되지만 묵직한 이야기.

우리의 사랑과 연애는 우리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회피하거나 무시했던 사랑하는 관계에 대해 우리의 결심을 요구한다.

연애와 사랑은 결코 진부한 스토리가 아니다. 우리가 진부한 관계를 맺을 뿐이다. 우리의 노력으로 항상 피어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배웠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받길 원합니다. 사랑으로 행복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를 사랑할지보다 어떻게 사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는 사랑은 기술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감정은 연애의 출발점에 불과합니다. 연애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만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여기서 용기란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용기를 말합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머물러야 비로소 살아갈 기쁨도 행복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사귀고 싶은데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어요.” 과거의 경험에 원인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도, 만남이 없다는 사람도 모두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 가정의 세계에서 살고 싶은 것입니다.

 

사랑은 능력의 문제이고 나아가서는 기술이라고 에리히 프롬은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술이라면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고 쌓아올리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일 때문에 지금 자신이 사랑받지 않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자신이 그렇게 의심으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에 과거의 이런 경험을 떠올렸던 것입니다. 즉 만약 이 사람이 지금 더 이상 의심이나 두려움을 갖지 않게 되면, 이 회상은 까맣게 잊힐 것입니다.

 

사랑받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상대를 지치게 하지 마십시오.

상대를 몰아붙이지 마십시오.

공격하지 마십시오.

모두가 굴절된 인정 욕구에 불과합니다.

 

만약 어떤 여성이 꽃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녀가 꽃에 물 주기를 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우리는 꽃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대상의 생명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일이다. 적극적인 배려가 없는 곳에 사랑은 없다.” -프롬, <사랑한다는 것>에서

 

명심하세요. 연애가 한쪽 끈만 잡아당기면 언제든 풀어지는 나비매듭이라면, 결혼한 두 사람은 평생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을 굳게 결심하고 풀기 힘든 매듭을 함께 묶은 사이라는 것을요.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 부부의 협력은 꼭 필요하지만, 가정이 자녀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로 인한 문제가 일어납니다.

 

사랑엔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사랑엔 이해타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이익이 될지 여부로 사랑을 선택하는 일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람은 내게 있어서 유용한 사람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응석받이로 자란 사람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사랑하겠다는 결심이 전부입니다.

 

당신을 포함하여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지만(impersonal) 당신을 다른 누구보다 사랑한다(personal)는 것이 사랑의 원래 모습입니다. 비인칭적인 사랑이 개인적인 사랑의 기초가 되어야만 합니다. 개인적인 사랑이란 비인칭적인 사랑을 알고 난 뒤에 비로소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내가 유일무이한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저 사람은 싫지만 당신은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당신은 유일무이한 당신이 아닙니다.

 

사랑이 경험()인 이상 사랑에는 갱신해나가는 노력이 불가결해집니다. 그러나 그 노력은 상대와 좋은 관계를 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고통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그것은 기쁨으로서의 노력입니다.

이처럼 사랑은 활동이며 과정이기 때문에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소유할 수 있는것으로 여기게 되면, 사랑받으려는 노력도 사랑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게 됩니다. 사랑은 오직 사랑하는 것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나는 혼자서도 살 수 있다. 하지만 혼자보다는 둘이 경험을 공유하는 기쁨에 의미를 더 크게 둘 수 있다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로가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 두 사람은 의존관계가 아닌 이상적인 사랑의 관계를 쌓을 수 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상대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가 사랑해주기 때문에 비로소 자기가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의 존재가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랑을 확고한 것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파트너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안락하게 하는 것임을 배워야 한다.” -아들러

각각의 파트너는 자신보다 상대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사랑과 결혼의 성공을 위한 유일한 기초다. 서로가 자신보다 상대에게 더 관심을 갖는다면 두 사람은 대등한 관계가 틀림없다.” -아들러

상대의 관심에 관심을 갖는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꼭 기억해두길 바랍니다. 관계 속에 있는 사람의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타인에게로 향하는 이러한 관심이 아들러가 말하는 공동체 감각입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인정하는 만큼, 바로 그 폭만큼 우리는 대화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맞추려고 하지 말고, 이렇게 다르구나, 알아간다고 생각하면서 대화하는 것이 비결일 수도 있습니다.

상대의 언동에 상처를 입고 화가 났다면 지금 당신이 한 말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면 됩니다. 그 감정을 전하기 위해 분노의 감정을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화는 상대와 나를 멀어지게 하고 관계를 악화시킵니다.

화는 나를 사람들에게서 떼어 놓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됩니다. 늦게 갈 수도 있고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주저앉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손잡고 있을 테니까요. 그런 사람들은 마주보고 눈 맞추고 곧 다시 일어섭니다. 그리고 다시 걷습니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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