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인생의 맛 -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
벤저민 호프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2019-030 <곰돌이 푸, 인생의 맛(벤저민 호프 지음/더퀘스트)>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

곰돌이 푸가 전해주는 도가철학의 지혜

 

우리가 알고 있는 곰돌이 푸는 귀엽기만하고 꿀단지만 좋아하는 녀석이다.

아이들의 동화책에서 보았던 푸의 질문과 대답들은 모두 장난이거나 웃음거리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마주하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역시 우리의 곰돌이 푸는 예사 곰돌이가 아니었다.

노장철학으로 해석해보니 곰돌이 푸는 거의 신선의 수준이었다.

무위자연(無爲自然).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노력하는 것을 바른 것으로 여기며 성장했다.

사회에 진출해서도 역시 마찬가지.

성실하고 노력하는 자세는 모든 사람들의 칭찬거리였고,

그 칭찬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열심이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행복한가?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잘 파악하고 있는가?

가장 본질적인 질문에는 에둘러 피해가기 바쁘다.

잠시 바쁘다는 일들 미루고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이 책은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도가철학은 삶의 여러 상황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남들 눈에는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긍정적인 것들로 변화시킨다. 도가철학에 따르면 신맛과 씁쓸한 맛은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부질없이 간섭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삶은 본래 달콤하다. 삶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한다면 말이다.

 

다듬지 않은 통나무라는 개념의 핵심은 사물이 본래의 단순한 상태에 머무를 때 그 사물이 본래 지닌 자연스러운 힘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그 단순성이 변하면 사물의 자연스러운 힘도 쉽게 손상되거나 손실된다.

()’은 도가철학의 기본 원리로서 본연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지닌 사물은 물론이고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아니, 곰에게도 적용된다. 곰돌이 푸야말로 다듬지 않은 통나무의 전형이다.

의 상태에서 우리는 단순하고 고요한 것, 자연스럽고 평범한 것을 즐길 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일들을 충동적으로 하고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푸는 머리가 좋지는 않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 푸는 엉뚱한 행동을 하는데 결과는 항상 좋지.”

 

학자들의 학문적 지식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우리의 경험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과 경험은 항상 같은 언어로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험 속에서 얻는 지식이 그렇지 않은 지식보다 더 귀중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보기에 대부분의 학자들은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더 쌓을 필요가 있다. 잔디밭을 거닐고, 동물에게 말을 걸어봐야 한다.

 

<커틀스턴 파이>라는 노래의 첫 번째 연을 읽어보자. “파리는 새가 될 수 없지만, 새는 날 수가 있어.” 지극히ㅣ 단순하다. 당연한 소리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날마다 이 단순한 법칙을 어기고 네모난 못을 둥근 구멍에 끼워 맞추려 하는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놀랍다. 그들은 만물은 그저 자기의 본성을 따른다라는 명백한 현실을 무시하며 살아간다.

 

일병장수 무병단명 一病長壽 無病短命. 자기에게 어떤 병이 잇는지 알고 자기를 돌보는 사람이 자기가 아주 건강하다고 믿고 약한 부분을 무시하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뜻이다. 적어도 이런 의미에서는 어떤 약점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그 약점을 인식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우리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그 한계와 사이좋게 지내게 된다. 그 한계는 더 이상 우리를 방해하고 괴롭히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우리의 한계를 무시할 때, 한계는 우리를 방해하고 괴롭힌다. 대개의 경우 한계를 인정하면 그것이 오히려 강점이 되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의 본성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그 특성을 발견한 이상, 그 특성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특성을 아예 없애고 싶은가? 그 특성을 다른 것으로 변화시키고 싶은가? 그 특성을 우리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하고 싶은가? 바로 위의 두 가지는 본성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아주 실용적인 접근법이다. 이렇게 접근할 때 우리는 그 변화된 특성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의 목록에 추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알려진 것들을 제거하려고 애쓰는 대신에 그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우리 안에는 없애야 할 것들과 변화시켜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들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지나치게 무자비하거나, 지나치게 전투적으로 달려들 필요는 없다. 쓸모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이런 단점들의 대부분은 스스로 변화할 것이며, 어떤 단점들은 우리가 길을 가면서 누그러뜨릴 수 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자신의 내적 본성을 인식하고 신뢰하며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미운 오리 새끼 안에 백조가 있다면, 통통 튀는 티거 안에는 길눈이 밝아 친구들을 구해주는 능력이 있다.

 

숲의 가장자리에 이를 무렵에 시냇물은 다 자라서 거의 강이 되었어. 이제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처럼 뛰어다니지도, 팔짝팔짝 뛰지도, 콸콸거리지도 않고 훨씬 느릿느릿 움직였단다. 이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거든. 시냇물은 서두를 필요 없어. 언젠가는 그곳에 닿을 테니까하고 중얼거렸지. -도가철학을 실천하는 데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개념인 무위無爲’.

 

무위를 실천하는 것은 둥근 구멍에는 둥근 못을 집어넣고 네모난 구멍에는 네모난 못을 집어넣는 것이다.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힘들게 노력할 필요도 없다. 이기적인 욕망은 둥근 못을 네모난 구멍에 넣고 네모난 못을 둥근 구멍에 억지로 넣으려고 낑낑댄다. 똑똑한 머리는 애초에 맞지 않는 구멍에 못을 집어넣는 기막힌 방법을 생각해내려고 애쓴다. 지식은 둥근 못이 둥근 구멍에 맞고 네모난 구멍에는 맞지 않는 이유를 알아내려고 애쓴다. 무위는 애쓰지 않는다. 무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위는 그저 일을 한다. 그리고 무위가 일을 할 때는(어떤 일이든 간에) 뭔가를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일은 잘 된다.

무위를 실천하는 사람은 상황에 순응하고 자기 직관에 귀 기울인다. ‘이 일을 하기에 좋은 때가 아니로군. 저 길로 가는 게 낫겠어하는 식으로 말이다.

 

바쁨 고돔(크리스토퍼 로빈이 곧 옴을 잘못 쓴 것)‘궁극의 보상이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니까 우리는 그 보상을 손에 넣기 위해 평생 미치광이처럼 일해야 한다고 최선을 다해 우리를 설득한다. 그 궁극의 보상은 항상 우리가 지금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시간 절약에 대한 인류의 집착이 문제인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시간 절약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우리는 시간을 쓸 수 있을 뿐이다. 다만 그 시간을 현명하게 쓸 수도 있고 어리석게 쓸 수도 있다. 바쁨 고돔에게는 시간이 하나도 없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너무 열심히 시간을 써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쁨 고돔은 11초를 아끼려고 애쓰다가 결국 자기 시간 전부를 헛되이 써버린다.

우리가 시간을 들여 우리 주변의 것들을 즐기고 살아있음을 고마워할 때, 우리에게는 더 이상 바쁨 고돔이 될 시간이 없다.

 

우리가 삶의 주도권을 쥐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지니는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믿음을 가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오직 우리 안에 있는 힘을 믿고 그 힘을 활용하자. 우리가 남을 모방하거나 남과 경쟁하지 않고 우리 안의 힘을 활용할 때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한다.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당신 자신과 당신이 지금 가진 것을 진정으로 고마워하는 데서 시작하라. 당신은 진정으로 불행해지고 싶은가? 불만을 품는 데서 시작하라. 노자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두 팔을 벌려야 껴안을 수 있을 만큼 굵은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자라났고,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지혜와 행복과 용기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어 고리 모양으로 계속 순환한다. 지혜와 행복과 용기는 끝이면서 시작이다.

 

텅 빈 마음은 새가 노래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지식과 똑똑함으로 가득 찬 마음은, ’어떤 종류의새가 노래하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한다. 마음이 가득 차면 자기 귀를 통해 듣지 못하고 자기 눈을 통해 보지 못한다. 지식과 똑똑함은 불필요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지식과 똑똑함과 추상적인 생각들로 흐려진 마음은 자기 바로 앞에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마워하고 활용하는 대신 중요하지 않은 것들, 또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을 추구한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아울, 래빗, 이요르, 푸가 함께 살고 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아울과 래빗의 길을 선택했다. 이제 우리는 이요르처럼 그 결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불평을 통해 얻는 건 없다. 우리가 똑똑하다면 푸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그 길은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우리에게 소리친다. 어린아이의 마음에서 나온 목소리를 들으라고. 때로는 그 목소리를 듣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그 목소리는 중요하다. 그 목소리가 없다면 우리는 숲속에서 영영 길을 찾지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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